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의 법칙', 오피스시장에도 적용돼

2013. 6. 22. 21:16건축 정보 자료실

세계일보 | 입력 2013.06.22 09:55

 

#. 서울 여의도의 한 빌딩 관리소장 A씨는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다. A씨가 관리하는 10층짜리 빌딩 중 2개층이 오랫동안 비어 있기 때문이다. 2개층 모두 1년 이상 비어 있고, 그중 1개 층은 벌써 2년째 공실로 남아 있다. 그는 "임차인들이 가끔 찾아오긴 하지만 임대료 인하 등의 요구 조건을 내걸고 있어 계약이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도심과 여의도에 신규 빌딩이 초과공급돼 공실률은 더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지금까지 부동산시장에서 빌딩은 투자불패 신화의 상징으로 여겨졌지만, 최근 공실 증가와 임대료 하락의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22일 빌딩정보업체 프라퍼트리에 따르면 서울 지역 연면적 3만3000㎡(1만평) 이상 빌딩 327동을 조사한 결과 공실률이 14%가 넘었다. 특히 도심과 여의도는 각각 18.5%, 15.2%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나마 강남 지역은 8.7%를 기록해 상대적인 안정세를 보였다. 그러나 도심과 여의도는 신규 빌딩 입주물량이 계속 쌓이고 있어 올 연말까지 공실률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와 관련, 고신 프라퍼트리 대표는 "빌딩 시장이 임차인 우위 시장으로 완전히 재편되면서 임대 선호도가 떨어지는 빌딩의 경우 타격이 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빌딩 시장의 위축은 임대료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서울 지역 연면적 3만3000㎡ 이상 빌딩의 경우 3.3㎡당 평균 월 임대료가 8만~11만원선에서 수년째 횡보세(박스권)를 나타내고 있다.

그렇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명목임대료에 국한된 통계치이고, 현재 상당수 빌딩들이 임차인에게 렌트프리(임대 계약 후 일정기간동안 임대로 받지 않고 사용) 등 파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실질임대료는 이보다 낮을 것으로 보인다.

근래 대형 빌딩이 집중 공급된 도심 및 여의도의 경우 신규 빌딩을 중심으로 렌트프리가 당연시되고 있다. 이들 지역은 1년에 2~4개월 정도의 렌트프리를 제공하고 있으며, 사정이 조금 나은 강남은 1~2개월 선이다.

고 대표는 "요즘엔 빌딩 주인들이 신규 임차인을 위해 렌트프리 제공, 인테리어비 지원뿐 아니라 기존 빌딩과 계약을 중도 해지할 시 발생하는 손해배상금까지 지원해준다"며 "이 같은 다양한 서비스로 명목임대료를 떠받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렇게 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현재 오피스 시장의 공급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3년간 도심과 여의도에 공급량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우선 서울 중구 수하동 페럼타워(5만5600㎡)가 첫 포문을 연 이후 바로 그 옆에 센터원이 준공됐다. 센터원은 연면적 16만8000㎡로 도심에서 최대 규모의 빌딩으로 등극했다. 또 지난해에는 종로구 중학동에 The K-Twin타워(8만3819㎡)가 준공됐다.

올해에도 종로구 청진동에 대규모 쌍둥이 빌딩이 들어서며, 청진 2·3지구와 종로구 세종로2구역 등에서도 대형 업무시설이 완공될 예정이다. 여의도의 경우 IFC 1~3차가 연이어 들어섰고, 전경련신축회관이 준공을 앞두고 있다.

이처럼 대형 빌딩이 줄줄이 들어섬에 따라 공급초과 현상이 구조화되면서 공실률은 더 상승하고 임대료는 하락하는 등 오피스 임대 시장 침체의 악순환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오피스 수요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사무직 종사자 수인데 현재 정체 양상을 띠고 있다. 서울시 '사무직 노동자 수의 추이와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사무직 노동자 수의 경우 2010년을 기점으로 완만한 곡선으로 바뀌었고, 지난해를 고비로 그 증가 폭이 크게 둔화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와 같은 급속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데다, 사무자동화의 영향으로 고용 없는 성장의 특징이 나타나 향후 오피스 수요의 정체 양상은 고착화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밝혔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