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재도약 하려면

2012. 10. 10. 09:07지구촌 소식

  • 8. October 2012, 6:24:02 KST 월스트리트저널
  • 한국경제, 재도약 하려면

    한국은 정부가 섬유산업을 기반으로 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실시하면서 빈곤탈출을 위한 첫 발걸음을 내딛었다.

    50년이 지난 지금, 대선이 2개월여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지만 경제를 다음 궤도로 올려놓기 위한 방안은 전혀 논의되고 있지 않다.

    선거운동이라는 압력이 반영된 면도 있지만, 한국이 직면한 장애물을 드러내는 현상이기도 하다. 정치인들이 큰 아이디어에 기반한 야심찬 목표를 내놓던 과거와는 달리, 작은 아이디어 중심의 미시관리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스포츠에 비유하자면 공격에서 수비로 전환했다 할 수 있다.

    정부가 경제에 대대적으로 개입했던 1980년대 재무장관으로 활동한 강경식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이사장은 “신임 정부가 과감한 조치를 취해야 하지만, 그러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이사장은 한국과 경제력이 비슷한 다른 국가들에 비해 뒤떨어지는 서비스부문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졸업식에 참석한 학생들. 그래픽을 크게 보려면 여기를 클릭하시오.

    상명하달식 다년 경제계획 시대는 지난지 오래다. 연 1조 달러에 육박하는 GDP로 세계 15위에 등극한 한국경제가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규모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정부주도 경제계획이 궤도를 이탈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경험했다. 2008년 취임 2개월 후 타결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하는 대대적인 시위가 벌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이 대통령은 일부 국영기업 매각계획과 경제성장률을 5%에서 7%로 상승시키겠다는 계획을 포기하게 됐다.

    이 대통령의 뒤를 이어 대선에 도전장을 던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경제에 대한 논의를 대학등록금 감면과 같은 작은 아이디어와 복지개선에 집중시키면서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정부의 경제운영이 공격에서 수비로 전환했다는 사실은 어떤 면에선 중요한 개선이라 할 수 있다. 공수전환은 2008년 금융위기가 시작됐을 때만 해도 글로벌 자본의 움직임에 취약하던 한국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개입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2010년 정부를 위해 자본흐름문제 개선을 위한 방안을 내놓은 신현송 프린스턴대 교수는 정부가 작은 경제사안에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이 “좋은 신호”라고 말했다.

    수비로의 전환은 4대강과 세종시, 간척지 개발과 같은 경제성장용 정부주도 대형공사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해 취임한 이래 대규모 자본투입이 필요한 재개발 프로젝트를 다수 수정하거나 중단했다.

    성장률이 전보다 둔화되고 있기는 하지만 한국경제가 위기에 직면한 것도 아니다. 한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다른 선진국에 비해 빠르게 회복했다. 유로존 불확실성으로 촉발된 성장에 대한 압력을 받고 있는 지금, 한국정부의 재정상태는 최근 상향조정된 국가부채 신용등급을 유지하면서 경기부양책을 실시할 수 있을 정도로 양호하다.

    그러나 정부가 적극적으로 주도하는 대규모 경제계획에서 벗어나는 데 따른 위험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인구가 급속도로 고령화되고 한국식 수출주도 성장모델을 모방하는 신흥국과의 경쟁이 심회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아이디어 부재로 경제가 포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성숙기에 접어든 국가에서 경제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외국인 이민자와 여성 고용에 대한 태도전환 등 어려운 과제를 풀어나가겠다는 일관된 정치적 의지가 필요하다.

    “한국경제는 매우 빠르게 성장했고 규모면에서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교수는 말한다.

    “그러나 규제 및 제도 효과성으로 측정되는 질적인 면에서는 여전히 많은 문제가 존재한다.”

    신 교수는 미국경제학자 배리 아이켄그린과 드와잇 퍼킨스과 손잡고 한국의 빠른 경제성장을 분석하는 한편, 지난 50년 동안의 경제모델을 인구 감소를 앞둔 저성장국가에 맞는 모델로 어떻게 전환할 것인지에 대해 제안하는 신저를 저술했다.

    신 교수 외 연구진은 정부가 제품 및 노동시장 규제를 풀고 고등교육을 개혁하는 동시에 외국인 투자를 적극 유치하고 여성과 노년층, 외국인 이민자가 주를 이루는 ‘불완전고용 인력풀’을 이용할 것을 권장했다.

    그러나 중소기업이 대기업이나 공무원에 비해 고용안정 및 높은 연봉을 받을 기회가 부족하다는 인식과 소득불균형 등 민감한 사안은 다루지 않았다.

    신 교수는 다음과 같이 분석한다.

    “과거에는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도 소득불균형이 심화되지 않아 모두가 만족하는 성장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지금은 경제가 성장해도 내가 처한 상황은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워낙 많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여기에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정계가 한국경제의 큰 문제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불만족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경제성장으로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신 교수는 말한다.

    강 이사장은 현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업보다 소비자에 집중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부 경제기관과 정책을 개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부는 여전히 규모별 사업부문과 산업에 맞춰 조직돼 있다. 소비자 권리가 매우 약한 현실이다. 소비자를 중심에 놓으면 규정과 구조문제가 매우 쉽게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