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살림 아랑곳 않고… '포퓰리즘 입법' 봇물

2012. 11. 20. 21:51C.E.O 경영 자료

나라살림 아랑곳 않고… '포퓰리즘 입법' 봇물

막대한 정부예산 필요법안 줄줄이 국회통과 대기중 세계일보 | 입력 2012.11.20 19:32 | 수정 2012.11.20 21:08

 

[세계일보]

대선 정국의 어수선한 틈을 타 정부 곳간에 큰 구멍을 낼 법안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선심성 입법을 발의하는 데는 여야가 따로 없다. 집단 모럴해저드에 빠진 탓인지 나라살림은 안중에 없는 듯하다.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퍼주기 법안'은 남유럽 국가들처럼 우리나라를 심각한 재정위기로 내몰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김황식 국무총리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을 전면화한 정치권 움직임을 막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국회 통과를 앞둔 '재정 탕진' 법안은 현재 한둘이 아니다.

20일 국회와 재정부에 따르면 새만금사업 추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 부도 공공건설임대주택 임차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 개정안 등 막대한 정부 예산을 쏟아부어야 하는 법률안이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이들 법안은 의원 발의로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고 법사위에 계류돼 있다.

대표적 표퓰리즘 법안은 대중교통법안이다. 이 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택시도 대중교통 기본계획에 포함돼 재정지원 대상이 된다. 현재 택시업계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연간 7600억원 규모의 유가보조금과 부가가치세를 지원 받고 있다.

버스업계는 이날 긴급 비상총회를 열어 버스 운행 전면 중단을 결의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버스운송조합회의 한 관계자는 "실패한 택시 수급관리 책임을 국민 세금으로 해결하려는 정치권의 얄팍한 꼼수"라고 비판한다.

부도 공공주택특별법은 임대주택건설 사업자의 모든 부도에 대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임대주택을 사도록 하는 법안이다. LH는 100조원을 웃도는 천문학적인 부채를 안고 있다.

임대보증을 받지 않은 임대주택은 전국적으로 12만5000가구다. 모두 부도가 난다고 가정하고 LH가 가구당 평균 8000만원 정도로 매입한다 해도 최대 10조원이 필요하다. 한 경제학과 교수는 "서민을 돕는다는 취지는 좋지만 실패한 사업 책임을 공기업이 떠안는 전형적인 모럴 해저드 구조"라고 지적했다.

새만금지원 특별법은 새만금개발청을 국토해양부 소속으로 새로 만들고, 매립용지를 조성원가 이하로 공급했다가 개발환경이 안정되면 원가 이상으로 제공해 결손금을 충당하는 '매립용지 공급가 차등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도로·공항·상하수도 설치비용을 국비로 지원하는 방안도 포함한다. 이렇다 보니 2013년부터 2017년까지 8639억원의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 국회의원 170여명이 서명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군산·김제·부안 등 전북지역 최대 현안을 무리하게 지원하는 이유는 전북도민의 마음을 얻으려는 저의가 깔린 것 같다"고 말했다.

국도 관리를 지자체에서 국가로 떠넘기는 도로법 개정안 역시 막대한 추가 재정이 소요된다. 이 법안은 도농복합시 관내의 국도는 국토부 장관이, 지방도는 도지사가 관리하도록 함으로써 관리를 효율화하겠다는 명분을 내걸고 있다. 정부는 이들 국도(944㎞)의 유지관리비에는 연간 185억원이 든다. 그러나 이를 국토부가 관리하면 별도의 인력과 장비가 필요해 추가로 716억원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은 FTA 이행으로 순이익이 발생한 산업의 산업별 순이익 일정액을 환수하는 내용이다. FTA 이행지원기금 규모가 늘어나게 되는데, 이 법안은 기금 조성 규모를 3조원으로 제시했다. 업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박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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