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 제한 나선 몽골 속내는

2012. 6. 2. 09:19지구촌 소식

[월드포커스] 외국인 투자 제한 나선 몽골 속내는

 

그동안 자원의 개발사업과 수출에 문호를 활짝 열었던 세계 10대 자원 부국 몽골이 달라졌다. 몽골 의회가 외국인의 자원개발 투자를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몽골은 해외 투자자에게 문호를 연 1990년대부터 2010년까지 광업부문에만 31억달러가 넘는 외국인 투자자금을 끌어왔다. 이에 힘입어 최근 10여년 동안 연간 7%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외국인 투자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 몽골이 이처럼 태도를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

◆ 나날이 커진 중국 영향력 견제 움직임
블룸버그,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몽골 의회는 최근 자원·은행 등 핵심 전략산업에 대한 외국 기업의 지분투자 한도를 49%로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7억5000만달러 규모 이상의 계약과 해외 국영기업의 투자에 적용될 예정이다.

이번 법안 통과는 몽골의 중국 견제 움직임이란 분석도 나온다. 현재 중국 국영기업인 찰코(Chalco)는 캐나다 기업을 통해 몽골 광산 개발업체인 사우스고비 지분 60%를 약 9억달러에 우회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법안이 발효되면 가장 먼저 적용 대상이 되는 셈이다.

몽골은 상당기간 중국의 지배를 받은 역사 때문에 감정적으로 껄끄러운 관계를 이어왔지만,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은 최근 20여년 간 급격히 커졌다. 몽골 외국인 투자청 통계에 따르면 중국은 몽골의 가장 큰 무역상대국이며, 1990~2010년 사이 중국의 대몽골 투자금액은 약 25억달러로 전체 외국인 직접투자액의 50.9%에 달한다. 2011년 기준 몽골에 투자한 중국 회사는 5303개다. 이 때문에 몽골이 중국의 지나친 영향력에서 벗어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특히 몽골의 대외수출 90%를 차지하는 중국이 광물 개발권을 쥘 경우, 몽골에 불리한 방향으로 가격을 책정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중국의 몽골에 대한 영향력이 줄어들더라도 몽골이 러시아, 일본, 한국 등과 관계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자원 부국의 외국인 투자 제한 선언… 자원 보호주의 움직임
외신들은 몽골 의회의 법안 제정에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몽골이 인도네시아, 아르헨티나처럼 자원을 무기화하는 자원 보호주의로 돌아선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2월부터 해외 업체의 자국 광산 지분율을 49% 이내로 제한하는 법안을 마련했고, 석탄·구리 등 광물자원의 수출세(稅)를 늘리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아르헨티나는 최근 스페인 렙솔이 보유한 석유개발기업인 YPF를 국유화하면서 논란을 빚었다.

6월말 선거를 앞둔 몽골 의회가 국민의 표를 얻기 위해 이 법안을 통과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로이터는 외국인 투자가들은 자원 보호주의에 앞장선 몽골 야당의 주도로 이번 법안이 통과됐기 때문에, 선거가 끝나면 이 법안도 다시 바뀔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차이하긴 엘베그도르지(Tsakhia Elbegdorj) 몽골 대통령은 FT와의 인터뷰를 통해 “6월 선거 이후 법안을 다시 논의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 세계 10대 자원 부국, 광물 개발에 성장률 승승장구
한편 몽골 투자에 대한 세계의 관심은 뜨겁다. 특히 중국이 보유한 희토류를 무기로 삼은 상황에서 자원 부국인 몽골은 더욱 매력적인 투자처로 떠올랐다.

중국과 러시아, 두 거대국가 사이에 자리한 몽골은 우리나라의 7배에 달하는 면적을 자랑하는 자원 부국이다. 석탄, 동, 형석, 몰리브덴, 우라늄, 구리, 금 등 각종 광물 보유량은 세계 10위권에 들고, 석유 매장량도 풍부하다. 그 외에 태양광과 풍력 발전의 요지로 꼽히는 몽골의 고비사막은 석유를 대체할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몽골은 풍부한 광물 덕분에 외국인 투자를 끌어모으며 성장했다. 몽골 외국인 투자청에 따르면 소비에트 연방에서 벗어난 이후인 1990년~2010년 광물부문 외국인 직접투자금액은 31억달러 이상이며, 투자 국가는 42개국에 달한다. 최근엔 세계 2위의 석탄 광산인 타반톨고이, 금·동 등을 생산하는 오유톨고이 등 광산 개발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증시도 활황을 보였다. 몽골 증시는 2010년 121%, 2011년엔 73% 상승했다.

늘어나는 외국인 투자와 원자재 가격 상승에 힘입어 경제 성장률도 승승장구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몽골의 경제성장률은 2003년 이후 7~10%에 달했고(2009년 제외), 2011년 경제성장률은 16.9%, 올해 경제성장률은 15.1%로 추산된다. 몽골 정부는 올해부터 향후 4년 동안 연간 15% 이상의 성장률 목표를 세우기도 했다.

다만 276만명에 불과한 인구와 높은 임금, 넓은 땅에 비해 부족한 인프라 등은 투자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소로 꼽힌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몽골의 인구가 적어 성장의 한계가 뚜렷한 점, 자원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 내륙 지역에 있어 비용이 저렴한 해상 운송이 불가능하다는 점은 위험 요소”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