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국부다 ‘세계는 인재 전쟁’] ⑦ 최상위급 인재유치로 전략바꾼 이스라엘
2012. 5. 22. 09:40ㆍC.E.O 경영 자료
[사람이 국부다 ‘세계는 인재 전쟁’] ⑦ 최상위급 인재유치로 전략바꾼 이스라엘<세계일보>
- 입력 2012.04.24 19:52:30, 수정 2012.04.25 00:57:26
전세계 유태계 천재 2400명 ‘모국 회귀’ 국가 전략 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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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만한 땅에 인구 780만여명. 1948년 건국한 뒤 사막을 일구어 옥토로 만들고 초고속 성장을 이어간 기적의 나라 이스라엘. 주변이 적들로 둘러싸여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지만 1인당 명목상 국내총생산(GDP)은 우리나라보다 6∼8단계 높다(IMF, 세계은행, CIA통계). 미국 나스닥시장에는 미국 다음으로 많은 벤처기업을 진출시켰다. 이 나라는 요즘 새로운 위기를 극복하려고 몸부림치고 있다. 이란의 핵프로그램 위협 때문이 아니라 인재 때문이다.
◆인재유출은 국가 존립 위기
이스라엘이 전쟁의 위협보다 더 두려워하는 것은 두뇌의 해외유출이다. 정치지도자들은 천재들이 해외로 빠져나가 귀국하지 않는 것을 국가 존립의 위기로 보고 있다.
이스라엘은 1990년대 소련이 붕괴된 뒤 러시아출신 유태인 과학자들을 대거 받아들여 국가의 자산으로 활용했다. 이들에게 히브리어를 가르치고 짧은 시간 내에 자리를 잡도록 물심양면 지원했다. 그렇게 지원했던 러시아 과학자들과 그 후예들은 이스라엘의 벤처기업이 성공하는 데 거름이 됐다. 하지만 더 이상 이러한 고급두뇌는 자발적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이스라엘고등교육위원회(CHE)가 2009년 10월 인재 유출과 관련해 강력한 경고음을 울렸다. 수년간 지속된 고등연구비 삭감으로 이스라엘 학자 25%가 해외에 거주하는 길을 선택했다는 보고서였다. 2000여 과학자와 연구원들이 해외로 떠났다는 것.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비율이었다. 캐나다(12.2%)와 네덜란드(4%), 스페인(1.3%)과 비교해도 유난히 높았다. 이스라엘 대학들의 고급인력 48.3%가 55세 이상일 정도로 노화했다는 지적까지 더해졌다. 이 같은 인력으로는 기술발전 트렌드에 맞춰 연구를 진척시킬 수 없고 획기적인 진전을 이룰 수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유태인 박사를 귀국시켜라
그래서 눈을 돌린 곳이 미국과 유럽이다. 2010년 초부터 미국 등지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유태계 과학자와 학자들을 귀국시키는 문제를 연구했다.
이스라엘 재무장관 유발 스타이니츠는 2010년 1월 미국에서 예일대와 MIT출신 학자 200명을 만났다. 모두 이스라엘 출신이었다. 재무장관이 위기론을 설파하자 이들은 이스라엘로 돌아가고 싶지만 자리가 없다고 불평했다.
스타이니츠 장관은 눈이 번쩍 뜨였다. 노벨상 수상자를 10명이나 배출하고 바이츠만 등 세계적인 연구소가 있는데도 갈 곳이 없다니. 그는 예루살렘을 되돌아보았다.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톱클래스 인재를 담을 그릇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기존의 유명 연구소에는 오래된 학자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에 대한 정년 보장으로 인해 새 학자들은 발붙일 공간이 없었다.
이스라엘 과학인문아카데미(ASH) 조사에서는 미국(1370명)과 영국(179명), 캐나다(79명) 등에 거주하는 박사와 박사과정의 고급인력 2061명이 귀국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스라엘은 2011년 9월 미국에 있는 이스라엘 출신 학자들을 끌이들이기 위해 대대적인 광고공세에 나섰다. 보스턴, 뉴욕, 로스앤젤레스, 팔로알토, 마이애미 등 정보기술(IT) 인력들이 몰려 있는 도시의 고속도로변에 유태인의 귀국을 호소하는 대형 입간판을 세웠다.
TV광고도 시작했다.
하지만 광고는 역풍을 맞았다. 재미 이스라엘학자들이 모욕감을 느꼈다면서 미국과 이스라엘 언론들이 광고를 난타했다. 엄청난 돈을 쏟아부은 광고는 2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철거됐다.
유태인들은 이스라엘을 떠난 사람들을 요딤(Yordim)이라는 말로 경멸하고 있다. 하지만 10여년 전부터 이러한 경멸조 단어가 사라졌다. 이스라엘의 구심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실력 있는 유태인들에게 이스라엘보다 해외에서 더 좋은 고용기회를 제공했다.
이스라엘 정치권은 그동안 안보위협과 국가이기주의 때문에 과학자들이 이스라엘을 떠나 되돌아오지 않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실상은 자리, 경력관리, 급여, 주거환경 등의 이유로 고급두뇌들이 이스라엘에 등을 돌리고 있었다.
이스라엘고등교육위원회에 설치된 아인슈타인 동상.
이스라엘은 핵심두뇌들을 귀국시키기 위해 획기적인 전략을 세웠다. 이들에게 테크니온연구소와 바이츠만연구소 같은 첨단 연구환경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30개를 지어 주겠다고 했다. 첨단연구인력 300여명 귀국을 타깃으로 삼았다. 대학교육을 관장하는 CHE의 기획예산위(PBC)와 총리실이 앞장섰다.
바일란대학의 이세르 페에르 박사는 “탁월한 재능을 보유하고 있는 유태계 학자들을 귀국시켜 과학연구의 세계리더로 인정받는 이스라엘을 건설하는 게 목적”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이를 I-CORE(코어)프로그램이라고 이름붙였다. Israeli Centers of Research Excellence(뛰어난 이스라엘연구센터들)를 줄인 말이다. 이 프로그램은 대학과 연구소, 병원이 힘을 합쳐 전문적인 연구를 하도록 체제를 갖추고 정부가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핵심내용으로 한다.
I-코어 1단계에서는 3개 병원과 6개 대학, 1개 단과대학이 연결됐다. 이렇게 해서 지난해 10월 4개 센터를 발족했다. 분자의학, 컴퓨터과학, 인지과학, 재생·지속에너지 연구센터였다. 14명의 새로운 인력이 이스라엘로 귀환했다.
미국 하버드대, MIT, 뉴욕대와 독일연구소 등에서 ‘모셔온’ 연구원들에다 이스라엘의 기존 대학 교수와 병원 의사들이 협업체제를 구축했다. 예를 들면 인지과학센터의 경우 바이츠만연구소가 중심이 되고 텔아비브대, 바일란대가 협력하는 방식이다. 새로 충원된 멤버들은 전원 대학에서 임기를 보장하는 자리(테녀 트랙)를 확보했다.
해외 유치인력의 경우 귀국 즉시 60만달러를 받았다. 이는 순전히 연구실 출범에 필요한 장비구입비용이다. 이후 연간 12만달러씩 5년간 받는다. 이는 연구보조비(리서치그랜트)이다. 연구학생(포닥) 선발 및 국제대회참가비, 부속비용 등에 사용된다. 미국에 비해 연구보조비를 많이 제공하는 것은 자극제가 되도록 하기 위한 전략적 차원이다. 이 두 가지 비용은 연구소를 만들기 위해 주는 것이고 급료는 별도이다.
I-코어 전체 예산은 3억6500만달러. 이 중 정부가 3분의 1을 책임진다. 이를 위해 수년간 삭감했던 대학연구예산을 증액했다. 프로그램 참여연구기관과 협력단체(기업지원 및 기부금)도 공동 출연키로 했다. 정책의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이 프로그램에 들어가는 예산은 PBC가 교육부로부터 독립적으로 운영한다. 정치적 바람을 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런 방식으로 고안했다고 한다.
이스라엘은 올해부터 본격적인 2단계 I-코어 작업에 착수했다. 10개 연구센터를 발족할 계획이다. 올해는 참여 기관의 규모를 더욱 넓힌다. I-코어 프로그램의 코디네이터 노아 탈(28)은 “저명한 이스라엘 출신 박사들이 미국과 유럽에 2400여명이 흩어져 있는데 이들을 데려오려고 한다”면서 ‘우리의 가장 무거운 책임은 좋은 선조가 되는 것’이라는 소아마비 백신 개발자 조나스 설크의 명언을 인용했다.
예루살렘=한용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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