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기업 문화 동양과 많이 달라… 싸다고 인수했단 큰 코 다쳐"

2012. 12. 23. 11:47C.E.O 경영 자료

[Weekly BIZ] "유럽 기업 문화 동양과 많이 달라… 싸다고 인수했단 큰 코 다쳐"

입력 : 2012.12.21 13:28

유럽 최고의 경영대학원 佛 인시아드 디팍 제인 학장
유럽의 펀더멘털-수준 높은 교육 시스템, 문화의 다양성… 큰 강점으로 부상할 것
소비자 지갑 열게 하려면-고객의 시간 관리 중시… 개인의 취향 고려한 맞춤 서비스 각광받을 것
MBA 무용론?-사람들 재능을 관리하는 법, 어디서나 필요한 기술… MBA에 대한 수요 더 높아져

유럽 최고의 경영대학원인 프랑스 인시아드(INSEAD)의 최대 강점은 '글로벌'이다. 미국 학생이 등록 학생의 절반을 넘는 대다수 미국 경영대학원들과 달리, 인시아드에서는 한 개 국적(國籍)이 20%를 넘지 않는다. 1000명의 정규 수강생(1년 과정)은 80개가 넘는 나라에서 왔고, 145명의 교수진은 35개 국적으로 나뉘어 있다.

디팍 제인 인시아드 학장은“불확실한 시대에는 참신한 발상과 새로운 생존전략이 필요한데, 그 바탕은 풍부한 지식에서 나온다”며“위기일수록 배움에 대한 열정을 가지라”고 했다. / 퐁텐블로=류정 기자
인시아드를 이끌고 있는 디팍 제인(55·Dipak Jain) 학장은 인도 아삼 지방의 빈농 출신이다. 수학에 천재적 재능을 가졌던 그는 장학금만으로 인도와 미국에서 석·박사를 받았다. 1987년 노스웨스턴대 경영대학원(켈로그스쿨) 교수로 임용돼 2001년부터 9년간 학장을 맡아 세계적인 명문 MBA로 키운 그는 2010년 MIT경영대학원 슬론(Sloan)스쿨 학장을 제의받았으나 거절하고 인시아드를 택했다. "아메리칸 드림은 이뤘으니 유러피언 드림을 이루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그가 희망을 찾아온 유럽은 막대한 정부 부채와 성장 없는 복지로 가라앉아 있었다.'유러피언 드림'을 꿈꾸는 제인 학장은 유럽의 미래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또 경제 위기와 함께 찾아온 MBA 위기에 어떻게 대처할까.

Weekly BIZ는 이달 13일 파리 근교 퐁텐블로에 있는 인시아드에서 제인 학장을 만났다. 그는 "유럽의 경기 둔화는 당분간 피할 수 없으나 유럽의 펀더멘털(fundamental·근본)에 대한 믿음은 버리지 않고 있다"고 했다. "수준 높은 교육 시스템과 문화의 다양성, 지속 가능성에 대한 헌신이 유럽의 힘입니다."

"지속 가능한 성장 추진하는 유럽의 강점 곧 드러난다"

―유럽은 재정위기로 침체 일로인데, 유럽에 아직 희망이 있나?

"유럽이 미국보다 효율성이나 기업가 정신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각국의 문화가 달라 통합이 어려운 측면도 있다. 그러나 영원한 것은 없다. 비행기는 바람의 저항을 받아 높이 뜬다. 유럽도 위기를 통해 성숙할 것이다. 유럽에는 질 높은 교육 시스템, 언어 능력이 뛰어나고 다양한 문화에 대한 이해가 깊은 인재들이 있다. 무엇보다 유럽은 대체 에너지 개발 같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꾸준히 추진 중이다. 이런 점은 머지않아 큰 강점으로 부상할 것이다."

―위기에 처한 유럽 기업들이 M&A 시장에 매물로 많이 나오고 있다. 아시아 기업들엔 인수할 기회인가?

"유럽이 세일 중이기 때문에 인수할 생각은 버려라. 확실한 시너지 효과가 있을 때에만 인수하라. 유럽의 기업 문화는 동양과 많이 다르다. 노동법 역시 기업에 유리하지 않다. 싸다고 인수했다간 큰코다친다. 리먼브러더스 유럽 부문을 인수한 일본 노무라증권을 봐라. 인력 관리에 완전히 실패하지 않았나."

―경제 위기로 MBA 졸업생들의 취업률이 하락하면서 'MBA 무용론'이 거세지고 있다.

"나는 위기라고 보지 않는다. 비즈니스는 결국 사람을 관리하는 일이다. 기술자나 예술가라도 직급이 올라가면 결국 매니저가 된다. 사람들의 재능을 관리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기술은 어디나 필요하다. 이 때문에 주말이나 저녁을 활용한 과정, 기업 간부들을 위한 E MBA에 대한 수요는 더 높아지고 있다."

―유럽 MBA를 대표하는 인시아드는 미국 MBA와 어떻게 다른가?

"미국은 이론 개발을 중시하고 노벨상 수상자를 많이 배출한다. 인시아드는 비즈니스 응용법에 더 초점을 맞춘다. 또 1년 과정으로 시간 대비 효용이 높다. 우리는 싱가포르와 아부다비에 캠퍼스를 세워 다양한 나라의 인재들을 직접 찾아간다."

"위기는 핑계일 뿐…, 절대 품질을 양보하지 마라!"

제인 학장의 전공 분야는 마케팅이다. IBM·보잉·네슬레·맥킨지 등 40여개 글로벌 기업이 그에게 마케팅 조언을 받았다. 탁신 전 태국 총리는 그를 자문관으로 영입해 국가 홍보 전략 수립을 위임했었다.

―장기 저성장이 '뉴 노멀'(New Normal)이 되면서 소비 심리가 위축돼 있다.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하려면?

"고객들이 원하는 가치를 포착하고 창조해야 한다. 요즘 고객들은 시간 관리와 맞춤화(customization)라는 가치를 중시한다. 현대인들은 1분 1초도 아까워한다. 아무리 첨단 기기라도 사용법이 복잡하면 외면한다. 인시아드가 1년 과정인 것도 고객의 시간 가치를 고려한 것이다. 페덱스는 철야 배송 서비스로 배송 시간을 파격 단축했다. 요즘 소비자들은 또 특별 대우를 원한다. 고객의 개개인 취향에 맞춘 서비스와 상품이 각광받을 것이다."

―요즘 같은 위기 상황에서 기업가들에게 필요한 태도와 정신은?

"기업가에게 위기는 핑계나 변명거리일 뿐이다. 무조건 최선을 다하라. 그리고 자신의 비즈니스가 고객에게 어떤 의미인지 정확히 이해하라. 코닥은 필름이라는 상품 자체에 집착하다 실패했다. 그들의 사업은 단순히 필름을 파는 게 아니라, 고객의 기억을 보존해주는 일이었는데 그 점을 간과했다."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성향이 강한 한국 기업들에 조언한다면?

"절대 품질을 양보하지 마라. 사람들이 애플을 사는 이유가 뭔가? 애플을 들면 자신이 왠지 특별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 브랜드 이미지는 최상의 품질에서 나왔다. 무한 가격 경쟁은 모두 죽는 길이다. 품질에 대한 헌신이 지속될 때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가 구축되고, 소비자들은 기꺼이 지갑을 연다."

디팍 제인(Dipak Jain) 학장은

출생: 1957년 인도 아삼(Assam)

학력: 미국 텍사스대 박사(경영학·마케팅), 인도 고하티(Guwahati)대 수리통계학 석사

경력: 탁신 태국 총리 외교자문관(2002 ~2006년), 유나이티드에어라인(UA) 이사회 의장 역임

저서: '마케팅 무브'(Marketing Moves) 등 3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