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의 승리’… EU “살충제 사용 2년간 금지”

2013. 4. 30. 22:49지구촌 소식

‘꿀벌의 승리’… EU “살충제 사용 2년간 금지”

국민일보 | 입력 2013.04.30 18:00

 

유럽연합(EU)이 꿀벌을 집단 폐사시키는 주범으로 지목돼 온 살충제 사용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환경단체들은 글로벌 농약 제조사들의 치열한 로비를 이겨낸 '꿀벌을 위한 승리'라고 환영했다.

EU 집행위원회는 29일(현지시간) 네오니코티노이드(neonicotinoid)계 살충제 3종을 늦어도 12월 1일부터 2년 동안 사용 금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금지된 살충제는 꿀벌의 신경계를 손상시키고 여왕벌의 증식을 억제시켜 꿀벌의 개체수를 급격히 떨어뜨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당 살충제는 독일 바이엘의 '이미다클로프리드'와 '클로티아니딘', 스위스 신젠타의 '티아메톡삼' 등이다.

이번 결정은 EU 27개국 사이에 격렬한 찬반양론 속에 이뤄졌다. 지난달 15일 이뤄진 투표에서 15개국이 찬성했지만 인구별 가중치를 고려한 다수의 지지가 나오지 못했다. 결국 최종 결정 권한이 집행위원회로 넘겨졌고 2년 한시 적용 조건으로 금지 결정이 내려진 것이라고 BBC는 전했다.

토니오 보르그 EU 보건 담당 집행위원은 "생태계의 필수 요소이자 유럽 농업에 매년 220억 유로(약 31조8000억원)의 가치를 기여하는 꿀벌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식용작물의 대부분은 스스로 열매를 맺지 못하기 때문에 외부의 힘에 의해 가루받이(수분)가 이뤄져야 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100대 주요 작물 중 71개가 야생 벌류와 꿀벌의 가루받이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꿀벌 개체수가 급감하면서 농업의 미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미국의 경우 꿀벌 군집 수는 2009년에서 2012년 사이 매년 20∼30%씩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아몬드·사과·블루베리 등 과수 농가도 큰 피해를 봤다.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06년 40만군이 넘던 토종벌은 2010년 17만군으로 급감했고, 이후 매년 절반씩 줄어들고 있다. 2011년엔 10만군으로, 지난해에는 4만5000군까지 떨어졌다.

꿀벌 감소의 원인을 놓고는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졌다. 수십건의 연구 결과들은 꿀벌 감소 원인으로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살충제를 지목했지만 살충제 제조사들은 '과학적 오류가 많다'며 반발해 왔다. 영국도 살충제 제조사의 입장을 두둔하는 대표적인 국가였다. 하지만 이미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슬로베니아 등 4개국은 이번 결정 이전에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 사용을 금지해 왔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