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속 붉은 공산주의" 대기업회장 폭탄발언

2012. 2. 29. 09:19이슈 뉴스스크랩

"한국, 속 붉은 공산주의" 대기업회장 폭탄발언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 "한국경제는 수박경제"
겉으론 시장경제, 잘라보면 안은 빨갛다
英테스코, 한국투자 부담…중국·태국으로 돌리려해
대형마트 영업제한은 공산주의서도 안해
기사입력 2012.02.29 08:50:42 | 최종수정 2012.02.29 08:53:22

대표적 대형마트ㆍ기업형 슈퍼마켓(SSM)인 홈플러스의 이승한 회장이 최근 추진되고 있는 영업 규제와 관련해 `공산주의`와 `반서민 정책`이라는 표현을 쓰며 정부와 정치권을 강도 높게 비판해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이런 발언에 따라 영업 규제를 둘러싸고 대형마트ㆍSSM과 중소상인 간 논쟁도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지난 2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재 한국 경제는`수박 경제` 같다"며 "겉은 시장경제를 유지하지만 안을 잘라 보면 빨갛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정부를 `동문서답`에 비유하며 "동쪽에서 시작한 정권이 말기쯤 서쪽으로 가는 경제를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한국의 출점 규제가 심해 영국 테스코(홈플러스의 본사)에서도 대단히 부담스러워 한다"며 "한국에 투자하려 했던 부분을 중국ㆍ태국 등으로 돌리는 게 효율성 차원에서 낫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이날 대형마트ㆍSSM의 영업 규제를 작심한 듯 비판했다. 그는 영업 규제에 대해 "정부(정치권)는 지금 사회주의나 공산주의에서 하지 않는 정책을 하고 있다"며 "반서민 포퓰리즘 정책으로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몰아붙였다.

지난해 말 국회에서 통과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주요 지방자치단체들은 골목상권 보호 등을 목적으로 대형마트ㆍSSM에 대해 `월 1~2회 일요일 휴무`와 `심야 영업 제한` 등의 규제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홈플러스는 심야 영업 점포가 많아 이 같은 규제로 매출 손실이 클 것으로 보인다.

대형 유통 업계는 그동안 협회 차원에서 헌법소원을 내는 등 반론을 펼쳐왔지만 개별 업체들은 여론을 의식해 공식 반응을 자제해왔다. 이 회장이 강도 높은 비난의 포문을 열게 됨에 따라 대형마트ㆍSSM과 중소상인 간의 논쟁이 심해지고 규제를 추진했던 정치권도 가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장은 이날 영업 규제에 대해 여러 가지 면에서 반대 논리를 펼쳤다. 그는 "홈플러스는 골목에 들어간 적이 없고 대로(大路)에만 들어간다"며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반박했다.

그는 특히 영세상인을 위협하는 대상은 동네별로 개인이 운영하는 중소형 마트라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중소형 마트를 여는 데는 10억~30억원이 들어가는데 이런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오히려 힘들다고 아우성친다"며 "정부가 이런 사람들을 보호한다면 소비자의 권익이 없어진다"고 강조했다.

소매조사업체인 코리아PRM에 따르면 지난해 5월 말 기준으로 전국에서 판매시점단말기(POS)가 2대 이상인 중대형 슈퍼마켓은 5044개, 소형 슈퍼마켓(POS 1대)은 1만1186개, 개인 편의점은 5223개, 소형 가게(POS 없는 매장)는 4만6490개 등이다. 같은 시점에 대형마트와 SSM은 각각 394개, 1112개였다.

중소상공인들은 이 회장 주장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최승재 전국소상공인연합회 사무총장은 "이 회장이 골목상권 붕괴의 주범으로 중소형 마트를 지목하는데 이는 골목에서 계속해서 영업하려는 명분을 만들려는 것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소형 가게들이 SSM 등과 경쟁하려다 보니 중소형 마트로 커진 것"이라며 "하지만 이마저도 SSM 때문에 매출이 제대로 나오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 사무총장은 "SSMㆍ편의점 등 변형된 형태로 골목상권을 침해한 업체가 바로 홈플러스"라며 "본인들이 떳떳하지 못하니까 그동안 야간에 몰래 오픈하는 일까지 벌였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회장은 소비자ㆍ협력사의 이익도 영업 규제 반대 이유로 삼았다. 그는 "골목상권을 살리자고 대형마트ㆍSSM의 영업을 제한하면 결국 피해는 좋은 상품을 싸게 살 기회를 잃어버리는 일반 서민과 신선식품을 유통하는 협력업체들이 보게 된다"며 "이는 진정 서민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 회장뿐 아니라 대형 유통업체들도 그동안 △소비자 불편과 권리 침해 △고용ㆍ매출 감소 △유통기한이 짧은 신선식품의 거래 감소와 비용 상승 △납품업체 거래 감소 등을 이유로 영업 규제에 반대해왔다.

이에 대해 최 사무총장은 "대형마트가 고용 인구 감소를 근거로 들고 있는데 골목상권이 무너지면 결과적으로 훨씬 더 많은 자영업자가 실직자로 몰린다"며 "골목상권에서도 신선식품의 판매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대형마트 등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최 사무총장은 또 "일부 미끼 상품이나 묶음 제품은 대형마트가 더 싼 경우가 있지만 그 외에 공산품 등은 오히려 동네 슈퍼에서 사는 것이 저렴할 수 있다"며 "근거 없는 무책임한 발언으로 여론을 호도하는 홈플러스가 오히려 포퓰리즘 집단"이라고 비난했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는 지난 17일 `직업의 자유` 침해 등을 이유로 대형마트ㆍSSM 영업 제한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협회는 심야 영업이 제한된 가운데 월 두 차례 일요일 휴무를 하게 되면 대형마트 7개 회원사와 SSM 5개 회원사의 점포에서 발생하는 매출 손실이 연간 3조4000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주요 대형마트ㆍSSM들은 매장에서 `영업 규제 반대를 위한 고객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 같은 서명운동에 대해 고객들은 `편리함을 위해 일요일에도 영업을 해야 한다`는 의견과 `골목상권을 위해 휴무가 필요하다`는 견해로 갈리고 있다.

한편 이날 홈플러스는 이 회장과 협력사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에 롯데호텔에서 `백혈병 소아암 어린이를 위한 사회공헌활동 출범`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홈플러스는 200여 개 협력사와 함께 기금 30억원을 조성해 100명의 백혈병 어린이를 치료하고 1000명의 위탁가정 어린이를 돕는 `생명의 쇼핑카트 캠페인`을 다음달 1일부터 전개하기로 했다.

[김규식 기자 / 채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