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동도 무너졌다"…건설M&A 잔혹사

2012. 9. 26. 23:09건축 정보 자료실

"극동도 무너졌다"…건설M&A 잔혹사

머니투데이 | 김정태 기자 | 입력 2012.09.26 17:03 | 수정 2012.09.26 17:49

 

[머니투데이 김정태기자]

 웅진그룹이 인수한 극동건설이 최종 부도 처리되면서 또한번 건설 M & A(인수·합병) 잔혹사가 그려졌다. M & A를 통해 건설업체을 떠안은 기업들의 뒤탈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M & A된 건설사가 잇따라 무너지는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장기화되는 건설업황 부진이 주된 탓이라는 게 공통된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부동산 침체에다 공공공사 물량 감소에 따른 수주부진이 경영악화에 미치는 직접적 원인이라는 것이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설 수주 규모는 2007년 128조원을 기록한 후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며 지난해 111조원으로 축소됐다. 특히 공공발주 물량은 2009년 25조3000억원에서 2012년 23조1000억원으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추세다.

 주택사업 비중이 높은 건설사의 경우 부동산 침체 장기화의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조달자금 대부분을 대출과 분양대금에 의존하기 때문에 단 한번의 실패만으로도 돌이킬 수 없는 유동성 위기를 맞게 된다.

 결국 파이가 작아진 건설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저가수주, 출혈경쟁을 벌이다 경영위기의 악순환에 빠져버린 셈이다.

 하지만 이같은 이유만으로 설명되기엔 부족하다. 금융위기 이후 매물로 나온 건설사들 대부분은 중견그룹에 인수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LIG그룹이 건영(현 LIG건설)을 인수한 것을 비롯해 효성그룹진흥기업, 대한전선그룹이 남광토건, 웅진그룹이 극동건설 등을 각각 인수했다.

 결과는 참패다. 2007년 웅진그룹에 인수된 극동건설은 지난 25일 150억원의 어음을 결제하지 못하면서 1998년 외환위기 당시에 이어 또 다시 법정관리행이 결정됐다. 앞서 LIG건설, 진흥기업, 남광토건 역시 법정관리 중이거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상태에서 인수됐다가 또 다시 이같은 악순환이 된 것도 공통된 특징이다.

 이복남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사를 인수한 기업들이 외형 확대에 안이하게 몰두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 연구위원은 "중견그룹 입장에선 외형을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이란 착각에 빠져 덩치가 큰 건설사 인수에 대한 유혹이 크지만 그만큼 알짜회사가 아닌 한계기업의 리스크를 간과하고 있다"며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차별화된 기술력에 투자하기 보다는 현상유지에 급급한 결과가 결국 위기를 불러왔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재무구조가 악화된 건설사들이 매물로 쏟아지고 있지만 M & A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M & A를 추진해온 건설사들이 새 주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으로 연명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쌍용건설이 매각 실패로 유동성 위기를 겪다가 최근 자금지원을 받긴했지만 벽산건설, 풍림산업, 우림건설 등은 줄줄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일각에선 건설사에 대한 잇단 M & A 실패는 우리 사회가 경험하지 못한 시대적 전환기에 놓여 있기 때문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 증권사 M & A분석팀 관계자는 "미국도 매년 신규 진입하는 건설사가 전체 건설사의 10%인 반면, 도산하는 건설사가 12%에 달해 점차 건설사수가 줄고 있다"며 "국내 건설업도 이같은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시기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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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정태기자 dbman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