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케이 지수 폭락, 아베노믹스 실패 전조(?)

2013. 5. 24. 20:07C.E.O 경영 자료

닛케이 지수 폭락, 아베노믹스 실패 전조(?)

파이낸셜뉴스 | 입력 2013.05.24 07:49

 

일본은행(일은·BOJ)이 막대한 물량의 국채를 사들이고 있지만 국채 수익률이 급속히 뛰면서 일본 정부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가 흔들리고 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은이 지난달 이후 양적완화에 나서 일본 국채를 사들이는 방법으로 시중에 돈을 풀고 있지만 이날 10년만기 일본 국채 수익률은 심리적 저항선인 1% 선을 돌파했다. 한 달새 국채 수익률은 배가 올랐다.

국채 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일은이 국채를 사들이면 국채 수요가 늘고, 국채 가격이 뛰기 때문에 수익률은 떨어져야 한다. 그러나 한달 동안의 양적완화 조처가 수익률을 끌어내리기는 커녕 되레 끌어올렸다는 것은 향후 일본 경제에 대한 불확실한 전망이 수급요인을 압도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양적완화 축소 시사, 중국 제조업 지수 하락에 따른 세게 경제 둔화 우려와 함께 국채 수익률이 뛰면서 도쿄 증시의 닛케이 지수는 7.3% 폭락했고, 세계 증시에 어두운 그림자를 던졌다.

일본은행은 수익률을 떨어뜨리기 위해 이날 200억달러 규모의 국채 매입에 나섰지만 수익률 상승 저지에 실패했고,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은행, 연기금, 보험사들이 일본 국채를 투매한 것으로 보인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노무라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 리처드 쿠는 최근 수일간 일본 국채 매도세는 "얼마나 많이 사들이든지 관계없이" 일은이 수익률을 끌어내릴 수 없을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이는 "일본 정부에 대한 신뢰 상실"과 정책 대응을 잘못할 경우 경제 "종말의 시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은의 채권 매입 규모는 월 700억달러로 FRB의 양적완화 규모 850억달러에 버금간다. 일본의 경제 규모가 미국의 3분의1 수준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막대한 규모다.

양적완화 목표가 금리 하락에 있다고 밝혀왔던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는 그러나 "최근 채권 수익률 상승은 경제에 큰 충격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들은 도리어 수익률 상승이 일본의 고질적인 물가하락(디플레이션) 사슬을 끊는 신호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사우스햄튼대 리처드 워너 교수는 일본의 도박이 성공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면서 "일본은 마케팅을 아주 잘 했고, 투자자들은 아베노믹스를 사랑하고 있지만 기대감과 현실의 간극은 자꾸만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껏 신용창출은 실제로 거의 일어나지 않았으며 이게 없으면 회복은 있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수익률 상승으로 도요타 자동차가 채권 발행을 보류하는 등 신용창출에 제약이 따르고 있다.

특히 일본 은행들이 보유한 국채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80%에 이를 정도로 막대해 수익률 상승(가격 하락)은 보유 국채 평가액을 크게 떨어뜨리고, 자본구조를 취약하게 만들어 은행위기 불씨가 될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은 수익률이 1%포인트 오를 때마다 일본 은행들의 기본자본(Tier-1) 비율이 20%씩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워너 교수는 "어느 시점에서는 일본국채 시장이 붕괴할 것"이라면서 "문제는 은행시스템 붕괴를 막을 수 있느냐하는 것이며 이는 까다로운 문제로 일은이 이를 헤쳐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