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업계 `퇴출 공포` 확산…"상반기 10여곳 법정관리 갈 것"

2012. 4. 18. 09:20건축 정보 자료실

입력: 2012-04-17 17:07 / 수정: 2012-04-18 03:12
시장 5년 침체…수주 끊기고 PF에 발목

금감원, 신용평가 돌입…살생부 나돌아
"DTI 규제 당장 풀어 거래 숨통 터줘야"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상태인 우림건설 채권금융기관이 19일 내놓을 예정인 ‘채권 재조정 및 유동성 지원 안건에 대한 종합대책’ 결과를 두고 주택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회의는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이 제안한 620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이 일부 금융권의 반대로 무산된 뒤 다시 한번 자금지원 여부를 최종적으로 의논해보자는 것이다. 우림건설은 채권단의 75%가 찬성하지 않으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작년 매출이 3484억원으로 2010년보다 26.4% 줄어든 데다 순손실이 1749억원에 이르는 등 실적 악화가 지속되고 있어서다.

◆워크아웃 건설사 대규모 적자 행진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결산보고서를 제출한 시공능력평가 100위 이내 14개 워크아웃 건설사 가운데 신동아건설과 동문건설을 제외한 12개 건설사가 적자를 나타냈다. 고려개발(2350억원) 진흥기업(2127억원) 남광토건(1596억원) 등의 적자 규모는 1000억원을 웃돌았다. 벽산건설(840억원) 삼호(463억원) 중앙건설(603억원) 금호산업(495억원) 등도 주택개발사업의 부실 여파로 대규모 손실을 내는 등 워크아웃 건설사들이 적자의 늪에 허덕이고 있다.

이들 업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5년 가까이 부동산 경기 침체로 고전하고 있다. 건설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신규수주가 끊기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잔액에 발목이 잡혀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금융권에서는 이들 건설사에 대한 지원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추가적인 자금지원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어 생존공포가 심화되고 있다.

중견건설사 한 영업담당 임원은 “대형 건설사들은 대형 공공공사와 해외플랜트·발전사업 등의 수주가 활발한 편이지만 경기에 민감한 주택사업이 핵심인 중소 건설사들은 극심한 수주불황에 시달리고 있다”며 “그나마 수주하는 것도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내놓는 저가 위주의 주택공사가 전부여서 이익을 남기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말했다.


◆상반기 10여개사 법정관리설 나돌아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실적을 바탕으로 건설사들의 신용평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주택업계에는 최근 금융당국이 집중관리하는 요주의 건설사 목록인 블랙리스트들이 떠돌고 있어 공포감이 가중되고 있다. 상반기 중 10여개 건설사들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것이란 게 소문의 요지다.

    

< 미분양 쌓이는데… > 워크아웃 건설사들이 미분양 지속, 신규 수주 감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으로 재정난 악화가 지속되면서 대규모 적자의 늪에 허덕이고 있다. 한 워크아웃 건설사가 경기도 파주에 짓고 있는 아파트 공사 현장. 한경DB


주택업계도 대체적으로 “추가적인 자금지원이 중단된 주택업체들은 극단의 선택을 피해갈 수 없다”고 내다보고 있다. 한 중견 건설사 사장은 “다수의 건설사들이 법정관리 신청을 고민하고 있다”며 “돈 들어올 곳은 없고, 월급도 몇 달째 못 주다보니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용지 등 자산 매각을 통해 자금 회수에만 몰두하는 채권단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워크아웃 건설사 재무담당 임원은 “워크아웃이 재무구조개선작업이 아니라, 금융권의 채무회수 작업에 불과하다”며 “비 올 때 우산을 빼앗는 상황이 너무나 일상화된 상태여서 중견 주택업체들이 조만간 공멸의 길로 접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도 “은행들이 채권 회수에만 올인하고 있다”며 “분양 가능성이 양호한 현장에는 공사대금을 지원해 사업을 정상화시키는 게 워크아웃 본질일 텐데, 그것보다는 남은 자산을 매각해 채권 회수하는 데만 열중하다 보니 회생이 가능한 업체들마저 몰락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건설업계주택 거래 활성화를 통한 건설 경기 회복 없이는 주택업체들의 생존이 불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흥순 대한건설협회 SOC주택팀 실장은 “총부채상환비율(DTI)규제를 완화해 주택 구입을 늘리는 등 부동산 시장 회복 조치가 절실하다”며 “2007년 47만가구를 넘었던 아파트 인허가 규모가 작년엔 35만가구까지 감소한 만큼 시장을 정상화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진수/이정선 /김보형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