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역량 늘려 침체 극복하자" 두 거인 이해일치

2013. 2. 15. 22:32C.E.O 경영 자료

"교역량 늘려 침체 극복하자" 두 거인 이해일치

[미국·EU FTA협상 개시 선언] 두 경제권 시장 통합하면 납세자 고통없이 경기부양… GDP 美 1.33·EU 0.47% 늘어 EU 27개 회원국 조정 쉽잖아 실제 협상타결까진 험로 예상 조선비즈 | 나지홍 기자 | 입력 2013.02.15 03:56 | 수정 2013.02.15 10:22

 

미국과 EU가 FTA 협상을 서두르는 것은 FTA 이외에는 마땅한 경제 위기 타결책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정인교 인하대 교수(통상)는 "미국과 EU 모두 재정 위기에 빠져 있기 때문에 정부 재정을 풀어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결국 교역량을 늘려 일자리 창출과 경기 회복을 추진하는 게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은 "납세자들의 돈을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우리 경제를 부양하는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국제정치경제연구소(ECIPE)는 FTA가 성사될 경우 미국과 EU의 GDP가 각각 1.33%, 0.47% 증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 합의가 중국·인도·브라질 등 신흥국에 시장을 잠식당하고 있는 기존 경제 강국이 세계 무역의 주도권을 유지하려는 전략이란 분석도 나온다. 허윤 서강대 교수는 "가령 미국과 EU가 자동차 배출가스 기준을 강화하는 데 합의하면 전 세계 자동차업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면서 "미·EU FTA가 체결되면 국제 통상의 새로운 글로벌 스탠더드로 통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위기 극복이라는 공통의 목표에도 불구하고 실제 협상이 타결되기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주요 쟁점인 농산품이나 위생 안전에 대해 양측 간의 입장 차가 큰 데다, 경제 발전 단계가 달라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지닌 EU 27개 회원국 간의 이견 조정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로이터와 FT(파이낸셜타임스) 등 주요 외신들은 관세율 인하보다는 각종 규제를 비롯한 비관세 장벽이 이번 협상의 핵심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U와 미국은 이미 평균 관세율을 한국 등 신흥국의 절반 수준인 4%로 낮춘 상태여서 관세는 큰 문제가 안 된다는 것이다. 반면 EU가 과학적으로 안전성이 입증된 유전자변형작물(GMO)에 대해서 거의 종교적인 혐오감을 갖고 있는 등 비관세 문제들이 협상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WSJ(월스트리트저널)은 "EU의 엄격한 건강·안전관리 법안이 미국 농산품의 EU 수출에 최대 이슈가 될 것"으로 진단했다.

유럽 최대 농업 국가인 프랑스의 니콜 브리크 통상장관은 이날 "프랑스의 이익이 반영됐는지 확인한 후 (FTA에 대한) 지지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화학제품에 대해서도 EU는 제조업체들이 자사 제품이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입증할 책임을 지우고 있는데, 미국은 이를 보호무역조치의 일환이라고 비판해 왔다. 카렐 데 휘흐트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협상은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공짜로 얻을 수 있는 열매는 없다"고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를 현재의 위기 국면을 모면하려는 정치적 제스처로 해석하고 있다. 정인교 교수는 "오바마 정부가 집권 2기를 맞아 미국 국내나 세계적으로 주목을 끌 수 있는 카드로 유럽과의 FTA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실제 협상 타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에 타결 가능성은 미지수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