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9. 12. 12:42ㆍ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빈곤층 대학생, ‘알바’ 하고파도 못해, 왜?… 월 45만원 이상 소득발생땐 정부 생활보조금 무조건 끊겨
국민일보 입력 2012.09.11 18:54 수정 2012.09.12 05:33
대학생 A씨(23·여)는 학교 개강을 맞아 책값 걱정에 한숨부터 나온다. 기초생활수급자인 A씨는 정부로부터 월 40여만원의 지원금을 받으며 생활하는데 책값을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사정을 모르는 친구들은 "용돈이 부족하면 카페 아르바이트라도 하면 될 것 아니냐"고 말하지만, A씨는 아르바이트를 할 수가 없다. 소득이 발생하면 정부 지원금이 줄어들고 월 소득이 45만원을 넘으면 지원금이 아예 끊기기 때문이다.
A씨는 소득이 추적되는 4대 보험을 피해 아르바이트를 구했지만 이마저도 그만뒀다. 입금 내역이 통장에 남아 지난달 동사무소로부터 '경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해당 동사무소 직원은 "돈을 벌면서 지원금까지 받으면 어떡하냐"며 사유서에 돈을 언제, 왜 벌었는지, 무슨 이유로 그만뒀는지를 상세히 적도록 했다. A씨는 "반성문을 작성하듯 '몸이 아파서 어쩔 수 없이 돈을 벌었다'고 적었다"며 "지원금으로는 생활비도 빠듯해 책값도 마련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생활하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빈곤계층에게 정부가 지급하는 최저생계비 제도가 오히려 학업과 일을 병행해야 하는 대학생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집이 없고 소득이 없는 1인 가구의 경우 정부로부터 현금으로 월 45만3000원을 지원받고 4인 가구는 122만원을 받는다. 그러나 이 금액을 초과하는 소득이 발생하면 빈곤 계층이 아니라고 판단돼 즉시 지원이 중단된다.
1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20대 기초생활수급자는 총 8만874명으로, 20∼24세 6만897명, 25∼29세 1만9979명이다. 8만명이 넘는 젊은이들이 지원금에만 의존하기도, 일해서 돈을 벌기도 애매한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다.
또 다른 기초생활수급자인 대학생 B씨(24) 역시 4대 보험 가입을 피해 동네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B씨는 흡연석 재떨이를 치우는 등 하루 6시간 가까이 일했지만 최근 사장이 가게를 정리하며 갑자기 연락을 끊은 탓에 밀린 월급 두 달치를 한 푼도 받지 못했다.
B씨는 "지원금을 계속 받으려면 4대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곳에서 일해야 하는데 규모가 작고 영세한 곳이 많다 보니 돈을 떼이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며 "형편이 어려운 학생일수록 아르바이트해서 용돈 벌고 학업을 이어가도록 국가가 오히려 장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기초생활수급자 지원 제도는 최저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여서 일정 소득이 발생하는데도 무조건 지원을 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나 동덕여대 남기철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행 제도는 돈을 벌면 오히려 지원금이 줄어들어 일을 할 수 없게 하는 구조"라며 "아르바이트 등으로 임시소득이 발생해도 안정적인 소득이 발생할 때까지는 지원을 계속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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