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 기근"...세계 투자 지형 바뀐다

2013. 3. 27. 22:40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안전자산' 기근"...세계 투자 지형 바뀐다

(상보)FT, 금융위기 이후 '트리플A' 국채 60% 급감
3대 신평사 최고 등급 '9A클럽'서 美·英·佛 등 퇴출 여파
투자지형·'안전자산' 인식 전환...담보 부족 사태 우려도

 

세계 금융시장의 '안전자산' 기근현상이 투자지형을 바꾸고 있다. 금융위기와 재정위기로 '트리플A'(AAA) 등급 국채가 급감하자 '더블A' 이하 등급이 대안으로 떠올랐고, 글로벌 자금의 신흥시장 유입 속도도 가팔라지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트리플A' 국채 60% 급감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현지시간) 세계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모두 최고 신용등급을 부여받은 국채 규모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무려 60% 넘게 줄었다고 전했다.

피치·무디스·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로부터 모두 트리플A 등급을 받은 국가를 일컫는 '9A클럽'이 발행한 국채는 지난 2007년 1월 11조달러(약 1경2188조원)에서 이달 현재 4조달러로 63%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최고 등급 국채 규모가 급감한 데는 미국이 9A클럽에서 퇴출된 게 주효했다. S&P는 지난 2011년 8월 미 정치권의 연방정부 부채한도 증액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자 미국의 트리플A 등급을 박탈했다.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도 재정악화로 최고 등급을 잃었다.

2007년 1월 이후 신용등급 변화 추이를 보면 남미지역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우루과이(3.7등급), 볼리비아·브라질(각각 3.0등급)의 신용등급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남미지역 국가들의 신용등급은 평균 2.2등급 올랐다. 이어 우리나라(1.7등급)를 비롯한 아시아신흥공업국(NIE)이 1.1등급 뛰었고, 아시아 개발도상국은 0.7등급 상승했다.

바트 우스터벨드 무디스 국가신용등급 부문 대표는 남미와 아시아 신흥국의 신용등급 상승세가 두드러진 것은 강력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신용등급 강등 폭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이 가장 컸다. 유럽 재정위기 진원지인 그리스가 무려 11등급 내려앉으면서 유로존의 신용등급은 평균 3.1등급 하락했다. 그리스 다음으로는 키프로스(10.7등급), 포르투갈·스페인(각각 8.7등급), 아일랜드(8.0등급) 순으로 강등 폭이 컸다. 모두 구제금융을 지원받은 나라다.

영국, 프랑스 등이 속한 유럽 선진국의 신용 등급도 평균 2.3등급 추락했다.

◇'더블A', '트리플B'가 '트리플A' 대안으로
FT는 금융위기 이후 세계 신용등급 지도가 극적으로 다시 그려지면서 투자지형은 물론 안전자산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데이비드 라일리 피치 국가신용등급 부문 글로벌 대표는 "5년 전만 해도 세계는 예측 가능한 곳이었고, 은행 위기는 으레 신흥시장에서나 일어나는 일로 여겼다"며 "하지만 지금은 그런 가설들이 모두 사라졌다"고 말했다.

조나단 켈리 피델리티인베스트먼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도 "신흥시장은 한때 '고위험·고수익' 자산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대세가 됐다"고 말했다.

FT는 트리플A 등급 국채가 귀해지자 투자자들이 최근 더블A(AA-~AA+) 등급의 국채를 대안으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이 내려앉고 한국과 중국, 칠레,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새로 편입되면서 더블A 등급 국채 규모가 늘어나고 질도 좋아진 데 따른 것이다. 세계 국채시장에서 트리플A 국채는 2007년 42%에서 최근 32.4%로 줄었지만, 더블A 국채는 24.8%에서 34%로 증가했다.

FT는 투자적격등급 가운데 가장 낮은 트리플B도 유로존 3, 4위 경제국인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의 합류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존 벡 프랭클린템플턴 국제 채권 부문 공동 대표는 트리플A나 일부 A 등급 국채는 최근 질이 좋아지고 있는 만큼 투자자들이 vna기회를 잡을 수 있는 타깃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FT는 각국 규제당국과 중앙은행들이 담보 부족 사태에 대한 우려로 안전자산의 기준을 완화하고 있는 것도 더블A나 트리플B 등급 국채의 투자 매력을 더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트리플A 국채는 은행들이 자금을 조달할 때 주요 담보로 활용됐는데, 유럽중앙은행(ECB)은 금융위기 이후 더 낮은 등급에 대해서도 유동성을 공급했다. FT는 언젠가는 유럽에서 한국이나 우루과이 국채를 담보로 자금을 조달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