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전 한푼 없다"..건보료 깎아달라 '봇물'

2012. 11. 1. 08:49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땡전 한푼 없다"..건보료 깎아달라 '봇물'

베이비붐세대 은퇴, 경기침체 맞물려 건보료 조정신청 증가 이데일리 | 장종원 | 입력 2012.10.31 11:45

 

[이데일리 장종원 기자]최근 정년 퇴직한 A씨(59, 남)는 10만원 정도 내던 건강보험료가 20만원대로 오르자, 보험료를 조정해달라고 민원을 냈다. A씨는 재산이 보험료 부과기준이 되는 지역가입자로 자격이 바뀌면서 보유한 4억원대의 아파트와 자동차 3대가 보험료 인상의 근거가 됐다. A씨는 "퇴직 이후 취업이 안 돼 수입이 한 푼도 없다"며 "대출금이 1억7000만원이나 되는 아파트는 팔려고 해도 매매가 안돼 끌어안고 있는 형편"이라고 호소했다.

건강보험료 부과나 징수 등에 불만을 품고 보험료 조정(이의신청)을 요청하는 민원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

31일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9년 1420건이던 보험료 관련 이의신청은 2010년 1564건(10%)으로 늘었고, 2011년에는 16%가 늘어난 1819건으로 집계됐다. 올해 상반기는 847건이었다.

그러나 보험료 조정 요청이 수용된 건은 많지 않았다. 올해 처리된 1071건(2011년 사건 포함) 중 51건만(4.8%)이 인용됐고 나머지는 모두 기각이나 각하 처리됐다. 다른 해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2009~2012년 상반기 건강보험공단 보험료 관련 이의신청 현황(단위 건, %)

특히 최근 경기침체에 따른 하우스푸어 증가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맞물려 경제적인 어려움을 이유로 건강보험료를 낮춰 달라고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례로 울산에 거주하는 H씨(60, 남)는 "회사를 퇴직하고 한 달 만에 이혼해 월세 20만원의 주택에 살고 있다"면서 "2002년식 자동차는 고장이 잦아 팔 수도 없으며 건강이 안 좋아 일을 할 수도 없는 형편"이라며 건강보험료를 낮춰달라고 요구했다.

K씨(44, 여)는 남편 실직 후 건강보험료가 평소 내던 5만원에서 13만원으로 오르자 민원을 냈다. K씨는 "남편이 실질적인 수입이 없음에도 8년된 트럭과 작은 집 한채가 있다고 직장에 다닐 때 보다 8만원이나 더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호소했다.

한편 드물지만 건강보험료 조정이 된 사례도 나온다. 서울에 사는 P씨(33, 여)는 자동차를 대신 구매해 두 달만 가지고 있으면 300만원을 빌려주고 명의도 변경해 가겠다는 사기 전화에 속았다. 2000만원이 넘는 SUV는 출고되자 사기꾼들이 훔쳐 잠적했고, D씨는 자동차는 만져보지도 못한 채 할부금을 떠안게 됐다. 더군다나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건강보험료까지 인상됐다. 그는 "명의만 있는 자동차 때문에 건강보험료를 더 내는 것은 억울하다"며 이의를 제기, 차량의 도난 사실을 확인한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납부한 보험료를 돌려 받을 수 있었다.

장종원 (liberjjw@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