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3. 27. 08:33ㆍ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돈 많고 잘 나가는 미혼여성들 "나중에 건강한 애 낳으려고 강남서…"
"한 살이라도 젊을 때" 晩婚여성 36명 난자은행에 난자 맡겨
왜? - 고령 출산 부작용 걱정, 건강한 아기 낳고 싶어서
미국에선 - 5000명 넘게 난자은행 이용, 9년 전 동결… 출산 성공도
종교·윤리 문제 찬반 - 복지부 "법적 문제 없다", 천주교 "배아도 생명이다" 조선일보 남정미 기자 입력 2012.03.27 03:17 수정 2012.03.27 08:23
디자인 회사에 다니며 일에 빠져 지내다 결혼 적령기를 놓친 손수연(가명·39)씨는 2년 전 자신의 난자 3개를 '난자은행'에 맡겼다. 마흔이 넘으면 임신과 출산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얘기 때문이었다. 손씨는 고민 끝에 서울 강남의 한 병원에서 운영 중인 난자동결은행에서 난자를 채취, 영하 196도로 급속 동결해서 보관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나중에 임신을 원할 때 녹여서 수정하면 보통 여성처럼 임신이 가능하다. 손씨는 "한 살이라도 젊을 때 건강한 난자를 보관해 놓았다가 아이를 가지길 원할 때는 보다 안전하게 임신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편하다"고 말했다.
최근 만혼(晩婚)이 늘면서 난자은행에 미혼 여성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서울 차병원의 난자은행의 경우 현재 난자를 동결 보관 중인 여성 난자(107명) 중 손씨처럼 미혼으로 향후 출산을 고려한 여성들은 36명에 이른다.
난자은행은 당초 암이나 백혈병 등에 걸려 방사선 치료를 받아야 할 여성들이 난자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만혼 여성이 안전한 임신을 원해 찾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이다. 차병원 외에도 서울의료원, 서울라헬 여성의원 등 난자동결 기술을 가진 병원에도 미혼 여성들의 난자 동결 문의가 이어진다. 서울의료원 관계자는 "주로 경제적 여유가 있는 '골드미스'들의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이 같은 난자은행은 미국 등에서는 이미 상당히 확산돼 있다. 미국의 불임자 단체인 '출산희망(Fertile Hope)'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만 5000명 이상이 난자은행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산 연장(Extend Fertility)'이라는 불임클리닉은 2002년부터 미혼 여성만을 위해 난자은행을 운영할 정도다.
난자은행을 통해 출산에 성공한 사례도 나왔다. 지난달 미국인 L(46)씨는 미국 LA차병원 불임센터에서 미혼이었던 9년 전 동결한 자신의 난자를 이용해 임신하는 데 성공했다. 전문직 종사자였던 L씨는 불임 사유는 없었으나, 나이를 고려해 미리 20여개의 난자를 보관했다가 작년 결혼 직후 난자를 해동해 임신한 뒤 출산까지 한 것이다. 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 윤태기 소장은 "'미래에 건강한 아기가 태어났으면' 하는 마음에서 난자를 보관하는 미혼 여성의 사례가 미국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늘고 있다"며 "의학적으로도 기술이 많이 발전해 임신 가능한 난자 보관 기간(현재 10년 안팎)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법상 본인의 희망에 따른 난자 동결에는 법적 문제는 없지만, 종교적·윤리적 우려는 여전히 나온다.
보건복지부 생명윤리안전과 이은지 주무관은 "타인에게 양도·판매하는 것이 아니고 보관 기간만 명시해서 지킨다면 법적인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반면 천주교 서울대교구 생명윤리소 구인회 소장은 "난자를 해동해 체외수정을 시키는 과정에서 여러 개의 배아를 만들어 하나만 선별하고 나머지는 버리는데, 이럴 경우 배아를 생명으로 보는 종교적 입장에서는 비윤리적인 행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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