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가는 부동산 정책 "부동산법 거래라니…"

2013. 8. 2. 21:37부동산 정보 자료실

산으로 가는 부동산 정책 "부동산법 거래라니…"

 

 

[與, 野에 빅딜 제안…무분별한 조율 눈총]

"양도세 중과·분양가상한제 폐지 받아주면 건물임대차보호·법인세 감면법 수용할께"

머니투데이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가 1일 오후 서울 관악구 청룡동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서 열린 서민 주거부담 완화 및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위한 간담회에서 강석호 제4정조위원장, 나성린 정책위부의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지방세수 문제에 직면한 '취득세 영구인하' 방안을 비롯해 정부가 내놓은 잇단 부동산정책들이 시장에서 먹히지 않자 이번엔 여당이 연일 설익은 대안을 던지고 있다. 당장이라도 추진할 것처럼 보였던 종합재산세 신설 계획은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더니 이번에는 부동산정책을 두고 야당에 '딜'을 제안하고 나섰다.

부동산정책에 대한 사회적 파급력을 고려하면 관계부처나 정치권의 조율 등 충분한 협의를 거쳐야 함에도 무분별하게 '땜질식 처방'만 내놓고 있어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업계 특성상 일관성을 갖고 큰 줄기를 세워 지속적으로 끌고 가야할 정책들이 지나치게 즉흥적으로 흐르는 게 아니냐란 우려다.

◇논란속 종합재산세 대신 부동산법 '빅딜'

나성린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은 지난 1일 서울 관악구 청룡동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회관에서 가진 '서민주거 부담 완화 및 부동산시장 정상화를 위한 간담회'에서 "종합재산세는 9월 국회에서 상정하기 어려울 것 같다. 시간을 두고 준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호기롭게 발표한 종합재산세 추진 의지를 슬그머니 집어넣은 것이다.

'취득세를 내리고 보유세를 늘리자'는 취지에서 검토했지만, 중산층의 세수부담 증가와 지방재정 양극화 등의 문제를 피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대신 새로운 카드를 꺼내들었다. 야당과의 부동산법안 '빅딜'이다.

새누리당이 추진 중인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 폐지, 분양가상한제 폐지, 기업 양도소득세 30% 추가 과세 폐지 법안을 야당이 받아줄 경우 야당이 원하는 건물 임대차 보호법, 뉴타운 매몰비용 해결을 위한 법인세 감면법을 수용하겠다는 제안이다. 건물 임대차 보호법은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민주당이 내놓은 전·월세상한제 내용이 담겨있다.

그사이 관련 기업은 날벼락을 맞았다. 당장 주택사업비중이 높은 현대산업개발 주가는 지난달 29일 11.36% 추락한데 이어 30일 13.59% 추가 폭락했다. 보유세를 늘리면 주택매입 예정자가 구입을 꺼릴 것이란 해석때문이었다. 나 의원 발표가 지난 26일 실적발표에 따른 영향과 맞물리면서 하락폭을 키운 셈이다.

◇"빅딜? 부동산정책 모르고 하는 말"

하지만 새누리당의 빅딜 제안은 당장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국회 상황을 감안하면 공염불에 불과하다. 정작 협상 대상자인 민주당은 부동산정책이 빅딜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장병완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부동산대책은 빅딜의 대상이 아니라 사안별로 논의를 해야 한다"고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전문가들 역시 부동산정책은 시장에 대한 파급력이 크고 상호보완적이어서 교환수단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정부가 취득세 영구인하를 발표하면서 문제가 발생되자 여당이 땜질용으로 무분별하게 정책을 내놓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 분석이나 국민적 합의 없는 정책은 시장에 혼란만 가져다 줄 뿐"이라고 지적했다.

당장 시장을 살리겠다는 것에 매몰돼 장기적 측면을 고려하지 않는 행태라는 것이다. 개별부처나 일부 정치권의 목소리가 중장기적 원칙이 필요한 부동산정책에 물을 흐리고 있다는 얘기다.

조 교수는 "부동산정책은 입체적 사고가 필요한 분야"라며 "정치권과 범정부 차원의 대통령직속 부동산시장구조개선위원회를 만들어 부동산시장의 구조적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우선 큰 그림을 그린 뒤 세부적인 정책들을 조율해야 시장의 혼란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설익은 부동산정책이 △거래절벽 △미친 전셋값 △하우스푸어 등으로 피폐해지고 있는 현실을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부동산정책이 중구난방식으로 쏟아지고 있다"며 "정치권이 시장상황을 안이하게 보고 있는게 아니냐"고 우려했다.

때문에 정치권이 시장의 목소리에 좀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부동산정책이 이념싸움으로 치닫는 동안 시장은 회복불능 상태로 빠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은 "부동산정책을 거래로 풀기보다 협의를 통해 해답을 찾아야 한다"며 "여야가 이념싸움을 중단하고 시장과 민생 문제가 무엇인지 들여다보려 노력해야 할 시점"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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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강기영


◇여당 제안 빅딜 내용 '뭐길래'

여당이 제시한 빅딜 대상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분양가상한제의 합리적 완화 △기업의 비사업용 토지 양도소득세 30% 추가 과세 폐지 등의 법안이다. 우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는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 때 양도차익의 50∼60%를 세금으로 내야 돼 2주택 이상을 보유하지 않으려는 심리를 확산시킴으로써 주택거래 단절의 주요 원인이 지적돼 왔다.

2004년 도입돼 2009년 이후 해마다 한시적으로 적용이 유예돼 왔다. 야당과 시민단체가 반대하는 이유는 양도세 중과 폐지가 대표적인 '부자감세'인데다 부동산 투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분양가 상한제 역시 2007년 집값 안정화 조치의 하나로 도입된 제도다.

기본형 건축비와 택지비를 바탕으로 아파트 분양가를 제한하는 조치다. 공동주택에만 적용된다. 야당은 분양가 상한제 폐지에 대해 "건설사가 분양가를 높여 서민들의 내집 마련 기회를 박탈한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법인의 비사업용 토지 추가과세란 기업이 투자 목적으로 사들인 농지나 임야 등을 되팔 때 발생한 이익에 일반보다 무거운 세금을 물리는 것이다. 법인세 기본세율은 10~22%이지만 추가 과세되면 여기에 양도소득의 30%(미등기 40%)를 더 내야 한다.

정부는 올 초 중소기업의 세제 지원의 하나로 기업의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추가과세를 전면 폐지하기로 했지만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명분을 쥐고 부자감세를 추진하려는 게 아니냐는 야당의 반대가 있어 왔다.

중소기업의 비사업용 토지는 제대로 된 통계조차 없는 반면 대기업 보유 토지는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어 감세의 주 수혜대상이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다.

이에 비해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부동산관련 법안은 △재계약시 전·월세 인상폭 5% 이내 제한(전·월세상한제) 등을 골자로 한 주택 임대차보호법 △뉴타운 매몰비용 해결을 위한 건설사 법인세 감면법 등이 있다.

전·월세상한제는 세입자 주거안정을 위해 전세보증금과 월세 인상률을 법으로 제한하고 임대차 계약 갱신권을 통해 거주 기간을 보장해주는 제도다. 보장거주기간을 4~6년으로 늘리고 임대료 인상폭을 연간 5~10%로 제한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하지만 세입자의 주거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전·월세상한제가 오히려 전셋값을 상승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논란이 일어 왔다. 전셋값을 인상시킬 수 없게 되면 집주인이 법 시행 전에 향후 인상분을 선반영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어서다.

민주당은 뉴타운 매몰비용 문제와 관련, 건설사가 조합 등에 대한 채권을 포기하는 경우 법인세를 감면하는 조세특별제한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들의 부담을 의식한 여당의 반대로 오는 9월 정기국회로 미뤄졌다.

민주당은 "건설기업들의 장기불량채권 문제를 해결하면 조합원들은 매몰비용 부담에서 자유로워지고 정부 역시 적은 비용의 간접지원으로 뉴타운 출구전략을 성공시킬 수 있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지영호기자 tellme@