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싸움 국회' 오명 벗어날까

2012. 5. 20. 09:33이슈 뉴스스크랩

[19대 국회, '소통·민생' 정치로①]'몸싸움 국회' 오명 벗어날까

뉴시스 | 박대로 | 입력 2012.05.20 06:01

 

[편집자 주]다음달 19대 국회가 첫 개원을 하면서 공식 출범하게 된다. 19대 국회가 진정 국격에 걸맞는 모습을 되찾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와 올바른 역할에 대해 모두 6차례에 걸쳐 진단해 본다.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정쟁과 폭력으로 얼룩졌던 18대 국회의 이미지를 깨끗이 씻어내고 19대 국회가 '타협과 생산적인 국회'로 거듭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8대 국회는 여야간 타협과 협의정신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해 국회의장 직권상정과 여당의 날치기 처리가 비일비재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여당의 단독 처리를 막으려는 야당은 몸싸움은 물론 최루탄까지 동원하는 짓도 불사해 본회의장이 아수라장으로 변하는 일이 허다했다.

◇'정치는 없고' 막말과 폭력 난무했던 18대

정치가 실종되다 시피한채 막말과 폭력이 앞서는 행태가 국회에서 버젓이 전개돼왔다.

그러다 보니 정치인들에게는 시정잡배들과 다름없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이 대수롭지 않게 따라 붙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실제로 2008년 12월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놓고 여야 의원들이 몸싸움을 벌이던 중 전기톱과 해머, 소방호스가 등장했다.

이듬해인 2009년 7월에는 미디어법 처리를 놓고도 여야가 동시에 본회의장 점거에 나서면서 주먹다짐이 벌어지기도 했다.

2010년 연말에는 아랍에미리트(UAE) 파병안, 4대강 사업 특혜법으로 불리던 '친수구역특별법' 등 쟁점법안도 직권상정으로 처리됐다.

당시 여야 의원과 보좌진들의 난투극이 벌어지면서 'K-1 격투기 국회'라는 쓴소리를 듣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 과정에서도 한나라당 의원들의 기습 점거와 강행 처리로 얼룩졌다. 이 과정에서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이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뜨리는 사상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일련의 폭력사태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국회의장 또는 상임위원장이 질서유지권을 발동한 건수는 18대 국회를 통틀어 9건에 이른다.

이러다보니 국민들에게 국회는 당리당략만 쫓는 정치꾼들의 싸움터라는 이미지로 각인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국회 선진화법'통과로 탈바꿈할 수 있는 기반 마련돼

국회는 이런 현상에 대해 국민들의 비판과 비난이 쇄도하자 일명 '국회 선진화 법'이자 '몸싸움 방지법'을 가까스로 마련했다. 지난 2일 열린 18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

이번에 개정된 국회법은 폭력사태의 근본원인이었던 국회의장 직권상정을 극도로 제한하고 있다.

직권상정을 할 수 있는 경우는 천재지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및 각 교섭단체대표의원 간 합의가 있는 때로 한정됐다.

개정안에는 '몸싸움 국회'를 '말싸움 국회'로 변모시키기 위한 필리버스터(filibuster,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제도도 포함됐다.

이 제도는 국회 내 다수파인 여당이 쟁점법안을 강행 처리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합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의사진행을 의도적으로 방해하는 것으로서 이번 개정안에서는 '무제한 토론제'라는 명칭으로 반영됐다.

앞으로 법안 통과에 반대하는 한 의원이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동의를 얻은 후 해당 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을 시작하면 의원 1인당 1회에 한 해 시간제한 없이 토론을 할 수 있다.

한 의원이 화장실에 가거나 부득이 연단을 떠날 경우 동료 의원이 다시 재적의원 3분의 1 동의를 얻은 후 무제한 토론을 이어갈 수 있다.

즉 몸싸움이 아닌 말싸움을 통해 반대의사를 표출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이 제도의 취지다.

이밖에 개정안에는 몸싸움과 의장석 점거를 방지하기 위한 처벌조항도 포함됐다.

앞으로 의장석이나 위원장석을 점거한 의원에 대해서는 본회의에 징계안이 부쳐져 지체 없이 의결된다. 또 의원의 국회 회의장 출입을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징계토록 했다.

질서문란행위를 한 의원에 대한 징계 수위는 공개회의에서의 경고·사과의 경우 '2개월 동안 월급의 2분의 1 감액', 30일 이내 출석정지의 경우 '3개월 동안 월급 전액 감액'으로 정해졌다.

◇정당과 의원들의 인식·자세 변화 이뤄져야

국회법 개정으로 국회가 선진화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한 것은 사실이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정당과 의원들의 인식과 자세 변화다.

아무리 훌륭한 제도가 갖춰졌다 하더라도 국회를 운영하는 주체인 정당과 의원들 개개인이 기존의 구태의연한 행태에서 벗어나 설득과 타협을 중시하는, 성숙한 활동을 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일단 징조는 나쁘지 않다.

이번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킨뒤 여야 양당 원내대표가 몸싸움 국회는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황우여 전 원내대표는 "총선 현장을 다녀보면 어린아이부터 경로당에 계신 어르신까지 국회에서 싸움하지 말라는 얘기를 간곡히 하셨다"며 "이제는 더 이상 몸싸움이나 망치, 최루탄 같은 모습이 세계 TV에 한국 국회의 모습으로 나가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민주통합당 김진표 전 원내대표도 "직권상정이 없다는 전제 하에서는 야당 의원들이 국정 현안을 실제로 개선할 수 있도록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함께 해결하려 노력하기 때문에 모든 문제가 순조롭게 잘 풀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19대 국회를 이끌 신임 원내대표들도 국회내 몸싸움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우리가 각각 영남과 호남인데 우리 둘만 잘하면 잘 풀어갈 수 있다"며 "오늘이 유권자의 날이기도 한데 앞으로 우리가 유권자들에게 국회가 싸움터가 아닌 일터라는 사실을 보여줘야 한다. 옛날처럼 싸우다간 둘 다 쫓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와함께 "의원들의 자유투표를 최대한 보장할 것"이라고 밝혀 구체적 실행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박 원내대표도 "노태우 대통령 때 여소야대였지만 여야 합의를 통해 역대 국회 중 법안이 제일 빨리 통과됐다"며 "국회선진화법 통과를 계기로 국회가 대화와 협상을 하면 잘 될 것"이라고 여야 협상이 잘 이뤄질 것이라고 화답했다.

19대 국회가 더 이상 막말과 몸싸움이 완전히 사라진 진정 선진화된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다가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daero@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