多문화·패기가 한인 1.5세대(한국에서 태어나 부모따라 이민 온 세대)를 美 정상에 세웠다

2012. 3. 26. 07:10C.E.O 경영 자료

多문화·패기가 한인 1.5세대(한국에서 태어나 부모따라 이민 온 세대)를 美 정상에 세웠다

교육열, 완벽한 영어 - 부모의 아낌없는 투자
한·미 문화 동시에 접해 사고의 폭도 그만큼 넓어… 2세대 비해 성공의지 높아
조선일보 | 워싱턴 | 입력 2012.03.26 03:23 | 수정 2012.03.26 05:43

 

"우리 부모님들이 처음 미국 에 이민 와서 굉장히 많은 희생을 한다. 우리는 그 덕분에 잘 먹고 살며 공부를 열심히 할 수 있었다. 우리 세대는 이를 보답하기 위해 개인적으로도 성공하고 세계를 위해서도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할 책임이 있다."

한국계로서 처음으로 세계은행(WB) 총재에 지명된 김용 다트머스대 총장은 2009년 한 한인 모임에서 미국 내 '한인 1.5세대'들의 역할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1.5세대란 한국에서 태어나 청소년기 전에 부모를 따라 이민 온 세대를 뜻한다. 김 총장 역시 5살 때 아이오와주로 이민을 간 1.5세대다.

김 총장의 세계은행 총재 지명을 계기로 1.5세대들의 성공 스토리가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청소년기에 한국·미국 어느 쪽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하는 '정체성의 혼란'을 겪기도 하지만, 이를 성공에 대한 의지로 발전시켜 미 주류 사회의 핵심에 진출하고 있는 것이다.

중학교 1학년 때 부친을 따라 미국에 이민 온 성 김 주한 미대사는 35년 만에 한미 수교 129년 역사상 첫 한국계 주한 대사에 발탁됐다. 펜실베이니아대, 로욜라 법대를 거쳐 검사로 활동했던 그는 외교관으로 전직한 뒤 한국계로서 첫 미 국무부 한국과장, 첫 대사급(6자회담 특사) 발탁 등 늘 '최초'란 수식어를 달고 다녔다.

13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미국 과학기술의 자존심 벨 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김종훈 소장은 중학교 2학년 때 가난을 벗어나 새로운 기회를 찾으려는 부모를 따라 미국에 왔다. 그는 밤새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비를 벌어야 하는 힘든 상황 속에서도 존스홉킨스대 전자공학과를 거쳐 메릴랜드대에서 통상 4~6년 걸리는 공학박사 학위를 2년 만에 마쳤다. 그가 창업한 ATM 통신장비 벤처기업 유리시스템즈는 루슨트테크놀로지스가 10억달러에 사들였고, 이는 김 소장을 미국 내 400대 부자 반열에 올려놨다.

6살 때 미국으로 건너온 석지영 하버드 법대 교수는 2006년 33살의 나이로 하버드 법대의 첫 한국인 교수가 됐다. 2010년에는 아시아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이 대학의 종신교수로 임용됐다.

지난해 머리에 총상을 입은 가브리엘 기퍼즈 하원의원의 수술 집도를 맡아 미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애리조나대 의대 외상외과전문의 피터 리 박사, 이명박 대통령 국빈 만찬 때 미셸 오바마 여사의 드레스를 만든 차세대 디자이너 두리 정, 민주당이 선정한 '떠오르는 정치인 10인'에 선정된 마크 김 버지니아주 하원의원 등도 모두 어린 나이에 미국으로 건너와 성공을 이룬 1.5세대들이다.

이처럼 1.5세대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데는 이민 1세대 부모들의 높은 교육열과 동기부여가 긍정적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1세대들은 낯선 땅에서 고생하면서도 자식들에게는 "너만은 꼭 성공해야 한다"며 교육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또 1.5세대들은 언어장벽이 없을 뿐 아니라, 한국·미국 문화를 동시에 접했다는 문화적 배경 때문에 사고의 폭이 넓다는 장점도 있다. 한 교포단체 관계자는 "1.5세대는 1세대와 달리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하고, 2세대에 비해 성공에 대한 의지가 더 높다"고 했다.

하지만 정체성 혼란기를 제대로 극복하지 못하는 1.5세대에게는 부모들의 기대가 오히려 스트레스로 작용해 일탈로 빠지게 되는 경우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