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검은돈`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2012. 3. 31. 09:00ㆍ지구촌 소식
[WEEKEND 매경] 스위스 `검은돈`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매일경제 입력 2012.03.30 17:09
국제사회 압박으로 계좌접근 가능해져…홍콩·싱가포르로 이동 조짐
2009년 UBS자산운용 담당자인 브래들리 버켄펠드는 포브스 400대 부자로까지 선정된 억만장자 이고르 올레니코프와 짜고 스위스 비밀계좌를 통해 720만달러의 미국 세금을 포탈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 정부와 의회는 스위스 정부를 압박해 2010년 스위스 최대 은행 UBS로부터 탈세 혐의 미국인 4450여 명의 명단을 넘겨받는 데 성공했다. 스위스은행 비밀계좌의 빗장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역외탈세를 통해 돈을 빼돌렸다면 '검은 돈'을 안전하게 숨길 곳이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바로 스위스가 이 같은 검은 돈의 '성지'로 추앙(?)을 받아 왔다. 쌍두마차는 바로 UBS와 크레디트스위스. 전체 스위스 예금 중 50%를 차지하는 두 은행이 보유한 비밀계좌는 수많은 영화에 등장할 정도로 관심의 대상이다.
국내에도 스위스은행 계좌를 보유한 사람이 적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2월 스위스 국세청이 한국에 배당세금 58억원을 돌려줬다. 이를 역으로 환산하면 스위스 은행을 거쳐 국내 증시로 들어온 수상한 자금이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세무당국은 추정했다.
하지만 정작 돈의 주인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스위스 과세당국이 그 세금을 누구에게서 거뒀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 제공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VIP고객을 상대하는 시중은행 PB들은 "스위스은행 계좌 개설은 생각보다 간단하다"고 입을 모은다. 오히려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정보가 새어나갈 염려가 없다는 것.
그렇다고는 해도 계좌 개설에 들이는 공은 만만찮다. 한 PB는 "스위스은행 계좌 개설을 숨기기 위해 프랑스나 독일까지 항공기로 이동한 뒤 기차편으로 스위스로 들어간다는 말을 들었다"며 "스위스에서도 현금만을 사용하며 자신이 스위스에 왔다는 기록을 남기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한 외국계 은행 관계자는 "비실명 고객이 사망한 뒤 계좌정보가 상속되지 않아 스위스은행에 귀속되는 돈이 짭짤하다는 후문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차 대전 때 사망한 유대인들 자금이 계좌주를 모른다는 이유로 유가족에게 전달되지 않아 1999년 세계유대인연합회가 스위스은행을 상대로 12억달러의 반환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국제사회의 압력으로 스위스은행의 비밀문이 열리면서 검은 돈은 이미 이동을 개시했다고 금융 전문가들은 말한다. 대상지는 아시아. 특히 홍콩과 싱가포르가 주요 타깃으로 지목된다.
싱가포르는 스위스나 리히텐슈타인 등에 가려 있지만 아시아에서 은행 비밀주의가 가장 높은 국가로 꼽힌다.
홍콩도 거주자의 역외소득에 대해 소득세를 물리지 않는 데다 예금 등 거래내용을 금융회사가 국세청에 보고하지 않는다는 점이 매력 요인으로 꼽힌다.
다른 PB는 "스위스 등에서 돈을 빼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에서 자금을 세탁한 뒤 홍콩 등으로 옮긴다"고 귀띔했다. 후진적인 개도국의 금융시스템이 자금 추적을 오히려 어렵게 한다는 설명이다.
정부도 이를 의식한 듯 싱가포르, 홍콩과의 조세정보 공조를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전정홍 기자]
2009년 UBS자산운용 담당자인 브래들리 버켄펠드는 포브스 400대 부자로까지 선정된 억만장자 이고르 올레니코프와 짜고 스위스 비밀계좌를 통해 720만달러의 미국 세금을 포탈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 정부와 의회는 스위스 정부를 압박해 2010년 스위스 최대 은행 UBS로부터 탈세 혐의 미국인 4450여 명의 명단을 넘겨받는 데 성공했다. 스위스은행 비밀계좌의 빗장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지금까지는 바로 스위스가 이 같은 검은 돈의 '성지'로 추앙(?)을 받아 왔다. 쌍두마차는 바로 UBS와 크레디트스위스. 전체 스위스 예금 중 50%를 차지하는 두 은행이 보유한 비밀계좌는 수많은 영화에 등장할 정도로 관심의 대상이다.
국내에도 스위스은행 계좌를 보유한 사람이 적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2월 스위스 국세청이 한국에 배당세금 58억원을 돌려줬다. 이를 역으로 환산하면 스위스 은행을 거쳐 국내 증시로 들어온 수상한 자금이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세무당국은 추정했다.
하지만 정작 돈의 주인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스위스 과세당국이 그 세금을 누구에게서 거뒀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 제공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VIP고객을 상대하는 시중은행 PB들은 "스위스은행 계좌 개설은 생각보다 간단하다"고 입을 모은다. 오히려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정보가 새어나갈 염려가 없다는 것.
그렇다고는 해도 계좌 개설에 들이는 공은 만만찮다. 한 PB는 "스위스은행 계좌 개설을 숨기기 위해 프랑스나 독일까지 항공기로 이동한 뒤 기차편으로 스위스로 들어간다는 말을 들었다"며 "스위스에서도 현금만을 사용하며 자신이 스위스에 왔다는 기록을 남기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한 외국계 은행 관계자는 "비실명 고객이 사망한 뒤 계좌정보가 상속되지 않아 스위스은행에 귀속되는 돈이 짭짤하다는 후문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차 대전 때 사망한 유대인들 자금이 계좌주를 모른다는 이유로 유가족에게 전달되지 않아 1999년 세계유대인연합회가 스위스은행을 상대로 12억달러의 반환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국제사회의 압력으로 스위스은행의 비밀문이 열리면서 검은 돈은 이미 이동을 개시했다고 금융 전문가들은 말한다. 대상지는 아시아. 특히 홍콩과 싱가포르가 주요 타깃으로 지목된다.
싱가포르는 스위스나 리히텐슈타인 등에 가려 있지만 아시아에서 은행 비밀주의가 가장 높은 국가로 꼽힌다.
홍콩도 거주자의 역외소득에 대해 소득세를 물리지 않는 데다 예금 등 거래내용을 금융회사가 국세청에 보고하지 않는다는 점이 매력 요인으로 꼽힌다.
다른 PB는 "스위스 등에서 돈을 빼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에서 자금을 세탁한 뒤 홍콩 등으로 옮긴다"고 귀띔했다. 후진적인 개도국의 금융시스템이 자금 추적을 오히려 어렵게 한다는 설명이다.
정부도 이를 의식한 듯 싱가포르, 홍콩과의 조세정보 공조를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전정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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