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NYT)는 31일(현지시각)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자료를 인용, "2011년에만 50만8000명의 중국인이 해외 34국가로 이민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2000년과 비교해 45% 증가한 수치라고 NYT는 덧붙였다.
특히 미국은 부유한 또는 고학력 중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이민처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중국인들로부터 받은 영주권 발급 목적의 투자금이 다른 모든 국가를 합한 것의 두배에 달한다고 밝혔다. 영주권을 발급받기 위해서 외국인은 최소 50만달러를 투자해야 한다. 이민자 숫자도 증가했다. 2010년 7만명에서 지난해에는 8만7000명을 늘어났다.
중국인이 대거 유입되면서, 맨하탄 중심가에 부동산 붐 현상도 일고있다.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주 고객층을 위해 중국어를 배우기까지 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 고성장에만 치중해 사회 불안 가중…능력 있다면 해외로
중국의 인력 유출은 성장 중심 국가 전략에서 비롯된 두려움 때문이다. 고성장을 위해 기형적으로 환경을 파괴하고, 사회의 도덕적 기반을 뒤흔들어놨다. 사회가 온정도 없고 싸늘함만 감도는 곳이 됐다는 것이다.
영국 노팅험 대학의 카오 콩 교수는 "중국 중산층은 미래에 대한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자녀를 키우는데 불안감을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고성장으로 이룩한 성과에도 불구, 중국은 여전히 정치적, 사회적으로 불확실하다는 전망이 높다. 중국은 8일 중국 공산당 18차 당대회(전국대표대회)에서 새 지도부를 선출하게 된다.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의 당 총서기 선출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과거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성장모델을 답습할지, 아니면 대대적인 개혁을 해 나갈 지 갈림길에 서 있다.
◆ 해외 국적은 보험…고위급도 합세
NYT는 대다수의 이민자들이 해외 영주권을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보험으로 여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정치적인 혼란을 야기했던 전 충칭시 당서기 보시라이(薄熙來) 정도의 권력을 쥐었어도 불안감을 떨쳐 버릴 수 없다고 매체는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상하이 엔지니어링의 한 간부는 "영주권을 확보하기 위해 뉴욕시 부동산 개발에 투자했다"며 "내일이라도 무슨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미국에서 살 계획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베이징에서 컨설팅업체를 운영 중인 브루스 펑은 “주요 고객들인 중소기업체 경영인들 대부분이 해외 국적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들 모두 중국 정부의 국영기업 우대 정책으로 어려움을 겪고있다”고 털어놨다.
미국 올버니 대학의 이민 전문가 리앙 자이 교수는 "중국 고위급들에게도 불확실성과 위험이 이어지고 있다"며 "사람들은 2, 3년안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궁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 양극화에 밀려난 사람들도 살길 찾아 해외로
이러한 불안은 가난한 중국인에게도 마찬가지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80만명의 중국인이 해외에서 일하고 있다. 20년전 6만명에서 열배가 넘는 인력이 빠져나간 것이다. 이들 대다수는 저수입 직종에 종사하고 있다. 택시 운전과 조업, 농업과 같은 분야에 널리 퍼져있다.
NYT는 중국의 성장이 양극화를 심화시켰다며, 도태될 것이란 두려움에 서민들이 해외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비아오 샹 옥스포드 대학 교수는 "해외 이민은 도박이 됐다"며 "본토에서 설 곳을 잃을 것이란 두려움이 이들을 내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