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괴물 거침없는 ‘기업 사냥’

2012. 8. 26. 09:38이슈 뉴스스크랩

[단독] 특허괴물 거침없는 ‘기업 사냥’

10년간 소송 20배 폭증
삼성 등 한국기업 주 표적
세계일보 | 입력 2012.08.25 01:42 | 수정 2012.08.25 17:22

 

[세계일보]

제품을 생산·판매하지 않고 특허소송만으로 돈을 버는 '특허전문기업(NPEs·일명 특허괴물)'이 마구잡이로 '기업사냥'에 나서면서 이들에 의한 특허소송이 최근 10년 동안 20배 가까이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허괴물은 최근에는 매출 규모가 큰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를 노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기업은 집중 표적이 되고 있다.

24일 미국의 반특허단체인 패턴트프리덤 조사에 따르면 NPEs(Non-Practising Entities)가 주도한 미국 특허소송은 2001년 144건에서 2010년 620건, 2011년에는 1211건으로 늘어났다. 특히 올해는 6월 말까지만 2414건으로, 지난해 전체 특허소송보다 두 배나 많다. 이런 증가속도라면 올해 전체 특허소송은 지난해보다 4배 이상 많아질 전망이다. 소송대상 기업도 2001년에는 578개였지만 2010년 3921개, 2011년 5031개로 늘었다. 올 상반기에는 3538개였다.

주목되는 것은 올 들어 특허소송 건수 증가속도가 소송대상 기업 증가속도보다 훨씬 앞선다는 점이다. 지난해까지 특허괴물이 한 소송에 여러 기업을 대상으로 삼았지만, 올 들어서는 한 기업을 다양한 특허소송으로 정밀 타격하거나 기업 한 곳에 여러 개의 특허괴물이 달려들고 있다는 뜻이다.

특허괴물이 거대자본으로 특허를 많이 사들인 뒤 고액의 특허료를 받아낼 목적으로 소송을 남발하면서 글로벌 IT 기업들의 피해는 커지고 있다. 특히 한국 기업의 피해가 크다.

2007년부터 지난 6월까지 특허괴물에게 소송을 당한 10대 기업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포함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2건에 이어 올 상반기에만 21건의 소송을 당했다. 2007년 이후 삼성이 당한 소송은 127건으로 미국의 애플(152건), 휴렛팩커드(146건)에 이어 세계 3위다. LG전자도 지난해 28건에 이어 올 상반기 추가로 11건의 소송을 당해 98건으로 10위를 기록했다.

패턴트프리덤은 지난 6월 말 현재 특허괴물이 1500개에 달하며, 이 중 640개 정도가 적극 활동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국지식재산보호협회 관계자는 "특허괴물들은 막강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며 "피소당한 기업은 어지간해서는 이들을 당해낼 방법이 없는 만큼 국제 특허제도 개선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최현태 기자htcho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