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 높은 신용대출 금리 결정은 `조작 수준'

2012. 7. 25. 08:35이슈 뉴스스크랩

"철저한 감독으로 대출자 부담 줄여야"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고유선 기자 = 회사원 A씨는 최근 대출금리 문제가 사회적 논란이 되자 은행에 자신의 신용대출 금리를 조회했다가 깜짝 놀랐다.

매년 한 번씩 대출금리가 변동되는데 지난해 연 7.9%였던 금리가 8.8%까지 뛰어올랐기 때문이다. 2008년 최초 대출금리인 연 9.0%와 비교하면 고작 0.2%포인트 떨어진 수준이다.

2008년에는 금융위기 상황이라 이자 부담이 컸지만 이후 시중금리가 많이 떨어졌음에도 대출금리는 요지부동인 셈이다.

기업대출 금리는 2008년 7.17%에서 올해 5월 5.74%로 급락했다. 회사채 금리는 7.02%에서 4.01%로 무려 3%포인트나 하락했다. 은행이 발행하는 금융채 금리도 6.19%에서 3.87%로 추락했다.

A씨의 사례는 시중은행이 신용대출 금리를 악용해 얼마나 배를 불리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대출금리가 크게 올라간 데는 은행이 지난해 초 모든 마이너스통장 대출금리를 0.5%포인트 일제히 올린 탓이 컸다. 자금 조달금리가 올랐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정기예금 금리는 2010년 연 3.18%에서 지난해 3.69%로 0.51%포인트 올랐다.

문제는 수신금리가 올라갈 때는 이를 100% 반영하면서 수신금리가 내려갈 때는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2008년 연 5.67%였던 정기예금 금리가 2009년 3.23%로 2.44%포인트나 떨어졌지만, A씨의 대출금리는 9.0%에서 8.0%로 1%포인트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대출금리를 교묘히 올리는 행태가 금융권 전반에 만연한 관행이라고 비판했다.

조 대표는 "신용대출은 개인의 신용 수준을 은행이 자체적인 시스템으로 판단하므로 스스로 부과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가산금리와 관련된 항목 몇 개만 조정하면 수백억원의 돈을 벌어들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09년 은행권 평균 연 7.09%인 신규 신용대출 금리는 2010년 7.19%, 지난해 7.82%로 오르더니 올해 5월에는 7.95%까지 치솟았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일어난 2008년(8.44%)과 별 차이가 없다.

<문턱 높은 신용대출 금리 결정은 `조작 수준'>

"철저한 감독으로 대출자 부담 줄여야" 연합뉴스 | 안승섭 | 입력 2012.07.25 04:57 | 수정 2012.07.25 08:03

 

신용대출 금리의 고공행진은 주택담보대출의 하락세와 뚜렷하게 대조된다.

2008년 연 7.0%였던 신규 주택대출 금리는 2009년 5.54%에서 2010년 5.0%, 지난해 4.92%, 올해 5월 4.85%로 뚝뚝 떨어졌다.

이는 주택담보대출의 금리가 신용대출과 달리 시장금리의 변동을 더 잘 반영할 수 있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대출금리는 `지표금리+가산금리'로 이뤄지는데 신용대출은 은행이 멋대로 조정할 수 있는 가산금리 항목이 많다. 지점장이 재량껏 부과할 수 있는 지점장 전결금리가 대표적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객관적으로 가치를 매길 수 있는 담보 물건을 바탕으로 금리를 결정하므로 가산금리가 `고무줄'처럼 늘어나기 어렵다.

더구나 신용대출은 주택대출보다 대출 문턱이 더 높다. 대출을 받아야 하는 `을'의 처지에서는 금리 수준을 놓고 은행과 다투기가 쉽지 않다.

금융소비자연맹의 조연행 부회장은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부과 행태는 `조작'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수준이다. 감독 당국이 철저한 감시와 시정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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