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 덫에 걸린 금융시장

2013. 6. 24. 20:51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1) 세계화 덫에 걸린 금융시장
[‘외풍’에 흔들리는 자본시장]

 

 


IMF 외환위기 후 빗장 풀린 한국 자본시장의 안방은 외국인 차지가 됐다. 글로벌 핫머니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이들의 양면성에 대한올바른 인식과 한국 자본시장의 근본적인 체질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편집자주>


1997년 말에 터진 외환위기는 한국경제의 패러다임을 뿌리째 뒤바꾼 역사적 사건이다.

위기 극복 해법으로 나온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프로그램이라는 극약 처방은 속성상 한국경제의 울타리를 한순간에 무너뜨렸다. 이때 한국경제를 헤집고 들어온 글로벌 자본은 현재까지도 동전의 양면과 같다는 지적이다.

금융시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와 함께 두고두고 우리 경제에 깊은 생채기를 남길 싹을 키우고 말았다는 지적이 공존하고 있는 것.

'글로벌'이란 명분 아래 무장해제된 자본시장에 대한 체질개선과 정부의 재정 및 통화정책의 한계를 극복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빗장 풀린 금융시장

파장이 가장 크게 미치는 곳은 단연 금융시장이다. 자본시장 개방으로 외국인 투자의 빗장이 활짝 열리면서 환율 등 금융시장의 주요 가격변수들은 실물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보다는 세계 금융시장을 휘젓는 금융자본의 영향을 더 크게 받고 있다.

실제 최근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의 '무차별 통화 살포'로 물밀 듯 밀려드는 글로벌 자금에 맞서 힘겨운 '돈과의 전쟁'을 벌여야 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5월, 7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인하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지금은 이들의 출구전략에 또 다른 고민을 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미국의 양적완화 움직임에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이달에만 5조원 넘게 자금을 빼내갔다. 채권시장도 안전지대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2006년 0.6%에 불과했던 우리나라 전체 채권 발행잔액 대비 외국인 보유 비중은 지난해 5월 말엔 7%까지 높아졌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외국 중앙은행은 환율 움직임에 포지션을 쉽게 바꾸지 않는다는 시장의 믿음이 있었다"며 "이 신뢰가 흔들린다면 시장에 충격이 될 것"으로 봤다.

시장에서는 '서든 스톱(sudden stop·갑작스러운 자금유입 중단)'과 자금 유출로 금융시장이 마비되는 1997년 외환위기가 재연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경쟁적으로 양적완화를 단행한 선진국이 갑자기 '출구전략'에 돌입할 경우 신흥국에서 외국인 투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환율폭등, 주가폭락, 외환사정 악화를 초래할 수 있어서다.

외국자본 이어지는 '먹튀'

금융시장의 위기는 실물경제에도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1·4분기 국내에 도착한 외국인 직접투자금액은 지난해 1·4분기보다 23.4% 줄어든 13억8900만달러로 잠정집계됐다. 원화강세에 따른 환율 변수가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시장에서는 분석한다. 실제 외국인 직접투자 신고금액은 33억9400만달러로 지난해 1·4분기보다 44.7% 늘었다. 문제는 실물투자보다는 재무적투자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인수합병(M&A) 투자가 12억6000만달러로 284.1%나 늘어난 것. 돈의 힘으로 싼값에 쉬운 먹잇감을 사냥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자본의 '먹튀'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1월 자진 상장폐지를 택한 3노드디지탈에 이어 약 4개월 만에 중국식품포장이 자진 상장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시장개방의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 경제의 체질을 허약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수출 대기업들이 해외 생산기지를 늘리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더라도 정작 그 열매가 국민경제에 고루 스며들지 못하고 있는 것. 수출의 고용효과가 이를 말해준다.

kmh@fnnews.com 김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