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2. 15. 22:48ㆍC.E.O 경영 자료
[세계일보]
물질만능에 황폐해진 삶… 인문학서 ‘힐링의 길’을 찾다
대학생 캠프·직장인 강좌 북적 세계일보 입력 2013.02.15 22:07
'상경계를 복수전공하지 않으면 취업이 어렵다.' 인문학 전공 대학생들이 오랫동안 불문율처럼 여겨온 말이다. 대학에서 인문학이 여전히 외면당하고 있지만 최근 인문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재평가 조짐도 엿보인다. 인문학 서적과 강좌가 인기를 끌고 대학생들이 만든 인문학 캠프도 생겨났다. 인문학 부활의 징조일까. 최근 부산에서 열린 '대학생 인문학 캠프' 현장을 동행 취재했다. 2년 전부터 '교양교육의 변화'를 모색해온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를 통해 인문학의 부활 가능성을 들여다본다.
'일상에서 철학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가.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가….'
언뜻 보면 철학자들의 대화 주제일 것 같은 질문에 대해 고민하는 자리가 이어지고 있다. 대학생뿐 아니라 일반인도 다양한 '화두'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인문학에 몰리고 있다. 학점·영어·자격증 등 '스펙쌓기'에만 몰두하는 대학생들이 인문학 캠프에 참가하고, 일에 쫓기는 직장인들은 주말을 이용해 인문학 강좌를 찾는다. 이들은 '인문학의 위기'를 넘어 '인문학의 부활'을 이야기하고 있다.
◆위기는 기회… 왜 인문학인가
최근 들어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학에서는 인문학 교양 강좌가 느는 추세이고, 인문학 전문 연구단체를 중심으로 일반인 대상 교양강좌도 인기를 끈다.
지난달 교보문고가 서울에서 마련한 '움베르토 에코의 문학세계' 강좌에는 수십명이 몰려 기대 이상의 성황을 이뤘다. 역사, 문학 등 인문학 서적도 예전보다 관심을 갖는 독자들이 늘었다.
이 같은 현상은 불과 1∼2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다. 전문가들은 급격한 경제발전 과정에서 누적된 사회의 불안정성에 주목한다. 모든 것이 돈으로 치환되는 물질의 시대, 하루가 멀다고 터지는 패륜·흉악범죄, 뒤처지면 죽는다는 생존경쟁 체제와 가족해체, 집단우울증에 걸린 사회…. 병든 사회가 이제 스스로 치유하는 과정을 모색하는 것으로 분석한다.
인문학은 다른 학문과 달리 인간 그 자체를 탐구 대상으로 한다. 따라서 삶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것은 인문학을 통해 가능하고, 이는 각종 부조리로 몸살을 앓는 한국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인문학을 찾아온 대학생들
인문학에 대한 관심은 대학생들 사이에서 더욱 뜨겁다.
지난달 28일부터 2박3일간 부산에서 열린 '대학생 인문학 캠프'에는 전국 58개 대학에서 100여명이 참가했다. 지난해 2월 처음 시작해 방학 때마다 이어져 이번이 3회째다.
인문학 캠프 김태지(24·부경대 경영) 조직위원장은 "인문학을 공부하고 싶은 대학생은 많지만 접근이 어렵고 기회도 많지 않다"며 "'참여형 캠프를 통해 인문학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도에서 기획했다"고 말했다.
캠프에 참가한 이들은 '인문학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 교육대학에 재학 중인 서상록(21)씨는 "초등학교 교사는 모든 분야를 알아야 잘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학교에서 별도의 인문학 수업을 듣기 어려워 참가했다"고 말했다.
광주에서 온 조인희(24·여)씨는 "간호학과에 다니는데 전공 특성상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할 시간이 없다"며 "스스로 생각하는 힘도 키우고, 사회문제에도 관심을 갖고 싶어서 왔다"고 털어놨다.
◆인문학의 부활 갈 길 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인문학 부활이 아직 멀었다고 말한다. 사회적으로 인문학 기반이 먼저 마련돼야 하는데, 최근 몇몇 '눈요기성 행사'로 부활 운운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다. 무엇보다도 인문학 연구자들이 설 자리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최근 한 연구학회가 실시한 조사에서 인문학 연구자들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학문을 시작했다', '아내가 마이너스통장에서 돈을 빼 용돈을 준다. 비참하다' 등의 자조 섞인 비애를 가감 없이 토로했다.
최근의 열기는 일반인의 '소양 쌓기'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 같은 경향은 이번 인문학 캠프를 찾은 대학생들의 인식에서도 확인됐다. 취재팀이 참가자 116명을 상대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63명은 "인문학 전공이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하지만 110명은 "인문학적 소양 자체는 취업에 도움이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강대 전상진 교수는 "소양 쌓기 차원에서라도 인문학을 조금이나마 맛봄으로써 각 개인의 삶을 살찌우고 새로운 시각을 형성하는 '의도치 않은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대학생들이 인문학 공부를 경쟁력 향상을 위한 스펙 장착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려는 듯해 아쉬움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부산=오현태 기자 sht9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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