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엔 뭉쳐야 산다'...코스닥 '불황형' 합병 러시

2012. 10. 22. 09:11C.E.O 경영 자료

'불황엔 뭉쳐야 산다'...코스닥 '불황형' 합병 러시

이달만 5건 등 코스닥 합병 증가세...불황 넘기 위한 흡수합병이 주류

 
코스닥기업들의 '불황형' 합병이 잇따르고 있다.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신규시장 진출 등을 위한 공격적 합병이 아니라 자회사나 관계사를 흡수, '내실다지기'에 나서는 코스닥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21일 금융감독원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고, 불황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코스닥기업들의 합병이 줄을 잇고 있다. 특히 자회사나 관계사를 대상으로 한 흡수합병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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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들어 코스닥시장의 합병결정 공시는 오늘과내일, 화인텍, 하림홀딩스, 네오위즈인터넷(네오위즈게임즈) 등 4개사 5건에 달했다. 전달인 9월에는 하림홀딩스, 아이디스홀딩스, SM C&C, 비트컴퓨터, 대호피앤씨, 엘엠에스 등 6개사 8건을 기록했다.

10월 발표된 5건의 합병은 모두 자회사나 관계사를 통합하는 내용이다. 활황기에 기업들이 신규 시장 진출을 위해 이종업체를 인수합병하거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유사 및 동종업체 인수합병하는 것과 달리 연관사업을 영위하는 관계사나 자회사를 흡수합병, 내실을 강화하는 '불황형 합병'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네오위즈게임즈는 지난 12일 네오위즈인터넷을 흡수합병키로 결정했다. 게임과 인터넷사업부분이 분사한지 5년만에 다시 합쳐지는 것이다. 네오위즈게임즈는 멀티플랫폼서비스와 콘텐츠 사업의 결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함으로써 국내외 경영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합병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경쟁력있는 온라인게임 라인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네오위즈게임즈가 실적악화와 주가하락이라는 이중고를 돌파하기 위해 이번 합병 카드를 선택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네오위즈게임즈의 주가는 실적 우려 등으로 인해 지난해 10월 기록한 고점(7만2700원) 대비 62%나 떨어진 상태다.

한일시멘트 계열인 호스팅업체인 오늘과내일은 18일 비상장 시스템통합(SI) 계열사인 한일정보통신을 흡수합병키로 했다고 공시했다. 한일시멘트는 오늘과내일, 한일정보통신의 지분을 각각 31.14% 32.50% 보유한 최대주주다.

유사사업을 영위하는 관계사에 대한 이번 합병은 실적개선과 주가상승 등 다양한 효과를 노린 포석으로 풀이된다. 증시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주로 분류되는 오늘과내일은 9월말 52주 최고치인 5780원을 찍기도 했다. 하지만 19일 종가는 고점대비 35% 이상 하락한 3765원을 기록하는 등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LNG(액화천연가스) 초저온보냉재 등을 생산하는 화인텍 역시 지분 100%를 보유한 비상장 자회사 화인텍로그스터를 흡수합병키로 했다고 18일 밝혔다. 해양플랜트 시장 확대에 따른 파이프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경영효율성 강화 및 비용절감을 통한 영업이익 제고를 위한 것이라고 회사 측은 밝혔다.

하림홀딩스는 지난달부터 복잡하게 얽혀있는 계열사간 지분관계를 정리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등의 행위제한위반사항을 해소하고 경영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차원이다. 선진지주, 주원, 그린 등을 흡수합병한다는 공시를 잇따라 내놓았다.

9월 합병결정을 공시한 아이디스홀딩스, 엘엠에스 등도 합병대상은 자회사 등 관계사들이다. 8월에 합병을 발표한 아이디엔(합병대상 스피드다이얼), EG(EG에너지), 지아이블루(엠젠) 등 3개사도 모두 자회사 및 계열사를 흡수합병키로 했다.

업계에서는 향후 불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코스닥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작은 합병비용으로 사업시너지를 확대하고, 새로운 성장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는 방안으로 자회사 및 계열사 합병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 위기가 여전하고, 국내 경제도 저성장 국면에 진입하면서 전방산업 부진으로 인한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며 “불황의 파고를 넘기위해 기존에 늘렸던 자회사를 합병하고 통합하는 등 코스닥기업들의 '다운사이징'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