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4. 12. 22:34ㆍ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조선비즈 입력 : 2013.04.12 17:11
‘원자재 수퍼사이클(호황)의 종언.’
지난해부터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꾸준히 제기해온 이런 예측이 현실로 굳어질 모양이다. 올 들어 원자재 가격이 맥을 못 추고 있다. 2010~2011년 장기 랠리를 펼치던 금값은 꾸준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경기 변화에 민감한 산업용 금속 가격도 약세를 못 면하고 있다. 작년 미 중부 가뭄 우려로 급등했던 곡물 가격은 조정기에 들었다. 시들시들한 원자재 시장 상황을 반영해 세계 투자은행들도 연이어 약세장을 전망하고 있다.
시장 동향에 민감한 미국 헤지펀드들도 최근 원자재 베팅을 줄이고 있다. 9일 원자재선물거래위원회(USCFTC)의 집계에 따르면, 이달 2일 기준 헤지펀드의 18개 선물 매수 포지션은 전 주보다 31% 감소한 46만8780건을 기록했다. 2008년 10월 이후 감소폭이 가장 컸다. 실제로 24개 원자재 가격을 반영한 지수인 스탠더드&푸어스 GSCI 스팟 인덱스는 올해 2월 이후 7.3% 하락했다.
◆ 안전자산 金 매력 잃어…2011년 이후 17% 하락
안전 자산의 대명사로 불리는 금은 2011년까지만 해도 세계 불황을 등에 업고 2년 간 랠리를 펼쳤지만 최근 추락하고 있다. 지난 4일 세계적인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안전자산으로서의 금의 위치는 붕괴했다”며 “금은 더는 안전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올 들어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7% 넘게 하락했다. 금값 랠리의 정점이었던 2011년 가격에서 17% 떨어진 수준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0일(현지시각) “각국 중앙은행 보유분 금이 보관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 지하 금고 손실분은 총 750억달러, 미 정부 보유 금이 보관된 켄터키주 포트녹스 금고의 손실분은 총 500억달러에 달한다”고 전했다.
투자 자산으로서 금의 가장 큰 매력은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에 다 대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경기 침체가 예상되거나 물가가 상승할 것으로 보일 때 금 인기와 함께 가격이 치솟는다. 하지만 최근 이런 경향이 주춤하다. 양적 완화 여파로 인플레이션율 상승이 예상됐었지만, 실제 인플레이션율은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세계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보는 이도 많다. 패트릭 리글랜드 소시에테 제네럴 애널리스트는 “경제 개선에 따른 금리 상승과 달러화 강세 등이 금값 장기 약세장을 낳게 될 퍼펙트 스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산업금속·곡물가 우수수…공급 확대 영향
구리·철광석 등 산업금속과 밀·옥수수 등 곡물류도 전반적인 하락세다. 구리와 철광석 가격은 올해 2월 이후 모두 12% 넘게 내렸다. 올초 부셸당 8달러선에서 거래되던 밀 선물 가격은 현재 7달러 초반까지 내렸다.
모두 생산량 확대에 대한 우려가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산업 금속 가격이 내리는 것은 최근 생산량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어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 전 세계 구리 공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칠레의 생산량이 광산 확장으로 급증하고 있다. 컨설팅회사인 우드맥켄지는 “올해 구리 생산량이 2004년 이후 최대폭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구리 공급량 증가로 재고도 증가해 런던금속거래소(LME) 재고 규모는 지난해 10월 이후 세배 증가했다. 전통적으로 원자재 강세장 시각을 유지하던 투자은행 바클레이즈도 최근 구리 재고 증가에 따라 “구리 강세장 시대가 끝났다”고 표현했다.
철광석도 마찬가지다. 블룸버그는 12일 “주요 철광석 생산업체인 리오틴토와 BHP빌리턴 등이 2500억달러 규모의 광산을 새로 만들 예정”이라며 “가격 슬럼프를 부채질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웰스매니지먼트의 롭 하워스 스트래티지스트는 블룸버그에 “산업금속 공급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경제 성장세가 확실해질 때까지 가격 압박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곡물 가격은 미 농무부가 올해 생산량 전망을 올려 잡은 뒤로 하락하고 있다. 지난달 미 농무부는 올해 옥수수 재고가 예상(500만부셸)보다 많은 540만부셸, 대두 재고는 예상(9억8400만부셸)을 크게 웃돈 9억9900만부셸이라고 전망했다. 무엇보다 지난해 미 중부를 강타한 극심한 가뭄에 대한 전망에 치솟던 곡물 가격이 다시 원위치로 돌아오고 있는 것도 또다른 이유라고 외신들은 설명했다.
◆ 글로벌 투자은행들 잇따라 원자재 전망 하향 조정
원자재값이 내림세를 보이자,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가격 전망을 잇달아 내려 잡고 있다. 10일 골드만삭스는 “경제 상황이 다시 주춤하지만, 금값은 움직이지 않고 있다”며 매력이 약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2일에도 소시에테 제너럴은 ‘금 시대의 종말’이라는 보고서에서 앞으로 몇 년 간 금값이 더 내릴 것으로 분석했다. 이들은 각각 올해 말 금값이 온스당 1390달러, 1375달러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거래 가격(온스당 1564달러)보다 11%나 낮은 수준이다.
골드만삭스는 이달 초 옥수수와 대두, 밀 가격 전망을 내려 잡으면서 “예상보다 미국의 곡물 재고량이 많아 가격 전망을 조정한다”고 밝혔었다. 골드만삭스는 옥수수 선물 가격을 7.50달러에서 6.50달러, 대두 선물 가격 전망을 14달러에서 13.50달러, 밀 선물 가격을 7.80달러에서 6.50달러로 내려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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