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2. 15. 09:00ㆍ지구촌 소식
죽음의 땅 되살려라…한국, 60조시장 눈독
조선비즈 전재호 조선비즈 기자 입력 2012.02.15 03:16 수정 2012.02.15 08:08
지난 1990년 8월 2일 새벽 2시. 이라크의 정예부대인 공화국수비대가 쿠웨이트 국경을 넘었다. 유엔은 미국·영국 등 유엔 34개국으로 이뤄진 다국적군을 구성해 이라크의 불법 침공에 맞섰다. 다국적군은 1991년 1월 17일 이라크에 대한 대대적인 공습을 개시해 한 달여 만에 이라크의 항복을 받아냈다.
걸프 전쟁으로 불리는 이 전쟁은 단기간에 끝났지만, 후유증은 심각했다. 이라크는 전쟁 중 쿠웨이트 전역에 있던 유정(油井) 798개를 파괴했다. 유정이 파괴되면서 약 700만 배럴의 원유가 땅속으로 스며들었다. 유정에 붙은 불을 끄기 위해 사용한 1억4300만 배럴의 바닷물과 소화용수가 원유와 섞이며 검은 기름이 둥둥 떠다니는 기름 호수(Oil Lake) 수천 개가 생겨났다.
쿠웨이트는 생태계가 파괴되고 기름보다 귀한 지하수가 오염되자 2007년부터 오염된 토양을 복원하는 사업을 발주하고 있다. 이를 위한 예산 36억5000만달러(약 4조1000억원)를 확보했다.
최근 쿠웨이트 국영 석유업체가 발주한 오염토양 복원사업을 수주한 GS건설의 허정재 발전환경사업본부장(부사장)은 "쿠웨이트·이라크·리비아 등 전쟁으로 유정이 파괴된 지역의 토양오염이 세계 환경 문제의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며 "이와 관련한 사업모델 개발이 한층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땅 되살리는 토양 복원시장 커진다
미국의 환경전문 컨설팅 업체인 'EBI(Environmental Business International)'와 영국 정부 기관인 'JEMU(Joint Environmental Markets Unit)'에 따르면 전 세계 토양 복원시장은 2005년 300억달러(약 33조7350억원)에서 2015년 534억달러(약 60조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기업·사람의 활동으로 토양이 오염되면 사람의 건강이나 환경에 위해를 준다. 기름을 저장하는 저유소(貯油所)나 기름을 운반하는 파이프라인, 중금속을 쓰는 공장 주변에서 많이 발생한다.
토양 오염은 지하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어렵고 토양 속에 있는 생물과 지하수를 오염시켜 인근 지역으로 확산하기도 한다. 토양 오염의 피해는 장기적이고 간접적이어서 지금까지 관심이 많지 않았다. 그러나 그동안 누적된 피해가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토양 재생산업이 관심을 받고 있다.
코트라에 따르면 중국은 전체 경지(耕地) 면적의 약 20%인 20만㎢(서울 면적의 약 330배)가 중금속에 오염된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은 토양오염으로 매년 식량 생산이 1000만t 가까이 감소하고 이에 따른 경제 손실이 200억위안(약 3조57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선 중국 정부는 지난해 3월 토양 문제 해결에 향후 5년간 총 750억위안(약 13조389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일본도 2003년 2월 토양오염대책법이 시행되면서 토양오염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중금속이나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사용하던 공장을 폐지할 때 토지 소유자가 오염의 실태조사를 해서 현지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미국·일본·캐나다가 선두권
전 세계에서 토양 복원시장 규모가 가장 큰 곳은 미국이다. EBI가 발간한 '미국 환경 산업과 세계 시장'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는 총 50만개 이상의 오염 부지가 있고 이를 복원하는 사업 규모가 13조원에 달한다.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국가엔 100만개 이상의 오염 부지가 있다. 일본과 호주에도 각각 90만개, 80만개 이상의 부지가 오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 토양 복원 시장의 70% 이상은 미국·EU·일본·캐나다·호주 등 선진국 업체들이 차지한다. 이들 국가는 자국 업체의 기술력이 뛰어나 해외 업체가 진출하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는 중국과 중동, 독립국가연합(CIS)의 토양 복원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다. GS건설이 수주한 쿠웨이트의 토양 복원 사업에는 스페인의 '헤라(Hera)', 인도의 '테리(Teri)'사도 참여 중이다. 연내 추가로 이뤄질 발주에는 현대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도 입찰 참가자격 사전심사(PQ)를 통과한 상태다.
국내에서 100여건의 토양 복원사업을 수행한 삼성물산의 김병진 상무는 "2000년부터 미군기지 복원사업을 미국 정부 기준에 맞게 수행해와 선진국 수준의 기술력을 갖고 있다"며 "쿠웨이트를 비롯해 해외 토양 복원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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