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3. 20. 09:12ㆍ지구촌 소식
'으악, 벌레…' 올 봄 한반도는 해충과 전쟁
지구온난화가 부른 곤충 생태계 변화美 로키산맥 소나무숲 황폐화, 기후 변하자 번식 속도 빨라진 소나무 좀먹는 딱정벌레가 범인 눈 빨리 녹아 먹거리 없어지고 유충 피해입자 나비 개체는 줄어… 국내 곤충 생태계도 상황 비슷해조선비즈이영완 기자입력2012.03.20 03:07수정2012.03.20 07:50
지구온난화로 겨우내 쌓였던 눈이 녹는 시기가 빨라지고 여름이 길어지고 있다. 봄이 빨리 오고 여름이 길면 숲에 사는 곤충도 그만큼 활동시기가 늘어나 좋은 일이 아닐까. 하지만 지구온난화의 영향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꽃가루받이를 하는 익충(益蟲)인 나비는 점점 줄어들고, 소나무를 죽이는 해충(害蟲)인 소나무좀 딱정벌레는 갈수록 늘어났다. 미국 로키산맥이라는 같은 공간에서 일어난 엇갈린 현상이다.
◇눈이 일찍 녹으면 나비 준다
미국 콜로라도주의 로키산맥에는 '모르몬 표범나비(Mormon Fritillary butterfly)'가 산다. 이 나비는 주로 개망초꽃(aspen fleabane daisy)의 꿀을 먹고 산다. 미국 스탠퍼드대의 캐럴 보그스(Boggs) 교수와 메릴랜드대의 데이비드 이노우에(Inouye) 교수는 1980년부터 2005년 사이에 꽃과 나비 개체수 변화, 그리고 눈 녹는 시기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연구진은 '이콜로지 레터스(Ecology Letters)' 최신호에 게재한 논문에서 "눈이 빨리 녹는 것은 나비의 개체수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나비는 여름에 알을 낳는다.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는 겨울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있다가 이듬해 여름에 성충이 된다. 눈이 일찍 녹으면 나비의 영양 공급원인 꽃이 줄어든다. 꽃눈에 눈은 일종의 보온막이다. 눈이 일찍 녹으면 꽃눈이 서리를 맞아 죽는 경우가 많다. 꽃이 줄어들면 암컷도 알을 적게 낳는다. 연구진은 실험실에서 암컷 나비가 먹는 꽃가루와 꿀의 양이 알의 수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듬해 봄을 맞는 나비 애벌레는 또 다른 시련을 겪는다. 애벌레는 꽃눈과 마찬가지로 서리를 맞아 죽기 쉽다. 연구진은 이와 같은 복합적인 영향으로 눈 녹는 시기가 나비 집단 성장률의 변화를 설명해준다고 밝혔다.
◇소나무 해충은 1년에 한 세대 늘어
같은 로키산맥인데 소나무좀(pine beetle) 딱정벌레에게는 지구온난화가 희소식이었다. 미국 콜로라도대의 제프리 미턴(Mitton) 교수는 '미국 자연사학자(The American Naturalist)'지 최신호에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1년에 한 세대이던 소나무좀이 두 세대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소나무좀은 소나무에 구멍을 내고 알을 낳는다. 이때 몸에 있는 곰팡이도 함께 옮긴다. 곰팡이는 소나무를 죽이고, 애벌레는 곰팡이를 먹고 자란다. 캐나다의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만 소나무좀이 10년 만에 1300만㎡ 면적의 산림을 황폐화시켰다. 애벌레는 소나무에서 겨울을 나고 8월에 성충이 된다.
미턴 교수는 4년 전 6월 중순쯤 근처 소나무 숲으로 하이킹을 갔다가 우연히 소나무좀들이 하늘을 날아다니고 옷에까지 내려앉는 광경을 목격했다. 평상시보다 2개월이나 이른 출현이었다.
연구진은 2009년부터 2년간 소나무좀의 생태를 관찰했다. 애벌레는 처음엔 정상적으로 자라다가 6월 중순쯤부터 갑자기 성충으로 변태(變態)했다. 이른 변태는 지구온난화로 여름이 길어진 데 원인이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6월에 나온 소나무좀은 즉시 소나무에 알을 낳았다. 알은 이전보다 훨씬 빨리 자라 8~9월 사이에 다시 성충이 됐다. 1년에 한 번 출현하던 소나무좀이 두 번씩 나타난 것이다. 연구진은 "북미 대륙의 소나무좀 피해의 확산은 소나무좀의 세대 증가로 인한 폭발적 개체 수 증가 때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국내도 나비 줄고 해충 서식지 늘어나
곤충 생태계 변화는 국내에서도 관찰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조사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로 설악산에서는 나비류가 크게 줄고 있지만, 병충해를 옮기는 곤충들이 서식지를 남부지역에서 중부지역으로 옮기면서 산림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한반도가 아열대화되면서 기존의 북방계 곤충들이 피해를 보고, 남방계 곤충이 득세하는 것이다.
개미도 마찬가지다. 국립산림과학원 권태성 박사는 2009년부터 3년간 전국의 개미를 모두 조사한 후 100년 뒤 지구의 평균 기온이 4도 오른다는 최악의 지구온난화를 가정했다. 그 결과 개미 20종 중 16종이 지구온난화에 따른 변화를 보였다. 그 중 3분의 1인 남방계 개미는 서식지가 늘고, 나머지 북방계는 급감했다.
이를테면 오늘날 남부지방에 주로 사는 한 개미 종은 2090년 서식지가 함경도 일부를 제외한 한반도 전체로 확대되는 반면, 평안도와 함경도에 주로 사는 개미는 한반도 전역에서 채집될 확률이 20% 이하로 추정됐다. 전문가들은 "곤충의 변화는 식물은 물론, 곤충을 먹는 동물의 생태계에까지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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