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부·세대·국가…다보스포럼 또 다른 화두는 `갈등`
2013. 1. 26. 00:25ㆍC.E.O 경영 자료
빈부·세대·국가…다보스포럼 또 다른 화두는 `갈등`
스티글리츠 "1%부자가 富25% 가져…불평등 심화" 베버 UBS회장 "미래세대 희생으로 현세대가 살아" 양적완화·긴축 둘러싸고 선진국-신흥국 `불신의 골` | |
기사입력 2013.01.25 17:11:18 | 최종수정 2013.01.25 17:24: |
◆ 다보스 포럼 ◆
24일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열린 세계개발전망 세션 참석자들이 유엔 밀레니엄 개발목표 방향 등을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라니아 알 압둘라 요르단 왕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빌 게이츠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 이사장,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 헬렌 게일 케어 대표, 폴 폴먼 유니레버 사장. <사진 제공=WEF>
빈자와 부자 간 갈등, 세대 간 갈등, 국가 간 갈등….
23일(현지시간) 개막한 올해 다보스포럼 현장에서 `갈등`이라는 단어가 화두로 급부상하고 있다. 성장에 대한 공감대 형성에는 성공하고 있지만, 다양한 분야와 지역에서 분출되고 있는 갈등 구조를 우선 타파하지 않고서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갈등 구조가 심화되면 다보스포럼이 올해 주제로 제시한 `불굴의 역동성`으로도 어떻게 해볼 수 없다. 갈등이 만성화되고 고착화되기 전에 완화 방안을 시급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보스 참가자들 사이에서 커지고 있는 배경이다. 갈등 구조는 기본적으로 불평등에 대한 불만에서 시작된다.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24일 다보스포럼 현장에서 미국 소득 불평등(inequality)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스티글리츠 교수의 인사이트와 아이디어` 강연을 통해 "미국 최상위 1% 부자들이 미국 전체 부의 25%를 차지하고 있다"며 "미국이 이 같은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미국은 스스로를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는 기회의 땅으로 생각되는 것을 좋아한다"며 "소위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것이 미국 정체성에 뿌리 깊게 담겨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실제 통계를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게 스티글리츠 교수의 주장. 그는 "다른 선진경제와 비교하면 미국은 기회라는 측면에서 가장 낮은 비율을 가지고 있는 나라 중 하나"라며 "부모 수입이 많고 적음에 따라 아이들의 삶의 질이 결정되는 기회 부족 사회가 바로 미국"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미국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로 하위 50% 계층에 대한 교육 기회 확대, 최저임금 인상, 노조 교섭력 강화 정책을 펼쳐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세대 간 갈등 가능성도 고조되고 있다.
악셀 베버 스위스 UBS금융그룹 회장은 "최근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이 과도한 소비를 조장하고 있다"며 "미래 세대 희생을 담보로 현재 세대가 살고 있다"고 세대갈등을 예고했다.
섀넌 버로 호주 노총 대표도 "아버지를 자르고 대신 그 아들에게 일자리를 내어줄 건가"라며 "우리는 어린 세대에 일자리를 만들어 주고 싶은 것이지 다른 사람의 몫을 대신해서 주고 싶은 것이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는 "실업의 고통을 겪는 이들에게 우리는 빚을 지고 있다. 그들은 탈세를 제대로 막지 못한 정부로 인한 희생자일 뿐"이라며 계층 간 갈등문제를 제기했다.
자국 성장만을 앞세우는 움직임이 늘면서 더욱 첨예화하는 국가 간 갈등도 다보스포럼 참가자들의 고민이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중앙은행의 대대적인 양적완화는 해당국 관점에서 보면 합리적인 선택이다. 과도한 국가부채로 재정정책 손발이 묶인 상황에서 돈을 풀어 빈사 상태에 빠진 경제를 소생시키겠다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경기를 살려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하지만 브라질 등 신흥국 입장에서는 못마땅하다. 선진국 양적완화가 곧바로 해당국 통화 가치 하락으로 연결될 경우, 자국 수출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양적완화가 자국 경제에 피해를 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면 국가 간 갈등과 불신의 골이 깊어지게 된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유럽연합(EU) 탈퇴도 EU 회원국 간 불협화음과 갈등을 조장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 영국 정부가 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EU 회원국들에 피해가 가더라도 EU에서 탈퇴하겠다는 자국이기주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벌써부터 EU 회원국 간 찬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투표를 통해 국민에게 EU 탈퇴 여부를 물어볼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놓는가 하면 일부 회원국들은 캐머런 총리가 표를 얻기 위해 정치적 쇼를 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문제는 탈퇴 여부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시장에 악재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보다 효율적이고 경쟁력을 갖춘 EU가 돼야 한다는 영국의 주장에 동의하지만 영국이 EU를 탈퇴한다면, 영국은 대서양을 떠도는 하나의 섬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탈퇴를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성장과 긴축을 둘러싼 갈등도 계속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다보스포럼 특별연설을 통해 유로존 위기 극복을 위해 당분간 긴축조치 유지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견지했다.
반면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 회장은 "긴축으로 오히려 유럽 재정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며 "국가부채 문제 해결에 긴축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도 "유로존이 긴축에 집중하면서 긴축이 또 다른 문제들을 더 악화시켰다"고 긴축을 비판했다.
정치적 갈등에 따른 지정학적 문제들이 올해 세계를 뒤흔들 변수로 제기됐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이날 빌 게이츠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 이사장,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등과 함께한 토론에서 "시리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죽음의 소용돌이와 말리 사태를 막아야 한다. 글로벌 정치적 환경이 양극화돼 있다"며 자국이기주의에서 벗어나 공조와 협력을 통한 해결방안 모색을 촉구했다.
[다보스 = 손현덕 부국장 / 박봉권 기자 / 안명원 기자]
23일(현지시간) 개막한 올해 다보스포럼 현장에서 `갈등`이라는 단어가 화두로 급부상하고 있다. 성장에 대한 공감대 형성에는 성공하고 있지만, 다양한 분야와 지역에서 분출되고 있는 갈등 구조를 우선 타파하지 않고서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갈등 구조가 심화되면 다보스포럼이 올해 주제로 제시한 `불굴의 역동성`으로도 어떻게 해볼 수 없다. 갈등이 만성화되고 고착화되기 전에 완화 방안을 시급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보스 참가자들 사이에서 커지고 있는 배경이다. 갈등 구조는 기본적으로 불평등에 대한 불만에서 시작된다.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24일 다보스포럼 현장에서 미국 소득 불평등(inequality)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스티글리츠 교수의 인사이트와 아이디어` 강연을 통해 "미국 최상위 1% 부자들이 미국 전체 부의 25%를 차지하고 있다"며 "미국이 이 같은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미국은 스스로를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는 기회의 땅으로 생각되는 것을 좋아한다"며 "소위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것이 미국 정체성에 뿌리 깊게 담겨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실제 통계를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게 스티글리츠 교수의 주장. 그는 "다른 선진경제와 비교하면 미국은 기회라는 측면에서 가장 낮은 비율을 가지고 있는 나라 중 하나"라며 "부모 수입이 많고 적음에 따라 아이들의 삶의 질이 결정되는 기회 부족 사회가 바로 미국"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미국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로 하위 50% 계층에 대한 교육 기회 확대, 최저임금 인상, 노조 교섭력 강화 정책을 펼쳐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세대 간 갈등 가능성도 고조되고 있다.
악셀 베버 스위스 UBS금융그룹 회장은 "최근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이 과도한 소비를 조장하고 있다"며 "미래 세대 희생을 담보로 현재 세대가 살고 있다"고 세대갈등을 예고했다.
섀넌 버로 호주 노총 대표도 "아버지를 자르고 대신 그 아들에게 일자리를 내어줄 건가"라며 "우리는 어린 세대에 일자리를 만들어 주고 싶은 것이지 다른 사람의 몫을 대신해서 주고 싶은 것이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는 "실업의 고통을 겪는 이들에게 우리는 빚을 지고 있다. 그들은 탈세를 제대로 막지 못한 정부로 인한 희생자일 뿐"이라며 계층 간 갈등문제를 제기했다.
자국 성장만을 앞세우는 움직임이 늘면서 더욱 첨예화하는 국가 간 갈등도 다보스포럼 참가자들의 고민이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중앙은행의 대대적인 양적완화는 해당국 관점에서 보면 합리적인 선택이다. 과도한 국가부채로 재정정책 손발이 묶인 상황에서 돈을 풀어 빈사 상태에 빠진 경제를 소생시키겠다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경기를 살려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하지만 브라질 등 신흥국 입장에서는 못마땅하다. 선진국 양적완화가 곧바로 해당국 통화 가치 하락으로 연결될 경우, 자국 수출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양적완화가 자국 경제에 피해를 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면 국가 간 갈등과 불신의 골이 깊어지게 된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유럽연합(EU) 탈퇴도 EU 회원국 간 불협화음과 갈등을 조장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 영국 정부가 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EU 회원국들에 피해가 가더라도 EU에서 탈퇴하겠다는 자국이기주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벌써부터 EU 회원국 간 찬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투표를 통해 국민에게 EU 탈퇴 여부를 물어볼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놓는가 하면 일부 회원국들은 캐머런 총리가 표를 얻기 위해 정치적 쇼를 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문제는 탈퇴 여부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시장에 악재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보다 효율적이고 경쟁력을 갖춘 EU가 돼야 한다는 영국의 주장에 동의하지만 영국이 EU를 탈퇴한다면, 영국은 대서양을 떠도는 하나의 섬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탈퇴를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성장과 긴축을 둘러싼 갈등도 계속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다보스포럼 특별연설을 통해 유로존 위기 극복을 위해 당분간 긴축조치 유지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견지했다.
반면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 회장은 "긴축으로 오히려 유럽 재정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며 "국가부채 문제 해결에 긴축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도 "유로존이 긴축에 집중하면서 긴축이 또 다른 문제들을 더 악화시켰다"고 긴축을 비판했다.
정치적 갈등에 따른 지정학적 문제들이 올해 세계를 뒤흔들 변수로 제기됐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이날 빌 게이츠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 이사장,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등과 함께한 토론에서 "시리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죽음의 소용돌이와 말리 사태를 막아야 한다. 글로벌 정치적 환경이 양극화돼 있다"며 자국이기주의에서 벗어나 공조와 협력을 통한 해결방안 모색을 촉구했다.
[다보스 = 손현덕 부국장 / 박봉권 기자 / 안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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