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하우스푸어 구하기' 성공할까

2012. 8. 31. 08:46부동산 정보 자료실

우리금융 `하우스푸어 구하기' 성공할까
[연합뉴스] 2012년 08월 29일(수) 오전 11:38   가| 이메일| 프린트
우리금융 "윈윈 수익모델…사회공헌 아니다"(서울=연합뉴스) 곽세연 고유선 안홍석 기자 = 우리금융지주는 `하우스푸어'도 구하고, 돈도 벌 수 있을까.

집이 안 팔려 대출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하우스푸어의 주택을 은행이 사들인 뒤 다시 원주인에게 임대를 주는 `세일 앤드 리스백'을 우리금융이 처음으로 들고 나오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선 상품 구조가 어떤지, 수익은 어떻게 내는지, 돈줄은 어디인지 등 이 생소한 상품에 대한 궁금증부터 생긴다. 나아가 `하우스리스 푸어'와 형평성 문제는 없는지, 손해를 무릅쓴 배임은 아닌지 등의 가치판단 문제까지 나오고 있다.

◇우리금융 "돈 벌자고 하는 일"

김홍달 우리금융 경영연구소 상무는 29일 "누군가 채무를 탕감시켜주는 게 아니다. 철저히 상업적 베이스에서 출발했고, 은행, 하우스푸어 모두 윈윈하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우리금융이 만든 세일 앤드 리스백의 골격은 대략 이렇다.

1억원에 매입한 시가 8천만원짜리 집에 5천만원 대출이 끼어 있는 A씨. 8천만원에 팔아 대출금을 갚고 남은 돈으로 월세를 살고 싶지만 집이 팔리지 않아 어려운 하우스푸어다.

A씨가 처분신탁으로 집을 맡기면 우리은행은 1천500만원을 바로 현금으로 준다. A씨는 이 돈으로 원래 집을 리스할 수 있으며 3순위로 1천500만원에 해당하는 신탁지분을 받는다. 나중에 집을 되살 수 있는 콜옵션(주택우선매수청구권)도 생긴다.

5천만원에 해당하는 신탁 지분은 우리은행이 1순위가 되고, A씨에 현금으로 준 1천500만원 지분은 기관투자자를 영입해 2순위로 만든다.

A씨가 리스 대가로 연 5% 정도를 내면 은행과 기관투자자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은행은 이 이자에다 하우스푸어의 대출금이 고정이하여신에서 정상출자지분으로 바뀜에 따라 쌓아야했던 20% 충당금을 환입할 수 있다.

기관투자자는 집값이 6천500만원 이하로만 떨어지지 않으면 연 5%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구조다. 은행은 5천만원 이하로 떨어지면 손실이 나는데, 8천만원짜리 집이 5천만원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A씨에게 준 현금에 질권설정을 하면 리스금을 떼일 위험도 줄인다.

김 상무는 "하우스푸어는 대출금을 갚으면서 자기 집에서 살 수 있고, 은행은 선순위로 잡고 있어 자금을 모두 회수할 수 있다. 국공채 금리 3% 시대에 기관투자자도 충분히 투자요인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우스푸어의 매물이 쏟아져 집값이 하락하는 악순환을 막을 수 있는 장치"라고 강조했다.

우리금융은 계열사가 지분 15% 이상을 출자하지 못하고 주택 취득세 등 세금 부담이 있는 SPC는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집을 처분신탁으로 맡기는 신탁을 이용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이날 우리금융의 세일 앤드 리스백 방안을 받아 검토하기 시작했다.

◇금융권 "수익보다 지원 성격 강해"

그러나 우리금융을 바라보는 금융권의 시각은 싸늘하다.

국민은행 등 다른 시중 은행도 우리금융의 방안에 촉각을 곤두세우긴 했지만 수익성보다는 정치권의 서민 달래기에 맞춘 지원 성격이 강하다는 관측이 많은 것이다.

대출자의 동의를 얻어 소유권을 은행으로 넘기려는 수요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고, 집값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손해 보는 장사가 되기 십상이라는 말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 이자가 가처분소득을 넘어선 것은 개인이 경제행위에 실패한 것이고 가처분소득 이상의 이자를 물면서 대출을 받은 것은 투기다. 이를 금융기관이나 정부가 나서서 도와준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공적자금은 아니지만 아무리 민간자금이라고 해도 은행 자금은 어느 정도 공공성을 띠는 자금인데 이런 자금으로 하우스푸어를 구제한다면 사회적 합의를 어떻게 할 것이냐"고 의문을 표시했다.

그는 "렌트 푸어나 하우스리스 푸어도 많다. 집값이 더 떨어지면 은행에 추가 부실이 생길 수도 있다. 부동산 시장이 활로를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시급성, 당위성, 절박함은 이해되지만 누구 돈으로 리스크를 떠안고 하우스푸어를 돕느냐는 것은 국민적, 사회적 합의 부분에서 많은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은행장도 "세일 앤드 리스백은 우리은행이 걱정할 얘기지 우리가 걱정할 건 아니다. 우리는 대신 서민금융에 많은 돈을 쓰겠다"고 말했다.

ksye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