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벌레들이 한국에 몰려온다… 충격

2012. 6. 4. 08:32이슈 뉴스스크랩

중국 벌레들이 한국에 몰려온다… 충격

서해안과 제주 일대 애멸구·멸강나방 유입 증가
기류 타고 속속 날아들어… 지구온난화 영향 커
한국일보 | 최수학기자 | 입력 2012.06.03 19:37 | 수정 2012.06.03 20:35

 

중국 벌레들이 몰려오고 있다.

서해안 일대에서 벼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애멸구가 출현하고, 제주에선 멸강나방이 발견되는 등 중국에서 날아든 해충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최근 고온현상이 이어지면서 '벌레들의 침공'이 시작된 것이다.

3일 농촌진흥청과 전북도 등에 따르면 지난달 27~29일 전북 군산과 부안, 충남 서산ㆍ보령 등 서해안 일대에서 애멸구가 공중포충망에 대량으로 채집돼 이들 지역에 병해충 발생 경보와 주의보가 내려졌다. 애멸구 출현은 지난해(5월 31~6월 2일)보다 약간 빠른 것으로 부안에서 105마리, 군산에선 36마리가 채집됐다. 애멸구는 치명적 바이러스인 벼줄무늬잎마름병을 옮긴 뒤 말라 죽여 '벼 에이즈'로 불린다. 초기에는 잎에 황화 증상과 줄무늬가 생기고 심하면 벼가 말라 죽고 이삭이 기형으로 나온다. 중국에서 기류를 타고 애멸구가 많이 날아온 2007년, 2009년에 부안ㆍ김제 등 서해안지역을 중심으로 줄무늬잎마름병이 대량 발생했다. 이번에 채집된 애멸구의 보독충률(줄무늬잎마름병 바이러스 보유 비율)은 태안지역은 5.0 %, 부안은 1.1 %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애멸구에 의한 벼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논이나 논 주변에 애멸구가 어느 정도 있는지 지속적인 예찰활동을 하고 애멸구가 많은 지역은 적용 약제로 초기 방제를 철저히 해야 한다. 또 이앙 전 애멸구 방제전용 입제를 육묘상에 처리해야 한다. 만약 약제처리를 하지 않고 이앙한 논에서 애멸구 발생하면 즉시 유제ㆍ수화제 등 방제전용 약제를 반드시 살포해야 한다.

농업기술원 관계자는 "벼줄무늬잎마름병은 일단 발생되면 치료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병을 매개하는 애멸구를 초기에 철저히 방제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제주에선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 다시 멸강나방이 나타났다. 제주도 동부농업기술센터는 지난 1일 오후 2시께 예찰활동을 벌이다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ㆍ신산리 옥수수밭 8필지 2.5㏊에서 올해 들어 제주에서 처음으로 멸강나방을 발견했다. 지난해는 이보다 6일이나 빠른 것이다.

동부농업기술센터는 최근 중국과 제주 사이에 형성된 기압골 기류를 타고 멸강나방이 일찍 출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멸강나방은 주로 중국에서 해마다 5월 하순~6월 중순, 7월 중순~하순에 기압골을 타고 제주로 날아오는 해충이다. 성충은 10~25일 만에 700여개의 알을 낳으며, 4~5일 만에 부화된 알은 초지를 비롯해 벼, 보리, 수수, 옥수수, 귀리 등 볏과 작물의 잎을 순식간에 갉아먹어 상당한 피해를 준다.

동부농업기술센터는 농업기술원 등 관련기관과 농가에 이런 사실을 통보, 예찰활동을 강화하도록 했다. 또 멸강나방이 발견되면 즉시 방제작업을 벌이도록 당부했다.

이처럼 중국으로부터 해충 유입 시기가 빨라지고 개체 수도 늘어나는 데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여름이 길어지고 겨울철 온도가 상승하면서 추운 날씨에 맥을못추던 벌레들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가뭄이 길어지는 기후변화도 벌레가 늘어나는 데 한몫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수학기자 shchoi@hk.co.kr
정재환기자 jung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