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어버이날…보육苦에 내몰린 `싱글 대디`

2012. 5. 7. 19:50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8일 어버이날…보육苦에 내몰린 `싱글 대디`

매일경제 | 입력 2012.05.07 17:45

 

"아침 늦잠에 세자녀 몽땅 지각…일·양육 하루하루가 생존경쟁"

부인과 사별하고 홀로 세 아들을 키워온 '싱글 대디(single daddy)' 김 모씨(46)에게 지난 8년은 온통 막막한 일뿐이었다.

어느덧 첫째가 재수생(20), 둘째가 고등학교 1학년(16), 막내가 중학교 1학년(13)이 됐지만 아이들이 어릴 때 일상은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회사를 제쳐두고 깜빡 잊었던 초등학생 막내의 학교 식사 당번을 나간 적도 있고 전날 회식 때문에 늦잠을 자 삼형제를 몽땅 지각시킨 적도 있다. 첫째가 학교폭력을 당했을 때 마음고생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싱글 대디'의 비명이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일과 함께 사실상 경험이 없던 양육을 홀로 떠맡은 이들 싱글 대디는 하루하루 '이중고(二重苦)'를 견뎌내고 있다.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아버지 혼자 미혼 자녀를 키우는 '부자(父子) 가구'는 1995년 17만2398가구에서 2010년 34만7448가구로 15년간 배 이상(101.5%) 늘었다. 이 같은 증가율은 같은 기간 모자(母子) 가구 증가율 58.3%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다.

황은숙 한국한부모가정 사랑회장은 "사회가 '양성평등' 구조로 바뀌면서 재산분할, 면접교섭권 등 여성을 위한 보호장치가 강화돼 싱글 대디가 늘어난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전체 싱글 대디의 절반 수준인 45.8%는 한창 일할 나이인 30ㆍ40대에 생계를 꾸리면서 어린 자녀까지 양육하고 있었다. 2010년 기준 40대(만 40~49세) 싱글 대디가 12만2084명으로 가장 많았고 50대(11만7042명ㆍ33.7%)와 60대 이상(6만2863명ㆍ18.1%), 30대(3만7228명ㆍ10.7%)가 뒤를 이었다.

4년 전 아내와 이혼한 박희준 씨(35)는 하던 장사를 그만두고 택시기사로 전업했다. 초등학생 두 남매의 양육을 책임지게 되면서 필요할 때마다 자녀를 돌볼 수 있는 직업을 찾은 것이다. 하지만 바깥일만 하던 박씨에게 집안일과 밥벌이를 병행하는 건 쉽지 않았다. 월급도 100만원 남짓에 그쳤다. 박씨가 최근 아이들과 함께 숙식을 해결할 수 있는 인천의 부자보호시설에 들어간 이유다. 전국 유일한 싱글 대디 가족 보호시설이다.

20년 전 부인과 함께 한국에 온 중국동포 남 모씨(49)는 아들이 초등학생이 될 무렵 불법체류자였던 부인과 생이별했다. 전국 각지의 건설현장에서 일하느라 한 달에 한두 번밖에 집에 들르지 못하는 남씨는 작은 누이에게 올해 중학생이 된 아들을 맡기고 있다. 남씨는 "밥부터 빨래까지 집안일을 혼자서 해결하는 데 익숙한 아들을 보면 대견하면서도 가슴이 먹먹할 때가 많다"고 전했다.

이처럼 남다른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싱글 대디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정부 지원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최재순 인천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는 "미혼모의 경우 아이를 직접 데리고 키우는 경우가 많지만 양육이 익숙지 않은 싱글 대디에겐 사회적 대책이 필요하다"며 "국가가 싱글 대디의 가정적 안정을 위한 지원에 나설 시점이 됐다"고 지적했다.

[윤재언 기자 / 배미정 기자 / 조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