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부른 `섀도뱅킹` 67조달러

2012. 11. 19. 20:51C.E.O 경영 자료

금융위기 부른 `섀도뱅킹` 67조달러
전세계 금융시장의 절반…G20 금융위 `경고등`
기사입력 2012.11.19 17:18:12 | 최종수정 2012.11.19 17:28:

764312 기사의  이미지
은행과 유사한 역할을 하지만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는 그림자 금융(섀도 뱅킹)이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구조적 위험을 키우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G20 산하 금융안정위원회(FSB)는 18일 공개한 보고서를 통해 2002년 이후 10년간 전 세계 그림자 금융이 41조달러 급증해 지난해 말 현재 67조달러(7경2810조원)까지 확대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예상했던 것보다 6조달러(6조5200억원) 이상 많은 수치다.

이 같은 그림자 금융시장 규모는 전 세계 금융 자산의 90%를 차지하는 주요 25개국ㆍ유로존 금융시장의 4분의 1, 은행권 금융 규모(130조달러)의 절반에 달한다. 보험ㆍ연기금 금융시장(43조달러)에 비해서는 50% 이상 더 크다.

그림자 금융 중 비은행금융사 중개 업무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은 국가는 네덜란드로 45%에 달했다. 미국과 홍콩은 35%고, 유로 지역은 30% 수준이다. 한국 그림자 금융은 스위스, 영국, 싱가포르와 함께 25%로, 선진국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다.

국내 금융시장에서 100억원의 금융 거래가 발생했다면 이 중 4분의 1은 비은행권에서 발생하는 셈이다.

그림자 금융의 시장 규모가 상당한 수준으로 확대됐지만 시장 감독이 허술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비판이 커지면서 그림자 금융에 대한 규제감독 강화 필요성이 계속 제기돼왔다.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그림자 금융 규제 권고안 마련을 FSB에 위임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제 강화 움직임에도 그림자 금융 규모가 갈수록 커지자 FSB가 경고등을 울렸다.

FSB는 보고서를 통해 "과도하게 커진 그림자 금융이 금융산업의 구조적 위험을 높일 수 있고 특히 시장유동성이 말라붙을 때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 등) 과도한 시장 반응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림자 금융 거래에 대해 보다 강한 규제와 감시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FSB 의장으로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로드 터너 영국 금융감독청장은 18일 기자회견을 통해 "최근 은행이 대출을 꺼릴 때 그림자 금융이 유동성을 공급해주는 순기능을 하기도 한다"며 "이처럼 그림자 금융은 콜레스테롤처럼 좋은 것과 나쁜 것이 있다는 점에서 그림자 금융에서 해로운 부분을 걸러내 규제를 하는 것이 과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터너 청장은 "은행처럼 보이고 은행처럼 행동한다면 은행과 같은 금융안전망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해 그림자 금융에 대한 대대적인 규제의 틀이 마련될 것임을 예고했다. 이와 관련해 시장에서는 은행에 적용하는 것처럼 그림자 금융 회사ㆍ상품에 대해 자기자본비율ㆍ유동성 가이드라인을 새롭게 만들어 강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중에서도 머니마켓펀드(MMF)는 최우선 규제 대상이다. 초단기 금융상품인 MMF는 고객의 상환 요청에 대비해 즉시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에 투자해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다 보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장기채권으로 펀드를 운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이 경우 고객의 상환 요청에 제대로 응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런 상환불능 상황을 방지하고자 FSB는 MMF에 적용할 유동성 기준을 마련 중이다. FSB는 내년에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소집되는 G20 정상회의에 그림자 금융 규제 최종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 <용어 설명>

그림자 금융 : 은행과 유사한 신용 중개 기능을 하는 증권사, 여신금융사, 채권보증회사 등 비은행금융사와 머니마켓펀드(MMF), 헤지펀드, 환매조건부채권(Repo), 증권대차 등 은행 규제당국의 규제를 받지 않는 금융상품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뉴욕 = 박봉권 특파원 / 서울 = 한예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