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알이 살아 움직인다…초밥 신의 비밀은?

2013. 3. 23. 23:01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Weekly BIZ] 밥알이 살아 움직인다…초밥 신의 비밀은?

  • 이우광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연구위원

  • 조선 입력 : 2013.03.23 03:07

    - 일본 초밥명인 오노 지로
    7세 때부터 요리 수습생
    왼손잡이 단점 극복하고 神의 영역이라 불리는'지로 쥐기' 비법 고안해

    - 아무 것도 가르치지 않는다
    선배의 손놀림·자세 보며 말로 표현 힘든 감각도 익혀
    인재 육성 엄청난 시간 필요

    일본의 전통적 초밥 세계에서는 밥 짓기 3년, 밥 쥐기 8년이란 말이 있다. 초밥을 제대로 만들려면 20년의 수업이 필요하다고도 한다. 오노 지로(小野二郞)씨는 일본 최고의 초밥 명인이다. 87세의 그가 경영하는 도쿄 긴자의 '스키야바시 지로'는 '미슐랭 가이드 도쿄 2008'에서 별 3개를 받은 일본 최고의 초밥집이다. 동업자들도 그의 비법을 '신의 영역'이라 극찬한다. 그가 직접 제공하는 20피스 코스 가격은 3만엔이나 된다.

    그는 7세 때부터 요리 수습생으로 일했지만 솜씨가 좋지 않았다. 무엇을 하더라도 시간이 걸려 늘 꾸지람을 들었다. 그럴 때마다 '돌아갈 곳이 없다. 다른 사람보다 2배 노력하고, 3배 생각하자'는 일념으로 묵묵히 실력을 쌓았다.

    26세 때부터는 초밥집 수습생을 시작했는데 이번엔 왼손잡이가 치명적 단점이 됐다. 왼손으로는 선배가 원하는 초밥을 만들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았고, 손님들 앞에서 부자연스러움을 감추기 위해 새로운 비법을 고안했다. 신의 영역이라 불리는 '지로 쥐기'는 그렇게 탄생했다.

    그의 초밥 만들기는 디테일과 정성이 가득하다. 최고급 자연산 생선을 사용하고, 최고의 맛을 끌어내기 위해 생선 종류에 따라 소금과 초로 발효시키는 시간을 제각각 달리한다. 초밥 만드는 자세는 더하다. 하반신에 힘을 주지 않으며 무릎은 부드럽게, 허리는 기분상 좀 뜨는 듯한 자연스러운 자세에서 밥알을 쥐어야 한다. 또 밥알을 쥘 때 양팔을 제외하고는 상체를 움직이지 말아야 하며, 등을 쭉 펴고 묵묵히 밥을 쥐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렇게 만든 초밥은 미묘한 단단함이 느껴지고, 완성된 후에는 밥알 사이 공기가 빠져나가 초밥이 숨을 쉬듯 몇㎜ 정도 가라앉는다고 한다.

    밥알을 쥔 직후가 가장 맛있다는 신념을 갖고 있어 물이 흐르는 듯한 속도로 손님 앞에 초밥을 내놓는다. 어떤 순서로 내놓느냐에 따라 초밥의 맛이 두 배로 좋아진다고 한다. 예를 들어 겨울에는 광어로 시작해 오징어, 새끼방어, 참치의 붉은 살, 주토로, 오토로, 전어, 대합 등의 순서로 이어진다. 마지막에는 계절에 관계없이 구운 계란이 제공된다.

    그의 삶은 마치 수도사의 삶을 연상시킨다. 매일 아침 40분 정도 산책을 할 때는 반드시 장갑을 낀다. 햇볕에 타는 것을 방지하고 제일 소중한 밥알을 쥐는 중지와 약지, 새끼손가락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그의 손은 지금도 핑크빛으로 반질반질하고 젊은 여성보다 더 곱다. 또 혀의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커피 등 자극적인 음료는 마시지 않는다.

    일본 초밥 장인이 주는 인재 육성 팁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선배가 하나하나 가르쳐 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알아서 배우도록 한다. 선배의 손놀림이나 일하는 자세를 보고 있으면 기술은 물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각까지도 알게 된다. 초밥 만드는 기술을 배우는 데는 20년이란 시간이 필요하지 않지만 자세나 정신까지 배우는 데는 20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어떤 조직이든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선 인재 육성이 가장 중요하다. 진정한 인재란 쉽게 키워지지 않으며, 장기간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오노 지로씨의 사례가 잘 말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