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계속되다보니…' 돈문제로 이혼고민 급증

2012. 5. 20. 09:45이슈 뉴스스크랩

[조각난 한국가정④]'불황 계속되다보니…' 돈문제로 이혼고민 급증

뉴시스 | 배민욱 | 입력 2012.05.20 05:04

 

【서울=뉴시스】배민욱 기자 = 검은머리가 파뿌리가 되도록 살자고 다짐했던 남녀였다. 부부가 이같은 약속을 지키지 못한채 이혼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한국가정법률상담소의 지난해 상담 통계에 따르면 여성의 이혼상담(4360건) 가운데 경제갈등, 성격차이, 생활무능력, 장기별거, 배우자의 이혼강요, 알코올중독, 폭언 등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민법 제840조 6호-42.0%·1833건)가 1위를 차지했다.

이어 가정폭력(3호-31.9%·1390건), 남편의 외도(1호-15.2%·661건) 등의 순이었다.

반면 남성의 이혼상담(817건) 사유 중에는 경제갈등, 성격차이, 생활무능력, 배우자의 이혼강요, 불성실한 생활, 장기별거 등이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민법 제840조 6호-56.7%·463건)가 역시 1위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아내의 가출(2호-19.2%·157건), 아내의 외도(1호-15.8%·129건)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경제갈등-생활무능력 이혼사유

"남편은 내가 말렸음에도 불구하고 주식 투자로 1억원이 넘는 돈을 날렸어요. 성격도 포악해져 나와 다툴 때마다 이혼을 요구합니다. 다른 문제로 다툰다 하더라도 항상 결론은 다른 여자들은 돈도 잘 벌고 투자도 잘하는데 너는 집에서 뭐하고 있냐고 합니다. 아이들만 내가 키울 수 있다면 이혼하고 싶은데 구직이 쉽지 않아 그것 또한 걱정입니다."(40대 여성)

남녀 모두 경제갈등과 생활무능력을 이혼사유로 제시한 경우 많아졌다. 특히 아내의 생활무능력을 이혼사유로 제시한 남성수는 2.8배 증가했다.

남녀 모두 2010년에 비해 6호사유 중 경제갈등[여성 11.2%(164건)→12.8%(234건), 남성 6.8%(21건)→10.0%(46건)]과 생활무능력[여성 8.1%(119건)→8.8%(162건), 남성 1.6%(5건)→3.0%(14건)]이 증가했다.

특히 아내의 생활무능력을 이혼사유로 제시한 남성의 수가 약 2.8배가량 증가한 점이 주목된다. 남성들은 경기 침체로 인한 조기퇴직, 사업실패 등의 불안감을 호소하면서 아내가 전업주부로만 있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전업주부인 여성들은 남편과의 경제갈등이 심각할 경우 생활비를 타서 쓰는 것조차 비굴함이 느껴지나 자녀들의 성장으로 시간적 여유가 생긴다 하더라도 그동안 사회활동이 단절되어 일자리를 찾기가 어렵다는 호소를 해왔다.

◇"결혼조건 속였어요"…신뢰부족 이혼도장

"남편이 미혼인 줄 알고 교제를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남편은 이미 1번 이혼을 하고 전혼배우자와 사이에 자녀까지 뒀다. 그런데 결혼한 후 알고 보니 학력과 직장은 물론이고 없는 부모까지 속여 가짜로 상견례도 한 것이었다. 남편이 무섭다는 생각까지 들어 더 이상 결혼생활을 지속할 수가 없다."(30대 여성)

남녀 모두 결혼조건을 속였다는 이유로 이혼을 제시한 경우가 많았다. 처가의 지원을 기대하는 남성도 늘어났다.

남녀 모두 2010년에 비해 6호사유 중 '결혼조건 속임'에 관한 상담이 증가[여성 0.5%(7건)→0.8%(15건), 남성 1.3%(4건)→2.2%(10건)]했다. 한 여성은 남편이 학력이나 경제력뿐만 아니라 결혼경력까지 의도적으로 속여 신뢰할 수 없다며 이혼상담을 해오기도 했다.

일부 젊은 남성들 중에는 아내의 능력뿐만 아니라 결혼 후 처가의 환경이 열악한 점을 문제 삼거나 처가에서 적극적으로 경제적 지원을 해 주지 않는 것에 대해서까지 직접적으로 불만을 표시한 경우도 있었다.

당사자들보다 친정부모나 시부모가 사위나 며느리의 가정환경이나 경제적 환경 등을 문제 삼아 이혼상담을 하기도 했다.

상담소 관계자는 "결혼상대자 선택시 서로에 대한 신뢰나 사랑보다는 외적인 조건을 지나치게 중시하는 성숙하지 못한 결혼관에서 야기되는 결과"라고 꼬집었다.

mkba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