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있으면 이자부담…없으면 전세금 폭탄…모두가 `루저`

2012. 4. 18. 09:04부동산 정보 자료실

집 있으면 이자부담…없으면 전세금 폭탄…모두가 `루저`

매일경제 | 입력 2012.04.17 17:23 | 수정 2012.04.17 20:29

 

계속 떨어질것 같아서…경제력 있어도 집 사기 꺼리고
전세로언발 오줌누기식 대책
작년 여섯차례 찔끔찔끔…효과 없었다

◆ 부동산 거래부터 살리자 ◆#1경기 용인 신봉동에 2009년 6억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했던 서 모씨(57ㆍ여). 4억5000만원짜리 기존 주택을 담보로 잡고 은행에서 추가로 3억5000만원을 대출받아 집을 샀다. 그러나 용인 아파트는 구입한 지 3년 만에 2억원이나 시세가 떨어졌다.

↑ 극심한 거래 부진이 지속되자 서울 잠실 신천역 인근 한 아파트단지 인근 중개업소에 시세보다 대폭 낮춘 "급급매물"까지 등장했다. <이승환 기자>

그동안 은행에 갖다 바친 수천만 원 이자비용까지 감안하면 대출원금에 버금가는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담보로 잡힌 기존 주택 역시 가격이 7000만~8000만원 떨어졌고, 그나마 부동산에 내놔도 몇 년째 입질조차 없다.

#2집값이 떨어졌다고 해서 세입자의 삶이 편해진 것도 아니다. 4년 전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에서 전세를 살던 이현화 씨(34)는 오산으로 이사갔다.

동탄에 세 살던 85㎡ 아파트 전세금이 2년 후 5000만원이 뛰어 인근 병점지구로 이사갔지만 전세금은 1년 만에 다시 3000만원이 또 올랐다. 이씨는 "집주인이 계약이 만료 안됐는데 자기도 대출금을 갚아야 한다며 이사비용을 쥐어주며 집을 비워달라고 하소연했다"고 말했다.

주택거래 마비에 시장엔 온통 패자만 남았다. 집 있는 사람은 집 없는 사람 역시 1년 새 수천만 원이나 오르는 전세금 탓에 '렌트 푸어'추락하는 집값과 나날이 치솟는 금리 부담에 '하우스푸어'로 전락했다.  신세로 추락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초부터 말까지 총 여섯 번에 걸쳐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매매시장, 전세시장 어느 것 하나 뚜렷하게 해결된 건 없다. 정치권은 여론 눈치를 살피고 정부는 정치권 눈치만 보느라 주저하는 사이 시장은 점점 망가지고 있는 것이다.

국토연구원이 조사한 '서울 및 수도권 지역별 점유형태 조사'에 따르면 MB정권 출범 직후인 2008년 말 50.7%였던 자가소유 비율은 2010년 현재 46.56%로 오히려 떨어졌다. 전세 거주자는 29.56%에서 29.44%로 소폭 감소했다.

늘어난 것은 보증부 월세와 월세ㆍ사글셋집 거주자뿐이다. 그린벨트까지 헐어 서민 주거안정 꿈을 실현해 주겠다는 MB정부의 '보금자리주택'도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셈이다.

매일경제가 부동산1번지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참여정부 시절 수도권 아파트값은 77.1% 상승했고, 전세금은 15.09% 올랐다. 반면 MB정부 출범 이후 수도권 아파트값은 3.06% 하락했지만 전세금은 27.43%나 급등했다.

채훈식 부동산1번지 조사실장은 "집을 살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을 갖춘 중산층도 집 사기를 꺼리고 전세로 가면서 전세금이 폭등한 것"이라며 "집주인들이 대거 월세ㆍ보증부 월세로 전환하면서 자가소유 비율도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참여정부에 비해 MB정부가 집값을 안정시켰다는 공로에도 불구하고 비난을 받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전세정책 실패다.

시장 냉각기에 과감한 규제해제를 통해 거래 정상화와 전세수요의 매매전환을 유도했다면 오늘과 같은 시장 왜곡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부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때도 한 칼에 시장에 강하고 효과적인 '시그널'을 주기보다는 여론 눈치를 살피면서 찔끔찔끔 '언발에 오줌누기식' 대책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박종철 골든리얼티 부동산연구소 대표는 "지난해 정부가 다주택자 장기보유공제를 허용하면서 정작 양도세 중과 폐지는 몇 달 뒤로 미뤘다"며 "한번에 발표하면 효과가 클 정책들이 찔끔찔끔 나오면서 시장기대만 높이고 정책 효과는 반감시키는 꼴이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무주택자와 유주택자를 편가르는 정치논리가 부동산 정책에서 배제돼야 모두가 윈윈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산하 토지주택연구원은 최근 '소득 3만~4만달러 시대의 주택수요특성과 주택공급방식' 보고서를 통해 "2020년께 우리나라 국민소득이 2배 수준으로 늘어도 국민의 자가 보유율은 현재 수준인 60%대로 정체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 국토연구원의 지난해 주거실태 조사를 살펴봐도 참여정부 때인 2006년 평균 7.9년 걸리던 내집 마련 소요 기간은 2008년 8.96년, 2010년 말에는 9.01년으로 되레 늘어났다. 자가 보유 욕구가 점점 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반면 국내 장기임대주택 비율은 현재 4.6% 수준으로 OECD 국가 수준인 11.5%에 훨씬 못미치고 있다.

권주안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101%에 이르는 주택보급률에 훨씬 못미치는 자가 보유율을 감안했을 때 국내 임대주택 공급시장에서 다주택자 역할 비중은 절대적"이라며 "가격 상승전망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다주택자들을 민간 공급자로 적극 활용해야 유주택자와 무주택자 모두 윈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