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바람 뚫고… 바닷물 막고… ‘건설 코리아’ 제2의 황금기

2012. 4. 7. 08:25건축 정보 자료실

모래바람 뚫고… 바닷물 막고… ‘건설 코리아’ 제2의 황금기

현대건설, UAE-싱가포르 해외건설 현장 르포 동아일보 | 입력 2012.04.04 03:12

 

[동아일보]

해외 건설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의 선전이 눈부시다. 2005년 이후 지난해까지 7년 연속 100억 달러 수주를 돌파했다. 올해는 역대 두 번째로 높은 700억 달러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고, 당분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런 성공은 국내 업체들의 탄탄한 시공 능력에다 1970년대 이후 쌓아온 중동과 아시아지역에서의 수주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어떠한 역경에도 정해진 계약기간에 반드시 공사를 끝내는 한국 건설인 특유의 성실성도 한몫하고 있다.





현대건설이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 남서쪽 140km 지점에 위치한 사막 한복판에 짓고 있는 합산 가스 플랜트 건설현장(위)과 싱가포르 주롱지구의 바다 밑 지하 130m 지점에 조성 중인 주롱 유류 비축기지 현장. 현대건설 제공

현대건설이 가동 중인 아랍에미리트(UAE)의 합산 가스플랜트 건설 현장, 싱가포르의 주롱 유류 비축기지 건설 현장 등은 한국 해외 건설의 약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곳이다.

합산 가스플랜트 건설공사는 UAE 수도 아부다비 남서쪽 140km 지점에 위치한 사막 한복판에 인근 바닷가에서 뽑아낸 천연가스를 정제하는 대규모 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공사비만 17억 달러(약 2조2000억 원)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이곳은 올 4∼11월 한낮이면 섭씨 40∼50도를 넘나드는 더위에다 수시로 불어대며 눈을 제대로 뜰 수조차 없게 만드는 모래바람이 최대의 난적이다.

이런 악조건에 작업 가능한 일수는 한국에서보다 20∼30%는 적다. 또 자재를 국내에서 조달해야 하는 어려움도 따른다. 이런 이유로 유럽이나 일본 등지에서 온 경쟁국 건설사들은 공사기간을 제때 맞추지 못해 발주처와 소송을 벌이는 일이 빈번하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매일 현장에 7800여 명의 인력을 투입하여 경쟁업체들보다 공사 진행을 3, 4개월 정도 단축하고 있다.

주롱 유류 비축기지는 바다를 매립해 만든 석유물류기지인 '주롱지역'에 깊이 130m의 수직터널을 뚫은 뒤 바다 밑 지하에 대규모 기름 저장고를 짓는 공사 현장이다. 동남아 최초의 지하 유류 비축기지가 될 이곳에 저장될 기름은 930만 배럴로 한국 전체 유류소비량의 4일 치에 해당한다.

기지를 지하에 설치하다 보니 기온이 연중 30도를 넘나드는 데다 습도가 높아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흐른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공간을 만들기 위한 발파나 굴착공사가, 다른 한쪽에서는 스며드는 바닷물을 막기 위해 생명을 건 작업들이 24시간 쉼 없이 진행되고 있다. 현장소장인 김영 상무는 "싱가포르는 퇴적암이 많아 해저암반을 뚫을 때마다 물이 쏟아져 들어와 공사가 쉽지 않다"며 "하지만 계약된 준공시기를 맞추는 데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고, 이에 싱가포르 발주처에서도 만족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부다비·싱가포르=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