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사 예비군 220만명?… 전체노인 절반 가까이 생활고

2012. 11. 16. 22:08이슈 뉴스스크랩

고독사 예비군 220만명?… 전체노인 절반 가까이 생활고

국민일보 | 입력 2012.11.16 18:30

 

2000년 우리나라에서 혼자 사는 노인은 54만여명으로 전체 노인 약 340만명의 16% 정도였다. 2012년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이 숫자는 약 119만명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비율도 높아져 올해 독거노인은 전체 노인(589만명)의 20%를 넘어섰다. 노인 5명 중 한 명은 혼자 산다는 뜻이다. 게다가 전체 노인의 절반 가까이는 생계가 어려운 빈곤층이다. 외롭고 가난한 노년의 1인 가구. 독거노인 문제는 조만간 한국 사회 최대 뇌관이 될 전망이다.

고독사 예비군 220만명=독거노인 10명 중 9명 이상(96.7%)은 평균 3∼4명의 자녀가 있다. 하지만 자녀들과 주1회 이상 접촉하는 비율은 3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사실상 자녀의 돌봄을 받지 못한 채 방치돼 있다는 뜻이다. 경제적 빈곤은 더욱 심각하다. 우리나라의 빈곤노인층은 전체의 45.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3.5%)의 3배가 넘는다. 그나마 극빈층은 정부로부터 의료 및 생계비 지원 등을 받지만 주택을 소유하고 있거나 소득이 있는 자녀가 부양의무자로 등록돼 있는 노인의 경우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인다.

가족관계가 단절되고 가난한 노년의 삶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는 자살률이다. 75∼79세 노인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89명으로 전체 평균(32.1명)의 두 배가 넘는다.

미래 그림은 더욱 암울하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여년 후인 2035년 독거노인 숫자는 현재의 3배가량인 34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40∼50대 중장년 중 220만명 정도가 향후 10∼20년 사이에 독거노인층으로 대거 흡수된다는 뜻이다. 이들 상당수는 이혼, 사별 등으로 이미 혼자 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을 '잠재적 고독사(孤獨死)군'으로 분류한다. 홀로 죽음을 맞게 될 수백만명의 '고독사 예비군'이 자라나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윤석명 연구위원은 "고령층 1인 가구를 어떻게 도울지는 현재 우리 사회의 중요한 복지이슈"라며 "하지만 그보다 지금 경제사회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40∼50대가 잠재적인 고독사군에 편입될 미래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는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혼자 사는 삶=지난 13일 오후 3시 경기도 의왕시 고천동 아름채노인복지관에 70∼80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모여들었다. 복지관에서 마련한 '다육이와 함께하는 즐거운 노년'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독거노인들이다. 이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다육식물 화분을 가꾸고 옥상 텃밭에서 배추, 무 등 김장거리를 키운다. 최근에는 용인민속촌 나들이 길에 카페에도 들어가 봤다.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이효근씨는 "복지사 선생님 덕에 태어나서 처음 카페라는 데를 가서 길거리 아가씨들이 들고 다니면서 마시는 커피도 마셔봤다"며 웃었다. 지난해 '앞치마 두른 남자의 행복' 프로그램을 통해 요리를 배웠다는 박영배씨는 "남자들은 마누라 가고 혼자 되면 반찬 하나 만들어먹을 줄 몰라서 너무 힘들다"며 "요리강좌가 혼자 사는 데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복지관에 다니면서 우울증을 고쳤다는 윤순대씨는 "남편 죽고 하루 우울증 약을 11알씩 먹었다"며 "윤현심 돌보미 선생님 소개로 복지관에 다닌 뒤 지금은 약을 2∼3알까지 줄였다. 선생님이 내 생명의 은인"이라고 말했다.

아름채노인복지관이 그렇듯 노인복지관은 독거노인들에게도 주요 복지거점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참여하기 어렵고 65∼75세의 '젊은' 노인들이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한계는 분명하다.

이영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