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로운 명함의 세계

2012. 11. 25. 20:40C.E.O 경영 자료

  • 19. October 2012, 18:30:36 KST
  • 월스트리트저널
  • 다채로운 명함의 세계

    By KATHERINE ROSMAN

    프랭크 자오(22)의 명함을 보려면 컴퓨터가 필요하다.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바이오테크 기업에서 인턴으로 일하는 자오는 인쇄회로기판을 명함으로 만들었다. 이 명함을 USB 포트에 꽂고 캡스록(caps lock) 키를 몇 번 치면 스크린에 정보가 뜬다.

    캐나다 워털루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인 자오는 “소셜네트워크는 이제 너무 흔하다”며 “이제 명함이 유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게는 명함이 ‘개성을 표현하는 새로운 방법’이다.

    IT사업가들은 무형의 제품을 다루기 때문에 특히 개성있는 유형의 명함에 관심이 많다. 홈페이지, 이메일, 트위터, 페이스북 등 어떤 사람을 설명할 수 있는 매체가 많아지면서 명함은 이 모든 내용을 담을 수 있는 하나의 수단으로 각광 받고있다.

    Albert Hwang
    컴퓨터 전문가라는 사실을 강조한 앨버트 황의 명함.

    뉴욕에서 디지털 아티스트로 활동하는 앨버트 황(28)은 “모든 개인정보를 종이 한 장에 간편하게 담는 방법으로는 명함이 제격”이라고 말했다. 그의 명함에는 컴퓨터 코딩과 비슷한 모습으로 개인정보가 담겨져 있다.

    명함 자체가 세련된 마케팅 수단이 되기도 한다.

    트리스탄 메이스(22)는 이달 초 온라인 여행사 ‘원트 미 겟 미(Want Me Get Me)’ 론칭을 도왔다. 이 여행사는 새로운 기술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젊은 고객층을 겨냥해 호텔의 업그레이드를 도와주는 업체다. 이 회사 명함은 호텔 키카드처럼 생겼다. 메이스는 제작비는 많이 들었지만 벌써부터 명함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며 “명함을 책상 위에 전시해뒀다는 이메일을 고객으로부터 받는다”고 말했다.

    특수 제작 명함은 일반 명함보다 제작 비용이 많이 든다. 대기업에서는 대체로 일반 명함을 대량으로 주문한다. 본지의 모기업인 다우존스 등 여러 기업의 명함을 제작하는 파워원 인쇄부 부장 마이클 로렌은 많은 대기업이 여전히 얇은 종이 위에 한 가지 색상으로 정보를 찍어내는 일반 명함(제작비는 명함 500장에 약 13달러)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로렌에 의하면 USB에 연결되거나, 스마트폰으로 인식되는 QR코드를 넣어서 명함을 제작해달라고 하는 스타트업(신생기업)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Micha Kaufman
    컴퓨터 박스 카드보드지를 잘라 만든 미카 카우프만의 명함.

    피버닷컴(Fiverr.com) 공동 창업자인 미카 카우프만은 컴퓨터 포장 박스였던 카드보드지를 직사각형으로 자르고 회사 로고를 붉은색 잉크로 새겨넣은 명함 100장을 만들었다. 카우프만은 회사의 중요한 파트너나 고객에게만 이 명함을 줬다. 피버닷컴은 사용자가 5~150달러에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 장터다.

    카우프만은 직원들에게도 나만의 명함을 직접 디자인하거나 주문하라고 격려한다. 수작업으로 명함을 만드는 직원도 있고, 피버닷컴 사용자에게 제작을 의뢰하는 직원도 있다. 또 명함 제작업체 무닷컴(Moo.com)에 주문하는 직원들도 있다.

    무닷컴에서는 고객이 템플릿 중에서 디자인을 직접 고르면 두꺼운 종이에 인쇄해 명함을 만들어준다. 런던에 있는 이 회사는 2006년 설립됐다. 리처드 모로스 CEO는 올해 무닷컴에서 제작한 명함이 총 1억장으로 지난해보다 두 배 늘어났다고 말했다.

    무닷컴 고객들은 페이스북이나 플리커에서 사진을 끌어다 자신의 명함에 이용할 수도 있다. 개인 맞춤형 디자인으로 코딩 재질에 인쇄한 명함 50장을 제작하는 데 드는 비용은 약 30달러.

    소셜미디어의 영향을 받은 명함이 특히 인기다.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처럼 커다란 풍경 사진 위에 작은 사각형 인물 사진이 들어간 템플릿은 무닷컴의 베스트셀러 아이템이다. 사진 공유 소셜미디어인 핀터레스트에서 가장 많이 공유되는 이미지처럼 자신에게 영감을 준 명문을 새긴 명함도 인기가 좋다.

    Frederic Torrou
    아이폰 이미지를 본떠 만든 투로우의 명함.

    모든 회사가 자신들이 만든 이미지를 가져다 쓰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프레데릭 투어로(34세, 그래픽 디자이너)는 몇 달 전 한쪽에는 아이폰 사진 배경화면과 같은 이미지가, 반대편에는 아이폰 주소록 이미지가 새겨진 명함을 제작했다.

    투어로는 명함 사진을 온라인에 올리자 수천 명으로부터 비슷한 명함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하지만 애플 직원에게서 애플 디자인 이미지를 차용하면 안 된다는 경고를 받았다. 그는 “애플과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애플은 논평을 거절했다.

    종이 명함만 있는 것은 아니다.

    레고 상품 매니저인 데니스 피터슨은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 페스티벌에서 자신의 이름과 연락처가 적혀있는 미니어처 레고 피겨를 명함 대신 내밀었다. 피터슨은 “페스티벌 참가자들이 지나가다가 ‘당신이 레고 명함 나눠준 사람이죠? 하나 주시면 안 돼요?’라고 물었다”고 말했다.

    보안 전문가인 케빈 미트닉(49)은 3년 전에 자물쇠 따는 도구가 달린 경금속 명함을 주문했다. 그는 한 장에 2달러짜리 명함을 모임에서 나눠줬다. 그런데 그의 명함을 갖고 싶어하는 사람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미트닉은 나름의 방침을 정했다. 우표를 붙인 반송용 봉투에 5달러를 넣어 보내주면 명함을 보내주기로 한 것이다. 그가 지금까지 보내준 명함은 3,000장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