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 금융영토 전쟁에 한국은 없다

2013. 4. 7. 22:30C.E.O 경영 자료

亞 금융영토 전쟁에 한국은 없다
기사입력 2013.04.07 18:47:44 | 최종수정 2013.04.07 20:33:46

◆ 금융의 판을 바꿔라 2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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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판 월스트리트`로 통하는 베트남 호찌민의 응우옌훼 거리에서 한 블록 떨어진 곳에 위치한 동코이 거리에 있는 HSBC 베트남법인 본점 1층 영업점. 아침 일찍부터 나온 고객들이 번호표를 들고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창구에서 만난 직장인 응우옌티화 씨는 "국내 은행보다 금리는 낮은 편이지만 안전하게 믿고 맡길 수 있기 때문에 HSBC를 찾는다"고 말했다.

베트남에서 외국계 은행인 HSBC의 위상을 보여주는 한 장면이다. HSBC는 외국계 중 가장 먼저 베트남 법인을 설립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일본 3대 은행인 BTMU, 미즈호, SMBC 등은 최근 베트남 대형 현지 은행들의 지분 투자를 완료했다. 신흥시장으로 부상하는 베트남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아시아계 은행들의 해외 시장 확대 경쟁은 베트남에서만의 현상이 아니다. 캄보디아는 35개 은행 중 현지 은행은 5~6개에 불과하고 20여 개 외국계가 진출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말레이시아계 메이뱅크, 호주계 ANZ 등 아시아계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지점과 ATM 확장에 나서고 있다.

싱가포르 금융가는 최근 아시아계 은행들의 움직임에 술렁이고 있다. 유럽ㆍ미국계 은행들이 사업 규모를 축소하면서 고액 연봉 뱅커들이 정리해고되고 있지만 이를 CIMB, DBS 등에서 다시 데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현상이다. 유럽ㆍ미국계 은행들이 힘을 잃고 있는 아시아 금융시장을 아시아계 은행들이 빠르게 메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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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는 인도네시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필리핀 등 영토확장 대전이 벌어지고 있는 동남아 금융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CIMB, 메이뱅크, DBS, OCBC, ANZ 등 아시아 글로벌 강자를 집중 취재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4년간 이들 5개 은행의 자산은 평균 56.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4대 금융의 경우 외환은행을 인수한 하나금융을 제외하면 이 기간에 자산 성장은 10.4%에 불과했다.

5개 은행의 성장동력은 해외 사업 강화다. 말레이시아 CIMB는 14%에서 41%로, 호주 ANZ는 11%에서 21%로, 싱가포르 OCBC는 34%에서 38%로 증가했다. 결국 위기를 기회로 활용한 다른 아시아의 은행들과 달리 한국 은행들은 국내에 안주해 기회를 놓쳐버린 것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최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성장동력으로서 금융 한류 확산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우수한 금융 인프라스트럭처와 성공적인 위기 극복 경험 등을 바탕으로 아시아 시장을 해외 시장 확대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은행의 소규모 해외 현지법인 인수 절차를 완화하는 등 제도적 장치도 마련했다.

남주하 서강대 교수는 "금융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경쟁력을 확대하기 위한 금융권의 해외 시장 진출은 선택 사항이 아니라 미래 창조금융의 시금석을 만들기 위한 필수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기획취재팀 = 인도네시아 = 박용범 기자 / 라오스 = 최승진 기자 / 말레이시아ㆍ필리핀 = 이덕주 기자 / 베트남 = 배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