10대·50대 정신병 급증하는 까닭

2012. 2. 14. 09:09이슈 뉴스스크랩

10대·50대 정신병 급증하는 까닭

매일경제 | 입력 2012.02.13 17:13 | 수정 2012.02.14 07:29

 

10대 학업 고민, 50대 노후불안에 4년새 35%이상 ↑

# 조그만 개인사업을 하던 K씨(55)는 지난해 경기가 나빠지면서 사업을 정리해야 했다. 지금은 교회 일을 보면서 생활하고 있지만 모아둔 돈이 없어 노후가 걱정되고, 당장 두 자녀가 아직 취업을 하지 못한 상황인 것도 고민거리다. 그는 항상 초조, 불안, 불면증 등에 시달리다 병원을 찾았다.

# 중학교 2학년 때 급우들에게 따돌림, 이른바 왕따를 당했던 P군(15ㆍ중3)은 3학년에 진학해서도 괴롭히던 학생들 다수가 같은 반에 배정되면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집에서는 신경질적으로 변해 툭하면 동생과 싸우고 심지어 어머니에게 욕설을 하는 등 난폭한 행동을 보여 어머니와 함께 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했다.

스트레스, 따돌림, 실업, 노후 불안 등으로 정신질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1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0년 정신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4만명으로 2006년(160만명)에 비해 27.2% 증가했다. 지난해 말 전국 가구 수가 2000만가구에 달한 점을 감안하면 10가구에 1가구가 정신질환 환자로 고통을 겪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1~9월 환자는 184만여 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4.8% 늘어나는 등 정신질환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연령별로는 10대와 50대에서 정신질환 환자 증가세가 뚜렷했다. 지난 4년간 15~19세 환자가 41% 증가한 것을 비롯해 50~54세(36%), 55~59세(34%), 10~14세(33%)에서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65세 이상 고령 정신질환자 증가율이 77%로 가장 높았지만, 이는 치매 환자가 증가한 데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 2010년 기준 정신질환자 수는 60세 이상이 74만5872명이었으며 △50대 35만2771명 △40대 32만3051명 △30대 24만769명 △20대 16만5696명 △10대 13만9771명 △0~9세 7만9247명 순이었다.

10대 환자 증가율이 높은 것은 고등학교 진학 등 환경이 바뀌면서 감정 기복이 심해지고 학업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50대에서는 신체 기능이 떨어지고 직장에서 은퇴하는 등 생활이 바뀌면서 병원을 찾는 사례가 많아지는 것으로 보인다.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교수는 "국내에서 우울증 환자 수 그래프가 10대 후반에 높고 50대에 다시 올라가는 등 두 번 '피크'를 형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미국도 이와 비슷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석훈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10대에서 학업 스트레스 등으로 우울증이 높아진 것 같다"면서 "아동에게서 나타나는 주의력결핍증(ADHD)을 방치하면 성격이 비뚤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예전처럼 정신과를 찾는 것을 꺼리지 않는 것도 정신질환자가 늘어난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