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불안 30대 미혼자 ‘신 빈곤층’ 되다

2012. 2. 16. 08:57이슈 뉴스스크랩

고용불안 30대 미혼자 ‘신 빈곤층’ 되다

한겨레 | 입력 2012.02.15 20:50 | 수정 2012.02.15 22:40

 

[한겨레]KDI 발표…30대 1인 빈곤가구 4년만에 4.2%p↑


전체 1인 빈곤가구도 7%p 늘어 '두집 중 한집 꼴'


홀몸노인 늘며 가구주 60살 이상이 72%나 차지

경기도에 사는 ㅅ(71)씨는 6년 전 아내와 사별한 뒤 혼자 산다. 부인 치료비와 생활비로 재산을 다 날리고 지금은 공원 안에 설치된 콘테이너에서 침대를 갖다 놓고 생활한다. 매달 딸이 보내주는 30만원과 월 9만원 남짓한 기초노령연금, 6·25 참전 수당(5만원)이 수입의 전부다. 한때 건물 경비도 했지만 이제 나이가 많아 써주는 곳도 없다. 지방자치단체에서 매년 지원받는 60만원을 보태도 생활은 빠듯하다.

우리나라의 빈곤인구는 ㅅ씨처럼 1인 가구이면서 동시에 60대 이상의 연령층에 몰려있다. 15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펴낸 '가구유형 변화에 대한 대응방안'을 보면, 지난 2010년 기준 빈곤인구의 23.6%가 1인가구에 분포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1인가구의 45.5%가 '빈곤'상태로 조사됐다. 특히 1인 빈곤가구 가운데 72.0%는 가구주의 나이가 60대 이상이었다. 빈곤인구란 전체 인구를 소득 순서대로 세웠을 때 가운데 위치한 소득의 50% 이하를 버는 소득자를 말한다.

빈곤인구에서 1인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2006년 빈곤인구의 16.6%가 1인가구에 속해 있었지만, 불과 4년 만에 그 비율은 7%포인트나 증가한 것이다. 여기에 2인가구에 분포된 빈곤인구 31.3%를 더하면, 빈곤인구의 약 55%가 1~2인 가구에 집중돼 있다. 3, 4인 가구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각각 18% 안팎의 빈곤인구가 있다. 5인 이상 가구는 빈곤인구의 비율이 8.8%로 가장 낮았다.

왜 이렇게 빈곤인구가 1~2인가구에서 늘고 있는 것일까? 이는 최근 증가 추세에 있는 1~2인가구를 누가 구성하고 있는지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1인가구의 대다수는 미혼이거나 고령화에 따른 사별, 이혼한 경우다. 2인 가구 또한 자녀의 분가에 따른 고령화 부부 증가와 한부모 가구가 늘었기 때문이다. 김영철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준비가 안 된 사별에 따른 독거노인의 증가와, 경제적 상태가 하락한 한부모 가정의 증가가 1~2인 가구에서 빈곤을 증가시킨 원인"이라며 "청년층의 고용불안으로 30대 미혼 가구의 빈곤 증가도 눈에 띄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60대 이상 독거노인 가운데 2006년 65.9%가 빈곤 상태에 있었으나, 2010년엔 71.0%로 빠르게 늘었다. 같은 기간 30대 1인가구의 빈곤율도 4.2%포인트 증가한 16.4%를 기록했다.

1~2 가구의 수입이 낮은 직접적인 이유는 일자리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 2005년 인구주택총조사를 보면 1인 가구주의 취업률은 53.9%로, 3~5인 가구의 가구주 취업률 평균 83%보다 크게 낮은 수준을 보였다. 보고서는 "혼인 장벽 해소 등을 통해 1인 가구 증가를 억제하고, 1~2인 가구의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복지정책을 확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류이근 기자ryuyige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