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택공급량 '고삐' 죈다…역효과 없나?

2013. 7. 25. 23:04부동산 정보 자료실

정부, 주택공급량 '고삐' 죈다…역효과 없나?

 

[[4·1 후속대책]미분양 해소·전세시장 불안 해소 '두마리토끼' 잡을 수 있을까?]

정부가 24일 발표한 '4.1부동산대책' 후속 조치는 주택 공급량의 고삐를 죈다는 게 핵심이다.

난립에 가까운 택지개발과 민간건설기업의 밀어내기식 분양에 따른 과잉공급 폐단을 해소하기 위해 공공뿐 아니리 민간의 주택 공급량을 조여 시장 정상화를 꾀하겠다는 것으로, 4.1대책에서 선언적으로 언급된 공급물량 축소를 좀 더 구체화했다.

◇"주택공급 너무 많다"…물량 조절

정부는 시장 과열기에 개발을 추진했던 보금자리주택과 같은 공공부문 개발사업을 해제하거나 사업지구 면적을 축소키로 했다. 경기 고양 풍동2지구의 경우 지구지정을 해제하고 광명시흥 보금자리주택 등은 지구면적을 축소해 2만9000가구를 감축하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여기에 민간 주택공급도 분양보증기관인 대한주택보증의 보증 심사 과정을 엄격히 적용하는 방식으로 공급 물량 자체를 조절하기로 했다. 미분양 위험이 큰 곳에 대해선 사업승인 자체를 내주지 않겠다는 의도다.

정부의 이같은 판단은 주택을 사려는 수요는 적은데 비해 공급량 과다로 주인을 찾지 못하는 빈집이 늘어가는 등 과잉공급의 후유증을 겪고 있다는데 기인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5월 말 현재 전국의 미분양주택은 6만6896가구로, 이중 준공 후에도 팔리지 않은 소위 '악성미분양'이 2만7488가구다. 2011년 기준 우리나라의 주택보급률은 114.2%로 공급 부족과는 거리가 먼 상황에서 재고주택이 쌓여 시장 침체를 가중시키고 있다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결론적으로 공급량을 줄이면 수요·공급 논리에 따라 가격이 오르고 시장 활성화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팀장은 "주택 수요에 비해 그동안 계획된 공급량이 잉여로 보여 조금씩 축소한다는 건 방향을 잘 짚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노후로 인해 자연 소멸되는 집과 세대 분할과 같은 주택의 상시적 수요를 감안하면 이같은 공급량 축소에 대한 우려도 상당하다. 집값 하락을 막기 위해 공급량을 지나치게 조일 경우 오히려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전세난을 심화시키는 부작용도 간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올 하반기 민간 주택공급 계획이 4만7688가구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47% 급감했고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할 만큼 위축된 상황이란 점은 이런 우려를 더한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공급량을 무작정 줄여 과거와 같은 초과수요 상태로 돌리는 게 아니라 수급 균형을 맞추자는 차원"이라며 "시장의 개선 여부를 살펴가며 공급 계획을 탄력적으로 적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양 물량 조절은 미분양주택이 많은 지역 등에 한해 제한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재호 목원대 교수는 "중장기적 차원의 공급량 조절 계획은 바람직하지만 공공의 분양주택을 급격히 줄이면 저렴한 가격으로 내집마련을 하려던 서민들의 기회를 박탈하게 된다는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규정 팀장은 "공급량을 축소해 주택의 매수 시그널을 준다는 측면도 있지만, 지금은 경제가 회복돼야 주택시장이 반등을 모색하는 구조여서 큰 기대를 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후분양 지원…건설기업 '옵션' 확대

정부는 건설기업들이 부지 매입후 불어나는 금융비용 탓에 밀어내기 식으로 분양을 시도, 주택의 과잉공급과 미분양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을 해소하기 위해 '후분양'을 유도하기로 했다. 일부 후분양 전환을 통해 주택의 공급 시기를 분산하고 대량 미분양 사태를 방지하겠다는 의도다.

정부는 후분양을 실시할 경우 대한주택보증의 지급보증을 통해 금융회사에서 분양가의 50~60% 안팎의 건설자금을 대출해주도록 했다. 그동안 건설기업들은 선분양으로 받은 분양대금을 건설자금으로 썼는데, 후분양을 하게 되면 이를 대체할 수단이 없었다는 점을 개선해 준 것으로 평가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건설업체는 초기 분양률이 저조할 것으로 보이면 일부만 선분양하고 나머지를 후분양 대출보증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며 "결국 자금조달의 선택권이 넓어져 분양시장에 맞춘 전략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분양아파트 전세 활용…'글쎄'

전세난 해소를 위해 미분양아파트를 전세로 활용하기 위한 제도적 지원 방안도 포함됐다. 건설기업이 자체적으로 준공후 미분양을 전세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을 도입, 세입자의 전세자금 안정성을 높이기로 했다.

리츠(부동산투자회사)가 미분양을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운용하면 취득세 감면(50%), 재산세 최저세율 적용(0.1%),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등의 세제지원도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미분양 자체가 주거환경이 열악하다는 반증이란 점에서 임대주택으로 활용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수도권 외곽이나 대형 면적의 미분양 주택은 세입자 선호도가 떨어지는 현실에서 민간사업자가 이를 활용하기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결국 정부가 해당 지역의 도로나 전철 등 SOC(사회간접자본) 투자를 진행해 나가야 미분양을 해소하는데 도움을 주고 정책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재호 교수는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기업형 임대사업자가 활성화돼 민간의 임대주택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고 있다"며 "앞으로 민간의 기업형 임대사업자를 육성하는 방안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전병윤기자 byj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