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전력만 4200억원, 대한민국 전기가 새나간다

2013. 6. 26. 22:13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대기전력만 4200억원, 대한민국 전기가 새나간다

 

 

[[전기 버리는 대한민국]에너지 낭비 현실...값싼 전기요금도 한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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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출입문 열고 영업하는 상가들/홍봉진 기자


매장 내부 평균 온도 24.6도, 문 열고 냉방기 가동하는 매장의 비율 60%.

지난해 5월 에너지관리공단이 서울 명동·강남·역삼 등 전국 주요상권 117개 상점을 대상으로 냉방온도와 개문 냉방영업 실태를 조사한 결과다. 특히 화장품이나 의류를 판매하는 매장은 내부온도가 더 낮고, 대부분 출입문을 열어 놓은 채 영업하고 있었다. 문제는 외부 온도가 30도를 넘었을때 문을 열어 놓고 냉방기를 가동하면 전력소비는 3.3~3.4배 늘어난다는 것이다. 전기가 밖으로 '줄줄' 새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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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방온도 실태 점검 결과/자료제공=에너지관리공단


새나가는 전기.. 대기전력 연간 4200억원, 커지는 가전제품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무심코 전기코드를 꼽아둔 TV셋톱박스, 보일러, 인터넷모뎀, 오디오스피커. 대기전력을 많이 소모시키는 '주범'들이다. 이렇게 새나가는 전기가 연간 4160억원에 달한다.

가구당 대기전력 소비는 연 평균 209kWh로 약 2만5000원 상당. 가구당 연간 총 전력소비량 3400kWh의 6.1%를 차지한다. 국가적으로는 4160억원의 전기가 '쓰지도 않는' 대기전력으로 새나가고 있는 것이다.

점점 커지는 TV와 냉장고도 전기가 낭비되는 이유 중 하나다. 전력거래소의 '2011년 가전기기 사용실태 보고서'를 살펴보면, 2006년 15%에 불과했던 30인치 이상 TV의 비중은 2011년 52.9%로 늘었다. 이 중 40인치 이상 TV가 차지하는 비율은 37.4%다. 또 600리터 이상 냉장고는 2006년 27.7%에서 2011년 46.2%로 늘어났다. 가전제품들이 커지는 만큼 새나가는 전기도 많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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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대형화


◇전력수요 급증, 높아지는 전력의존도.

한국의 에너지 현실은 불안하다. 최근 수년 간 전기 냉·난방기기 사용이 급증해 동·하절기마다 전력수급 불안이 반복되고 있다. 전력수급은 공급과 수요가 적절한 균형을 이뤄야 한다. 대형 발전소 1기에만 수조원의 비용이 필요한 점을 감안할 때 과투자로 인한 국가 예산의 비효율성이 우려된다. 반대로 전력수요가 공급보다 많아지면 전력수급에 위기를 겪고 심한 경우 블랙아웃까지 치닫게 될 위험이 있다.

지난 2009년 겨울 이후부터 이 균형이 깨지고 있다. 2009년 6321만kW였던 최대전력수요는 2012년엔 7429만kW를 기록했다. 무려 17.5% 증가한 수치다. 겨울철 최대전력수요도 2009년 6896만kW에서 2012년 7652만kW로 10.9% 늘었다. 이에 반해 공급은 이를 감당해 낼 수 없는 상태가 이어지며 안정적인 전력수급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지난 5년간 여름철 최대전력 증가율은 4.3%로, 공급 증가율 3.0%를 웃돌았다.

그럼에도 전력소비는 꾸준히 늘고, 전력의존도는 높아지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지난 2004년 국내 에너지 소비 중 전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16.6%에서 2010년 18.2%로 늘었다"며 "반면 2004년 58.4%였던 석유 에너지의 비중은 2010년 55%로 줄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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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많이 쓰냐고? 싸니까!

전문가들은 이처럼 전력소비가 늘어나는 이유로 낮은 전기요금을 꼽는다. 석유 등 다른 에너지를 쓰던 소비패턴이 더 싼 전기로 옮겨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해 8월(4.9%)과 지난 1월(4.0%) 두 차례에 걸쳐 전기요금을 올렸지만 원가회수율은 아직 90% 중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1970년대에 비해 1인당 GNP는 약 89배 상승했다. 그동안 시내버스요금 125배, 휘발유값 65배 등 다른 공공요금은 30~200배까지 올랐지만 전기요금은 14배 오르는데 그쳤다. 최근 10년만 살펴봐도 등유가격은 139% 오르고 소비는 57% 줄었다. 반면 전기요금은 21% 오르고 소비는 63%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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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다른 나라들과 전기요금을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낮은 수준이다. 가정용 전기요금은 한국을 100으로 봤을 때, 미국은 140, OECD 평균은 188, 일본이 280 정도다. 산업용 전기요금도 마찬가지다. 한국을 100으로 보면, 미국은 117, OECD 평균은 184, 일본이 266 정도다. 이처럼 국내 전기요금은 OECD 평균에 비해서는 약 2배, 일본에 비해서는 약 3배 정도 저렴하다.

세계적인 에너지 전문가 제임스 스위니 미국 스탠포드대학교 교수는 지난 19일 머니투데이가 주최한 '2013 키플랫폼(K.E.Y. PLATFORM)' 에너지세션에서 "전기요금만 현실화해도 전력에 대한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며 "결국 저렴한 전기요금이 전력난을 부추기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김평화기자 pe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