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50만원짜리 방 3개..공유경제 시작되다

2012. 9. 23. 09:44분야별 성공 스토리

 

월세 50만원짜리 방 3개..공유경제 시작되다

입력 : 2012.09.23 06:00

소위 말하는 잘나가는 외국계 회사의 전략기획본부장이었다. 남부럽지 않게 돈도 잘 벌었고 능력도 있던 그에게 갑작스레 늦바람이 찾아왔다. 느닷없이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원짜리 원룸 세 개 임대 계약하고 이걸로 돈을 벌어보겠다며 그 좋은 직장을 때려치운 것이다. 주변의 만류도 소용없었다.

마케팅 부문 출신이었던 그에게 뭐든 궁금하면 일단 질러보는 보는 버릇은 천성이었다. 그가 갑자기 원룸 세 개를 임대한 이유는 공유경제(Sharing Economy)라는 새로운 개념에 꽂혔기 때문이다. 내 방부터 한번 숙박공유 사업에 활용해보자는 생각에서 무작정 원룸을 임대한 것이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서 함께하자는 사람도 생겼다.

고집불통인 그가 아직은 생소한 숙박공유라는 아이템 하나에 목을 맨 지 1년, 우리나라에도 이제 서서히 공유경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비앤비히어로(BnBHero)의 조민성 대표 이야기다.

조 대표가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면서 주목한 곳은 여수였다. 여수엑스포 기간에 현지 주민의 빈방을 관광객에게 공유하면, 관광객은 저렴하게 숙박이 가능하고 주민도 돈을 벌 수 있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당시 여수는 엑스포라는 이벤트를 치러내기에는 숙박업소가 부족하기도 했다. 그러나 조 대표의 생각과 현실은 괴리가 컸다. 방을 공유하자는 취지는 좋았으나, 접촉한 주민들이 조 대표를 사기꾼 대하듯 의심의 눈초리로 봤다. 주민들 입장에서는 가당찮은 제안이었던 셈이다.

“처음 ‘빈방 공유하세요’라고 찾아가면 우리를 무슨 사기꾼으로 보고 문전박대도 많이 받았습니다. 빈방으로 돈을 벌었다는 사람이 늘어나자 저희 쪽에 먼저 연락해오는 사람들이 늘어나더라고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주민들에게 부딪히기를 반복하던 중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구세주가 나타났다. 우여곡절 끝에 여수엑스포 자원봉사자와 여수부녀회에서 조 대표의 말을 들어보더니 자신의 빈방을 공유해보겠다고 했다. 돈이 벌었다는 사람이 하나, 둘 나타나자 빈방을 공유하겠다는 주민 숫자도 급속도로 늘었다. 결과적으로 여수엑스포 기간에만 주민들의 집에서 1000박 이상의 민박이 이뤄졌다. 이 중 70%가 외국인이며, 30%가 내국인이다.

“여수엑스포 기간에 주민별로 차이는 있지만, 돈을 많이 버신 분은 이번 숙박 공유로 300만원 이상 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엑스포가 끝나고 마을 주민들에게 고맙다는 박수를 받았는데 정말 뿌듯하더라고요.”

비앤비히어로 샘플하우스 모습
입소문은 무서웠다. 여수에서의 빈집 공유 사업이 화제가 되자 서울에서도 집을 공유하기 위한 사람들이 비앤비히어로 사이트에 알아서 찾아와 가입하기 시작했다. 이태원과 홍대, 강남, 명동 지역 주민을 중심으로 방을 놀리느니 한번 해보자며 비앤비히어로로 몰려든 것이다. 현재 비앤비히어로에 등록된 숙박 가능한 방은 1000개에 육박한다.

여수엑스포 이후 조 대표는 공유경제 취지에 맞게 현지 주민과 상생하는 모델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조 대표가 이 같은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제주 올레길을 다녀오고부터다. 제주 올레길이 수년 전부터 뜨면서 관광객들은 많이 찾아왔지만, 돈이 많은 서울 등 타지역 사람이 제주 올레길 주변에 팬션을 지어 돈을 벌고 있지만 정작 자신의 대문 앞길을 올레길 관광객에게 공유해준 주민에게는 아무런 이득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역 주민의 집을 활용해 지역경제 발전이 가능한 모델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현재 제주 올레길, 안동 한옥집 부산 해운대 아파트 등 숙박 공유를 통해 지역주민과 함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공유경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서울시를 비롯해 여러 지방자치단체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 공유경제가 도시재개발과 주민 일자리창출, 관광산업과 같은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숙박 공유산업에 최근 전 세계적으로 붐을 일으키는 한류 테마를 활용한다는 기발한 계획도 세웠다.

“싱가포르 현지인 친구가 자신의 딸이 아이돌 그룹인 비스트가 있는 한국을 꼭 오고 싶어하니, TV 음악프로그램 티켓을 구해달라고 했습니다. 티켓을 구해주고 나서 갑자기 떠오른 것이 같은 또래의 비스트팬이 있는 집을 구해주면 좋아할 것이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조 대표의 이 같은 생각은 맞아떨어졌다. 단순하게 음악프로그램을 방청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국인 학생과 함께 아침부터 비스트의 집앞에서 대기하는 등 현지 팬과 같이 행동해보고 함께 이것저것 사먹으면서 한국 문화를 체험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았던 것이다. 한국인 학생 부모 입장에서도 2~3일간 계속해서 영어를 사용해 매우 만족해했다.

국내에 들어오는 관광객의 상당수가 아시아인이라는 것도 숙박 공유산업에 한류 테마를 접목시키는데 유리하다는 판단도 들었다.

“현재 미국의 한인 숙박공유 사이트인 한인텔과 합병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인텔과 합병이 이뤄지면 한인 숙박업소에 한류 테마를 적용하는 방법도 생각 중입니다.”

마지막으로 조 대표에게 향후 계획에 대해 물어봤다.

“나이 마흔다섯 넘어서 잘 다니던 직장 때려치우고 벤처하는데 글로벌 서비스는 한번 해봐야죠. 현재 동남아와 일본, 중국 쪽에 홍보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공유경제 불모지인 아시아 지역에서 ‘히어로’가 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