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 포인트 경제학…마일리지 사용액, 적립액 웃돌아

2012. 5. 27. 10:16생활의 지혜

불황기 포인트 경제학…마일리지 사용액, 적립액 웃돌아
소비자 지갑 닫았지만 쌓아뒀던 누적포인트 박박 긁어 모두 사용
현금같은 포인트 `소비 윤활유` 역할
기사입력 2012.05.25 17:19:02 | 최종수정 2012.05.26 07:50:16

직장인 A씨는 요즘 빵집ㆍ편의점 등을 찾을 때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사용 가능한 적립 포인트를 꼭 확인한다. 현금 대신 결제 가능한 최소 한도가 넘으면 바로바로 사용하기 위해서다. 그는 "예전에는 포인트를 모아두고 잊어버려서 사용 시기를 놓치기도 했다"며 "요즘은 아무래도 불경기이다 보니 절약 차원에서 포인트를 바로바로 사용해 할인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불황이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소비자들이 여기저기서 지갑을 닫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가운데 각종 적립 포인트나 마일리지 사용은 늘어나고 있다.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알뜰 소비`가 낳은 결과로 분석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6.9% 늘어난 반면 가구당 소비지출은 이에 못 미치는 5.3% 증가에 그쳤다. 그만큼 소비가 위축됐다는 의미다. 하지만 포인트ㆍ마일리지 사용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SK마케팅앤컴퍼니가 최근 1년간 OK캐쉬백 포인트의 `적립금 대비 사용액` 비율을 분석한 결과 작년 4분기 104%에 이어 올해 1분기 107%를 기록했다. 2분기 연속 100%를 넘은 것이다.

100%를 넘는다는 것은 해당 기간 적립한 포인트보다 사용한 게 더 많다는 뜻이다.

SK마케팅앤컴퍼니 관계자는 "과거 적립한 누적 포인트까지 쓰기 시작하면서 사용량이 적립액을 2분기 연속 추월하는 현상이 벌어졌다"며 "경기 불황으로 현금 대신 포인트 사용을 늘리는 알뜰한 소비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OK캐쉬백은 총 회원 수 3400만명 규모로 국내 최대 통합 포인트 사업자다.

다른 곳에서도 포인트 사용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CJ그룹 통합멤버십 서비스 `CJ onE`의 올해 1분기 총 적립 포인트는 전년 동기 대비 140%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총 사용 포인트는 464% 늘었다.

SPC그룹 통합 멤버십 `해피포인트`의 올해 1~4월 적립 포인트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21% 늘었는데 사용 포인트는 이보다 많은 26%나 증가했다.

항공사 마일리지 사용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지난해 마일리지 보너스로 여행한 승객의 탑승거리는 전년 대비 16% 증가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증가율인 8%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국내 포인트ㆍ마일리지 시장 규모는 무시하지 못할 수준으로 커졌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적립된 국내 포인트ㆍ마일리지 규모는 6조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작년 국내총생산(GDP) 1237조1000억원의 0.5%에 해당하는 규모다. 포인트 멤버십 회원은 1억50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ㆍ마일리지는 기업에 일종의 잠재적 부채로 여겨진다. 소비자들에게 돌려줘야 할 부채성 충당금에 가깝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1년 이상 단위로 포인트에 소멸기한을 명시하거나 사용할 수 있는 최저 한도를 정해둔다. 적립금이 늘고 사용액이 줄면 기업에 이득이 될 수 있다.

반면 포인트 적립금보다 사용액이 증가하면 기업이 소비자들에게 돌려줘야 하는 비용도 증가하는 셈이다.

소비자에게는 이처럼 그동안 쌓아두었던 포인트가 불황기에 윤활유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평소 포인트에 대한 관심을 갖고 쌓아갈 필요가 있다.

최근 포인트ㆍ마일리지 사용액이 늘고 있지만 기업들은 이 제도를 더욱 확대ㆍ강화하는 추세다. 포인트가 기업에 비용이 될 수도 있지만 불황기에는 이 제도를 통해 `충성 고객` 확보 등의 긍정적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올해 1~4월 SPC그룹 해피포인트 회원은 전년 대비 18% 증가했다. 지난달 CJ그룹의 `CJ onE’회원은 통합포인트제도 도입 1년6개월 만에 1000만명을 유치했다.

또 롯데백화점은 지난 20일까지 전국 31개 점포에서 롯데멤버스 고객에 한해 구매금액 7% 상당의 상품권을 증정하는 행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보통 1000원 포인트를 사용하기 위해 최소 그 이상의 금액을 추가로 지불하기 마련"이라며 "소비 위축으로 매출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포인트 마케팅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규 고객 유치 비용을 줄여야하는 불황기에 `포인트` 서비스는 더욱 빛을 발휘할 수도 있다.

`마케팅의 아버지`로 불리는 필립 코틀러에 따르면 기존 `충성 고객` 유지비용은 신규 고객 유치비용 대비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CJ onE이 지난 3월 고객 충성도 제고를 위해 △연간 구매금액 50만원 이상 △총 구매횟수 20회 이상 △총 CJ 계열 구매브랜드 수 4개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 VIP 멤버십을 론칭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에는 자사 충성 고객을 붙잡기 위해 외부 통합포인트와 제휴를 맺는 업체도 늘어나고 있다. 소비자로서는 더 많은 포인트를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OK캐쉬백과 제휴를 맺고 구매금액의 0.5%를 적립해주는 기존 자사 패밀리카드에 OK캐쉬백 포인트(0.1%)를 추가로 적립해주고 있다. 자사 포인트 이용 고객 중 OK캐쉬백 회원을 한데 묶어 고객 충성도를 더 강화하기 위한 것.

옥션도 21일부터 SPC그룹과 제휴를 맺고 고객이 자사 포인트 또는 해피포인트 중 하나를 적립할 수 있도록 했다. G마켓은 현대카드와 제휴를 맺고 내년 5월까지 판매하는 모든 상품을 현대카드 M포인트로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G마켓ㆍ옥션 관계자는 "타사 멤버십 회원을 고객으로 끌어들이고 자사 고객의 충성도를 강화시킴과 동시에 온라인으로 국한된 포인트 사용을 오프라인 영역까지 넓히기 위해서다"고 말했다.

GS리테일도 작년 자사 포인트인 GS&POINT뿐 아니라 T마일리지, 해피포인트를 함께 쌓을 수 있는 통합 포인트카드인 팝카드를 출시했다.

[차윤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