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짜리 무, 800원은 중간 유통업자가 챙겨”

2012. 11. 7. 09:02이슈 뉴스스크랩

“1000원짜리 무, 800원은 중간 유통업자가 챙겨”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농축산물 유통비 세계일보 | 입력 2012.11.06 19:41 | 수정 2012.11.06 23:25

 

[세계일보]

'금(金)추', '금무'의 비밀이 베일을 벗었다. 배추의 유통비용은 가격의 77%이고 무는 80%에 이른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농축산물 가격 상승의 주범이 바로 유통비용인 셈이다. 배보다 배꼽이 큰 형국이다. 농민들은 애써 가꿔도 제값을 받지 못하고 도시 소비자마저 덤터기를 쓸 수밖에 없는 우리 농축산물 유통구조의 불편한 진실이다.

6일 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농축산물 42개 품목을 조사한 결과 평균 유통비용이 소매가격의 41.8%를 차지했다. 유통비용 비중이 가격의 절반을 넘긴 것은 조사 대상의 50%인 21개였다.

엽근채소류(잎이나 뿌리를 먹는 채소)의 경우 평균 69.6%로 비중이 가장 컸다. 특히 김장무는 유통비용이 80.0%나 됐다. 소비자가 1000원짜리 무를 사면 이 중 800원을 중간유통업자가 챙겼다는 얘기다. 최근 가격이 폭등해 '식탁물가'를 끌어올린 요인이 유통비용으로 판명난 것이다.

가을배추는 77.1%로 뒤를 이었다. 김장채소인 무와 배추가 나란히 '유통 거품'의 1, 2위에 오른 것이다.

김장에 쓰이는 양념채소류의 유통비용 비중도 평균 48.0%에 달했다. 양파의 유통비용은 71.9%였고, 당근(66.6%), 대파(50.8%) 등도 유통비용이 가격의 절반을 넘었다.

감귤(56.1%), 배(47.4%) 등 과일과 닭고기(52.1%), 쇠고기(42.2%) 역시 유통비용 비중이 높았다. 산지 소값이 폭락해도 소비자들이 가격하락을 체감하기 어려운 이유다.

유통업체의 대형화도 유통비용을 줄이지는 못했다. 지난해 유통비용 41.8%를 단계별로 나눠 보면 출하단계 10.0%, 도매단계 8.6%, 소매단계 23.2%다. 유통비용의 절반 이상이 소매단계에 들어가는 구조다.

'유통 선진화'의 기치를 내걸고 대형마트, 기업형슈퍼마켓(SSM)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지만 소매단계의 유통비용은 6년 전인 2006년(23.2%)과 변함이 없었다.

전문가들은 생활협동조합(생협) 등 산지 농민과 소비자를 바로 연결하는 직거래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생협이 보편화하면 아파트 등 거주지역에서 조합을 만들어 산지 농민들과 직거래해 농산물을 직접 배달받을 수 있다. 유통단계가 줄어 값이 싸지고 농민 이윤도 늘어난다.

황의식 농촌경제연구원 식품유통연구부장은 "일본, 유럽 등에서는 '로컬 푸드'로 불리는 생협 운동이 활발해 농산물 유통단계 축소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생협, 전통시장 등이 힘을 얻어야 대형 유통업체를 압박해 유통 이윤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