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5. 23. 08:58ㆍC.E.O 경영 자료
한국 금융은 외국 자본의 현금인출기?
한겨레 입력 2012.05.22 21:20
[한겨레]외국인 채권투자 증가에
외채 4000억달러 넘어
외자 수시입출금 비중 83%
국내 변동·불확실성 커져
"외국자본 규제수단 고민을"
우리나라가 외국에 진 빚이 4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외국에 빌려준 돈도 5000억달러를 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국제투자대조표 잠정치를 보면, 3월 말 현재 우리나라의 대외채무(외채) 잔액은 지난해 말보다 130억달러 증가한 4114억달러로 집계됐다.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로 최대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대외채권 잔액도 145억달러 늘어, 역시 사상 최대치인 5109억달러에 이르렀다. 통화당국의 미국 국채 투자 확대 등 외화준비자산 증가의 영향이 컸다.
올해 들어 외채 증가의 가장 큰 요인은 외국인 채권 투자이다. 외국인 채권 투자 잔액의 순증가액이 108억달러로, 전체 외채 증가분의 83%를 차지했다. 국내 금융기관의 외화 차입 증가는 13억달러, 무역금융에 따른 증가치는 10억달러에 그쳤다. 외국인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국내 채권뿐 아니라 주식 등 자본시장 전반에 대한 투자를 크게 늘렸다. 3월 말 현재 외국인투자 잔액은 모두 8960억달러로, 3개월 만에 568억달러(14.7%)나 증가했다. 특히 주식과 채권값의 상승이나 환율 변동 같은 '비거래 요인'에 의한 외국인투자 증가액이 389억달러로, 순수 거래 요인에 의한 증가액(179억달러)보다 두배 이상 많았다.
올 들어 유럽 경제권(유로존)의 재정위기 사태로 전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이 지속되고 있는데도, 1분기에 외국인의 국내 자본시장 투자이익은 한달 평균 15조원에 이른다. 외국투자자들한테 우리나라 자본시장이 그만큼 환금성도 좋고 수익성도 뛰어나다는 방증이다. 세계 각국의 주요 투자은행들이 우리나라를 '안전한 임시대피소', 또는 '아시아의 현금인출기(ATM)'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외국자본에 대한 우리 자본시장의 의존도는 그만큼 커졌다.
정부와 통화당국은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외화수급 상황이나 만기구조는 다소 나아진 것으로 평가한다. 지표상으로는 개선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3월 말 현재 순대외채권 잔액은 995억달러로 지난해 말 대비 16억달러 늘었다. 갚을 돈보다 받을 돈이 더 많게 된 것이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이날 공동으로 낸 '최근 외채 수준 및 구조에 대한 평가' 자료를 통해 "현재 외채 수준은 지불능력 등을 감안할 만한 상황이 아니며, 그동안 다양한 외환 부문 거시건전성 정책을 통해 외채 구조도 크게 개선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외채의 만기 구조만 다소 개선되었을 뿐 외국인 자금의 유출입에 따른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은 더 커졌다. 한은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국내 유입된 외국인 자본에서 수시입출금식 자본의 비중은 83%로, 조사 대상 40개 시장 평균의 두배이 이른다. 김건우 엘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과거 유사시에 높은 변동성을 보여왔던 국내 금융변수들이 (유럽발 재정위기로) 다시 불안한 국면에 빠져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외환건전성 부담금제' 등 정부와 한은의 외환유출입 규제 장치도 위기 국면에서는 별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 한은 관계자는 "외환건전성부담금제도를 도입해 외국인 투자금을 단기채권을 장기채권으로 돌렸다고 말하지만 장기채권도 시장에서 내다 팔면 끝"이라며 "외국 자본에 대한 새로운 규제 수단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순빈 류이근 권은중 기자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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