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종도의 `몰락`…반값 아파트 속출

2012. 4. 17. 09:10부동산 정보 자료실

영종도의 `몰락`…반값 아파트 속출

입력: 2012-04-15 17:10 / 수정: 2012-04-16 15:41
금호어울림2차 14채 감정가의 50%에 낙찰…영종하늘도시에선 입주 거부 확산

법원 경매시장에서 반값 이하로 처분되고 있는 인천 영종도 영종어울림2차 모습.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


경매 낙찰가격이 분양가 대비 반토막 이하로 떨어진 아파트가 수도권에서 등장했다. 최악의 분양 성적을 내고 있는 인천 영종도 아파트들이 법원 경매시장에서 감정가50%, 분양가의 42% 수준에서 처분되고 있는 것이다. 공급과잉, 기반시설 부족, 주변 개발계획 좌초 등의 영향으로 미분양이 쌓이면서 실수요자들이 외면한 영향이다. 이 여파로 인접한 영종하늘도시 입주예정자들의 입주 거부 움직임도 거세지고 있다.

○반값 낙찰 속출

15일 인천지방법원에 따르면 올 들어 영종도 운서택지개발지구에서 경매에 부쳐지는 중대형 아파트 낙찰가율이 감정가격의 50% 전후에서 형성되고 있다.

지난달 12일에는 영종어울림2차 202동 601호(177㎡·53평형)가 감정가(6억원) 대비 47% 수준인 2억8300만원에 팔렸다. 이 같은 낙찰가는 2007년 분양가(6억7000만원 전후)의 42% 수준이다.

같은 달 16일에는 이 아파트 202동 320호가 감정가의 51%인 3억510만원에 낙찰됐다. 또 13일에도 이 아파트 202동 802호가 감정가의 50%인 3억100만원에 새주인을 찾았다.

이 아파트는 올 들어 모두 17가구가 경매시장에 매물로 나왔으며, 이 중 14가구가 감정가격의 50% 안팎에서 새주인을 만났다.
 

반값 낙찰이 속출하면서 177㎡(53평형) 낙찰가격이 134㎡(40평형) 낙찰가를 밑도는 사례도 나왔다. 지난달 21일 134㎡ 낙찰가격은 3억1089만원으로, 같은 달 16일 낙찰된 177㎡(3억510만원)보다 500만원가량 높았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중대형이라고 하더라도 감정가의 70% 전후에서 낙찰되는 게 보통”이라며 “영종도에서만 벌어지는 예외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경매 전문가들은 이달 경매예정된 물량들도 반값 낙찰 행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영종하늘도시 초긴장

반값 낙찰이 이어지면서 운서지구와 접한 영종하늘도시 입주 예정자들이 초긴장하고 있다. 운서지구에선 올 7월부터 내년 1월까지 모두 9개 단지·1만여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민간아파트가 7개 단지 8851가구이고, LH(한국토지주택공사) 임대아파트가 2개 단지다.

공급 과잉과 미분양 적체 영향으로 작년부터 인천의 매매 및 전셋값 하락이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데다 영종하늘도시엔 기본적인 생활기반시설마저 갖춰지지 않고 있어 정상적인 시세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인근 중개업소들은 입을 모았다.

LH에 따르면 영종하늘도시엔 모두 68개의 아파트 용지가 있다. 이 중 팔린 것은 고작 21개 필지다. 일반분양을 한 7개 필지의 경우 미분양 물량이 35% 수준인 3100가구에 달한다. 14개 필지는 아예 분양에 나설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상가의 경우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이곳엔 모두 537개 필지의 상가용지가 있지만 매각된 것은 26개 필지에 불과하다. 이 중 착공에 들어간 곳이 단 한 곳도 없다. LH 청라·영종사업단 관계자는 “입주민 불편을 덜기 위해 임시로 이동시장을 만들거나 가건물을 지어 약국 슈퍼 등 생활편의시설을 들이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교는 단지 주변에 초등학교 한 곳이 전부다.

한국판 브로드웨이를 만들겠다며 야심 차게 추진했던 영종브로드웨이 사업은 사업 추진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밀라노디자인시티 사업은 작년 법인이 파산해 현재 새로운 투자자를 물색 중이다. 영종도와 청라지구를 잇는 제3연륙교는 인천시, 정부, LH 간 이견으로 착공조차 못하고 있다.

입주예정자들은 집단소송을 낸 데 이어 입주 거부 운동에 들어갔다. 입주예정자 대표 연합회 관계자는 “정부와 공기업이 국민을 상대로 사기 분양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만큼 특단의 대책을 세워주지 않는 한 입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